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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례적인 집단 탈북이 상징하는 의미

김정은 집권 이후 첫 집단 탈북 사태가 발생했다.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의 북한 류경식당에서 일하던 북한 종업원 13명이 제3국을 거쳐 7일 국내에 들어왔다. 다음달 7일로 예정된 북한 노동당 7차 대회를 정확히 한 달 앞둔 시점이다. 내부 결속과 축제 분위기 연출로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알리겠다는 북한에 찬물을 끼얹게 됐다.

이번 탈북은 세 가지 점에서 주목된다. 첫 번째는 집단 탈북이란 점이다. 1987년 김만철씨 일가 11명이 어선을 타고 북한을 탈출한 이래 10명이 넘는 집단 탈북은 흔치 않은 일이다. 모두의 마음이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외 근무 북한인들은 단체생활을 하며 안전 부문에서 파견된 이의 감시를 받는다. 이와 관련, 한 종업원은 “한국에 오는 데 서로 마음이 통했고 누구도 거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북한 체제가 그만큼 이완됐다는 방증이다.

두 번째는 출신 성분이 좋은 이들의 집단 탈북이란 점이다. 북한 식당 종업원들은 중산층 이상으로 교육도 잘 받은 엘리트 가정 출신이 대부분이다. 그런 그들이 북한을 버렸다. 이들은 평소 중국 TV나 인터넷을 통해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을 접하며 북한 체제의 허구성을 알게 됐다고 한다. 김정은 체제에 대한 회의가 해외 근무 북한인 사이에 빠르게 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 번째는 평양의 압박이 탈북을 야기시킬 정도로 거세다는 점이다. “식당 영업은 안 되는데 외화 상납 압박이 계속돼 엄청난 부담을 느꼈다”는 한 종업원의 말에서 이들이 압박이 아닌 협박을 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북한은 중국과 베트남 등 12개국에서 130여 개의 식당을 운영하며 연 1000만 달러 이상의 외화를 번다. 각 식당은 매년 30만 달러의 ‘충성자금’을 평양에 보내야 하고 때때로 ‘특별 충성자금’까지 상납해야 한다. 임무를 완수하지 못할 경우 가혹한 검열과 처벌이 따르는 것이다.

북한 주민이 북한에서 살 수 없어 북한을 떠난다는 것, 그것도 집단으로 고향을 버린다는 것은 북한 정권의 정치적·경제적 실패를 상징하는 사건이다. 북한은 핵 개발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북한 주민의 민생부터 살펴야 할 것이다.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은 북한의 생존이나 주민생활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탈북 발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성급함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7일 입국한 사실을 8일 언론에 공표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한 달 정도 소요되는 정부의 합동조사 과정을 거쳐야 하며 제3국과의 외교 마찰 등 고려할 게 많다. 아직도 몇몇 탈북자가 제3국에 대기 중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탈북자의 신변과 북한 내 가족의 안전을 생각해야 한다. 많은 탈북자의 경우 북한에선 그들이 중국에 있는지 한국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번처럼 한국에 온 게 대대적으로 선전될 경우 탈북자들의 북한 내 가족이 안전할 수 있겠는가. 정부는 유엔 제재의 효과를 강조하려다 생긴 일이라 해명하지만 총선을 불과 닷새 앞두고 일어난 일이라 총선용 북풍(北風)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은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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