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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기자가 되다] 숨어있기 좋은 섬들의 유랑 보고서

현대문명과 단절된 곳에서 찾은 여행의 진수… 태평양 한가운데 고립된 섬에서 ‘나’를 찾는 명상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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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나는 섬을 좋아한다. 신혼여행으로 하와이를 간 이후로 친구들과 혹은 둘이서 하와이를 여러 번 다녀왔고 몇 해 전부터는 동남아시아의 섬을 틈날 때마다 탐험 중이다. 부산에서 태어나 주욱 살다가 작년부터는 아예 제주도로 이주를 했다.

사람들은 왜 섬을 좋아하느냐고 묻는다. 대충 떠오르는 대로 답을 하지만 속내는 따로 있다. 바로, 숨어있기 좋기 때문이다. 여행을 가면 명소로 움직여야 하고 맛집을 찾아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섬으로 가면 그런 짓을 할 필요가 없다. 그 섬 자체가 누구나 오고 싶어하는 명소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곳에 가기까지가 힘들다. 비행기를 타고, 버스와 택시와 트라이시클 그리고 작은 배까지…. 일단 섬까지 들어 오기만 한다면 그 다음부터는 일정 따위는 짜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좋아하는 섬은 대부분 몇 시간 걸어 다니면 끝인 곳이 대부분이고(하와이는 제외), 도로 따위는 없기 때문에 자동차 매연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인터넷도 제대로 되지 않고, 전화도 걸려오지 않는다. 전기는 제한 공급되고 뜨거운 물로 샤워도 할 수 없다. 바다의 아름다운 풍광도 계속 보다 보면 일상이 되어버리고 결국 남는 건 심심함이다.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엽서 사진이 되는 곳에서 갑자기 아무것도 할 일이 없어질 때,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 기분이 들 때,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그곳에서는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거나 빗소리를 듣고 있어도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게으름하고 많이 다른 것이다.

지금까지 다녀온 섬 중에서도 숨어있기 좋은 섬들을 소개한다. 섬들은 각각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건 사람들이 만든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연 때문이다. 앞으로도 또 다른 섬들을 탐험하고 싶다.
 
크기 때문에 숨기도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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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매력은 고요함에 있다. 명소를 찾아 바쁘게 움직일 필요가 없고 바삐 돌아가는 세상의 흐름에 치일 일도 없다. 섬에서 느끼는 고독감은 온전히 혼자가 됐을 때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하와이 빅아일랜드의 용암 해수풀인 카포호타이드풀(좌)과 아카카 폭포(우)


#1. 하와이 빅 아일랜드
하와이는 다섯 개의 섬으로 되어 있고 그중 가장 큰 섬이 이름대로 빅 아일랜드다. 하와이 하면 떠올리는 와이키키 해변은 오아후 섬에 있다. 와이키키는 날씨가 쾌청한 해운대의 확장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거대한 쇼핑몰과 호텔이 밀집되어 있고 일본·중국 관광객들이 버글버글해서 정말 여기가 사람들이 말하는 파라다이스인지 실망할 수도 있다. 하와이의 참모습은 빅 아일랜드에 가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섬이 크니까 숨어 있기도 쉽다.

빅 아일랜드는 동쪽과 서쪽이 기후적으로, 문화적으로도 뚜렷이 나뉘어져 있다. 동쪽은 비가 많이 와서 정글이 많고, 사람들도 소박하고 관광객도 적다. 가장 큰 도시인 힐로에 가면 타임머신을 타고 1960~70년대의 미국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 정도다. 좀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파호아(Pahoa)라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최근에 용암이 흘러내려 마을 전체가 사라질 뻔했지만(그렇다, 빅 아일랜드는 화산활동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마을 공동체의 분위기가 물씬 남아 있고 자연주의자들, 히피들, 원주민들이 잘 어울려 살고 있다.

이 부근이 숨어있기 좋다. 리조트와 호텔은 찾아볼 수 없지만 하와이가 아니면 가볼 수 없는 명소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일단 가장 유명한 곳은 킬라우에아 산 화산국립공원이다. 용암이 폭발하는 화산이 아니라 천천히 흘러내리고 있다. 워낙 공원이 넓기 때문에 하루에 다 구경할 수 없다. 천천히 바닷가 쪽으로 용암이 흘러간 자국을 따라 운전을 하다 보면 이곳이 지구인지 화성인지 분간을 할 수 없게 된다. 하얀 모래가 있는 비치는 이곳에 없다. 대신, 카포호 타이드 풀이라는 자연 해수풀에는 용암이 급히 식어서 만들어진 물웅덩이가 수십, 수백 개 있다. 웅덩이들 안에 산호와 물고기들이 잔뜩 있으므로 따로 스노클링 투어를 가지 않아도 된다. 물안경을 끼고 첨벙 뛰어들면 끝이다. 오아후 섬의 유명한 하나우마 베이보다 이곳이 훨씬 다채롭다. 카포호 풀에서 조금 남쪽으로 해변을 따라가다 보면 아할라누이 공원이 나온다. 인공으로 담을 쌓아 만든 해수 온천이 기다리고 있다. 뜨거운 정도는 아니지만 따뜻하게 몸을 녹이면서 수영할 정도는 된다. 비가 와도 운치 있게 해수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이 외에도 용암에 굳어버린 나무들이 있는 라바 트리 주립공원, 망고와 마카데미아 농장 등에도 가볼 수 있고 맘이 내킨다면 빅 아일랜드 한가운데에 우뚝 솟아오른 마우나 케아 산에도 올라갈 수 있다. 해발 4000m가 넘지만 꼭대기까지 운전할 수 있으니 안심할 것.

하지만 무엇보다도 빅 아일랜드의 동쪽 지역이 좋은 것은 비 때문이다.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숙소에서 빈둥거리거나, 맥주(당연히 코나 맥주를 종류별로 마셔야 한다)를 마시거나 책을 읽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비가 지겨워질 때쯤 되면 짠, 하고 해가 뜨는 것도 장점이다. 비 때문에 동네 전체가 식물원 분위기가 나는 것도 좋다.

★Tip
가는 법: 호놀룰루에서 빅 아일랜드의 힐로로 가는 비행기를 타면 한 시간 정도 걸린다. 대중교통 수단이 없으므로 차를 렌트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렌트 예약이 가능하다. 4륜구동의 SUV를 빌리는 게 좋다. 휴대폰의 심카드를 구입하거나 로밍을 해서 길을 잃지 않도록 하자.

지내는 법: 힐로 근처에는 호텔이 몇 개 있지만 이외의 지역은 에어비앤비(airbnb) 등의 민박 사이트를 이용해서 쉽게 가정집이나 방을 빌릴 수 있다. 다른 섬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넓은 집도 많아서 서넛이 함께 여행하는 것도 경비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집을 빌리면 음식을 해먹는 것이 좋다. 딱히 맛집이라고 할 수 있는 집이 없을뿐더러 장터에서 신선한 야채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쪽의 코나로 가면 커피농장을 들르고, 코나 맥주 레스토랑도 꼭 방문하자.
 
모든 사람이 평등한 쉼터
#2. 태국 수린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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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여 개나 되는 섬의 나라 태국 여행의 백미는 맑은 바닷속에 비치는 알록달록한 산호초와 열대어 구경이다

태국에는 풍광이 좋은 섬이 많지만 어딜 가도 번잡스러울 때가 많다. 아무 생각 없이 조용히 4박 5일 정도를 보내고 싶다면, 정말 아무것도 할 일이 없어서 지겨워지고 싶다면 수린 섬을 추천한다.

가는 법이 만만찮지만 일단 섬에 도착하면 모든 걱정을 떨쳐버릴 수 있다. 이곳은 철저히 생태계가 관리되는 국립공원이기 때문에 사적인 리조트가 들어서 있지 않다. 대신 공원에서 제공하는 텐트에서 자야 한다. 취사는 금지되어 있고 단 하나뿐인 식당에서 세끼 식사를 해야 한다. 식사는 정해진 시간에 나온다. 가격도 저렴하고 음식도 관광객들에게 맞춘 태국음식이라 입맛에 맞다. 특별 세트 메뉴는 매번 다른 음식이 나온다. 전기를 제공하는 곳은 이곳밖에 없으므로 밤이 되면 사람들이 모여드는 사랑방 구실을 한다. 단체로 야영생활을 하는 기분이 들지만 지내다 보면 의외로 편하다. 모두가 평등하게, 똑같은 텐트에서 자고 똑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기에 친구라도 된 기분이 든다.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공식적인 투어는 아침과 오후에 한 번씩 있는 스노클링 투어뿐이다. 스노클링 장비 일체를 대여해주고 투어 비용도 저렴하다. 물은 너무 깨끗해서 배를 띄우면 배의 그림자가 바닥에 그대로 보여,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텐트촌이 있는 앞바다에는 하얀 모래가 깔려 있고 썰물이 되면 물이 수십 미터 빠져나간다. 해변 한쪽에 있는 맹그로브 숲에 가면 새끼 상어들을 볼 수도 있고(위험하지 않다) 밤에는 커다란 게를 잡을 수도 있다. 원숭이가 나타나기도 하니 귀중품이나 음식물을 밖에 놔두지 않아야 한다.

이곳에서 이틀 정도 지내면 할 게 없어진다. 스노클링 투어도 한두 번 갔다 왔고, 앞바다에서도 놀아봤고, 음식도 대충 맛봤다. 찬물로 샤워하는 것도, 시끄러운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텐트 안에서 자는 것도 익숙해진다. 원주민이 사는 곳에 갈 수 있는 투어도 있는데 그리 권하지 않는다. 이 작은 섬에 산책 코스는 해변 하나뿐이기 때문에 딱히 갈 곳도 없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감옥에 갇힌 기분이 들 수도 있다. 그 때가 비로소 수린 섬에서 지내는 자기만의 방법을 고안해내야 할 때다. 아이들은 말이 잘 안 통해도 알아서 잘 논다. 모래집도 짓고 나무 그네도 타고 조개로 목걸이도 만들고…. 하지만 어른들은 ‘멘붕’에 빠지기 쉬우므로 책이나(스마트폰은 안타깝게도 잘 터지지 않는다), 소일거리를 가져가는 게 좋다.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았다면 멍하니 수평선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이곳에 자주 오는 사람들은(심지어 매년, 한 달 이상을 머무는 사람도 있다) 대부분 ‘멍때리기’의 선수들이다. 복잡한 도시나 관광지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기란 쉽지 않지만 수린 섬에서는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무얼 먹을지, 어디서 잘지, 어디로 갈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른 바다를 보면서 가만히 앉아있으면 된다. 어쩌면 그것이 명상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Tip
가는 법: 날씨 때문에 10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만 개장한다. 방콕에서 여행사를 통해 쉽게 예약할 수 있고 공공 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야간 버스를 타고 새벽에 쿠라부리에 도착해서 배를 타고 한 시간 정도 가면 수린 섬에 도착한다. 푸껫에서 가면 더 가깝지만 쿠라부리에서 1박 해야 할 수도 있다. 수린 섬은 두 개의 비치가 있는데 마이 응암(Mai Ngam)이 더 멋있고 시설도 좋다.

지내는 법: 입장료가 4박 5일 단위로 갱신되므로 4박 5일 일정이 적당하다. 텐트는 성인 두 명이 자기에 충분하다. 식사는 쿠폰을 사서 식당에서 해결하고 샤워와 화장실은 공동으로 쓴다. 당연히 따뜻한 물은 없다. 야영을 하는 것이니 랜턴과 모기 스프레이 등을 꼭 챙길 것.
 
무인도와 숨겨진 비치 탐험
#3. 말레이시아 프렌티안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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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산호초와 스노클링을 즐기는 여행자. [사진 중앙포토]

태국에 수린 섬이 있다면 말레이시아에는 프렌티안 섬이 있다. 수린 섬이 감옥에 가까운 조용한 생활을 할 수 있다면 프렌티안에서는 좀 더 다양한 탐험을 할 수 있다. 숙소도 텐트가 아니라 오두막 같은 곳에서부터 리조트급까지 다양하다. 프렌티안은 큰 섬과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가족 단위 여행객들은 주로 큰 섬으로, 배낭 여행객들은 주로 작은 섬으로 간다. 당연히 작은 섬이 더 재미있다.

프렌티안 섬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이빙 명소라 다이버들을 위한 숙소와 자격증을 딸 수 있는 코스를 마련해둔 곳도 서넛이다. 하지만 부담 없이 스노클링을 하거나 해변을 느긋하게 거닐기에도 손색없다. 동쪽 편의 롱비치는 밤마다 댄스파티가 열리기 때문에 자정까지 울려대는 소음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세계 각국에서 몰려드는 여행객과 모래사장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반면 서쪽의 코럴 베이는 조용하게 지낼 수가 있고 샤릴라와 센자 리조트 등의 숙소가 몰려 있다.

스노클링 투어는 여러 곳에서 하고 있지만 가는 곳은 비슷하므로 한 번 정도 해보는 것이 좋다. 화려한 산호를 볼 수 있는 곳, 거북이를 볼 수 있는 곳, 등대 근처의 산호 군락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스노클링 투어를 하지 않더라도 코럴 베이 근처에서 조금만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다 보면 다양한 해양 생물을 볼 수 있다.

프렌티안 섬의 진짜 재미는 숨겨진 곳의 탐험이다. 예전에 이곳은 국립 해양공원이었는데, 그때 만들어진 트래킹 코스가 있다. 코랄 베이 남쪽에서 해안을 따라 만들어진 길을 한 시간 정도 걷다 보면 숨겨진 비치와 숙소를 다 돌아볼 수 있다. 그 길의 끝에는 마을이 있는데 학교와 병원, 식당과 슈퍼마켓 등도 있어서 말레이시아의 보통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구경해보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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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프렌티안 섬의 해변에서 바라보는 석양. 저무는 해가 황금빛으로 가른 바다가 환상적이다.

섬의 북쪽으로 산행을 하다 보면 풍력발전소, 태양열발전소, 부두가 나온다. 지금은 더 이상 운영되지 않는 듯하다. 특히 산꼭대기에서 바다까지 수백 개의 계단을 연결해서 만든 부두에서 한적하게 수영을 할 수도 있다. 단, 시설이 노화되어서 사라진 계단이 있으니 조심해서 걸어가야 한다. 중턱의 휴게소처럼 생긴 오두막이 있는데 그곳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면 천국이 따로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경치가 좋다. 마치 미래 소년 코난의 배경처럼 현대 문명이 파괴되어 자연 상태로 돌아간 근 미래에 온 기분이 들 정도다.

워터 택시라고 불리는 배들이 많이 다닌다. 북쪽의 한가한 해변까지 워터 택시를 타고 갈 수도 있고 무인도에도 가볼 수 있다. 특히 라와 섬은 코랄 베이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반나절 정도 가보면 좋다. 단, 먹을 것과 마실 것은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사람이 살지 않는 만큼 훨씬 더 많은 산호와 물고기를 볼 수 있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오로지 혼자 있을 수 있는, 그것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해변을 혼자서 다 차지할 수 있다. 무인도가 무섭다면 워터 택시를 타거나 카약을 빌려서 코랄 베이 북쪽의 한가한 해변에 가도 좋다.

저녁에는 리조트와 식당에서 바비큐 스페셜을 판다. 닭고기나 생선을 고르면 밥, 샐러드, 음료수와 함께 저렴하게 제공한다. 밤에는 리조트에서 영화를 틀어주는데 마음에 드는 영화를 틀어주는 곳에 가서 음료수와 함께 즐기는 것도 밤을 이곳에서 밤을 보내는 좋은 방법이다.

★Tip

가는 법: 쿠알라룸푸르에서 야간 고속버스를 타고 쿠알라 베숫 항구까지 가면 프렌티안에 가는 배의 왕복표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코타 바루까지 비행기를 타고 공항에서 택시를 이용해 쿠알라 베숫 항구까지 갈 수도 있다.

지내는 법: 날씨 관계로 6월에서 9월까지만 연다. 인터넷으로 예약할 수 있는 숙소가 서넛 있고 이런 숙소는 에어컨과 침대가 마련되어 있다. 오두막 형식의 저렴한 숙소는 직접 가서 구할 수도 있다. 코랄 베이 남쪽의 버터플라이는 시설은 기본적이지만 숙소 아래 바위 밑으로 바로 스노클링을 할 수 있고 멋진 석양을 감상할 수도 있다. 리조트와 식당에는 와이파이가 제공된다. 말레이시아 음식은 한국 사람 입맛에 잘 맞다. 종교적인 이유(이슬람)로 술값이 비싼 게 흠이다.
 
이방인도 가족이 되는 곳
#4. 필리핀 파밀라칸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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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개의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에는 묻혀 지내기에 좋은 섬이 많다. 파밀라칸 섬에서는 고래와 거대 거북이를 볼 수 있다. 해변가 발코니에 앉아 맥주 한잔으로 더위를 식히다 보면 섬 여행의 진미를 느낄 수 있다.

필리핀은 수천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기 때문에 숨어 있기 좋은 섬도 많다. 세부나 보라카이 등에 있는 리조트에 묵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곳에는 한국과 중국 관광객 때문에 호젓함을 느낄 수가 없다. 작은 섬에서는 매연과 치안 문제도 없다. 기본적인 영어를 구사하기 때문에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없고 태국이나 말레이시아에 비해서 습기가 덜하고 시원한, 쾌적한 날씨(겨울의 건기)를 즐길 수 있다. 올해 초에 필리핀 섬들을 처음으로 가봤는데 왜 예전에 미처 가볼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후회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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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홀 섬은 세부에서 지척에 있고 초콜릿 힐 등의 관광지로 유명하다. 보홀 섬 남쪽에 있는 작은 섬 파밀라칸을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이버들일 것이다. 파밀라칸 섬의 이름의 유래는 가오리가 쉬어가는 곳이라고 한다. 이곳 사람들은 예전부터 고래를 잡으면서 생계를 유지했다. 지금은 고래잡이가 금지돼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다.

파밀라칸 섬에서는 섬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지낼 수 있다. 대부분의 숙소가 민박이고 해변가 마을 한가운데에 있기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절반은 주민들, 특히 어린아이들이다. 발코니에 앉아 하루 종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인사만 하면서 보낼 수도 있다. 동네 사람들이 이용하는 구멍가게에서 미지근한 산 미구엘 맥주(전기가 밤에만 들어 오기 때문에 냉장고가 없다)를 마시는 재미도 있다. 마을 입구에는 교회도 있고, 언덕 쪽으로 올라가면 학교와 병원도 있다. 한적한 해변 쪽에는 무덤도 있다. 관광객이 아니라 어느 시골 마을에 길을 잃어 잠시 머물게 된 이방인이 된 느낌을 주는 섬이다. 민박집에는 보통 하루 세끼를 제공하므로 주인 아주머니와 가족들, 친척들(이 동네는 한 집 건너면 모두 사촌들이다)과 자연스럽게 친하게 된다. 한두 번 얼굴을 익히면 친구처럼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넨다.

고래를 구경할 수 있는 투어, 스노클링 투어가 있어서 초심자들은 안전하게 주변 물속을 구경할 수 있다. 섬 주변의 해양 보호 지역에는 특히 산호가 아름답다. 물에 둥둥 떠 있으면 마치 외계 행성을 유영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기괴하고 화려한 산호를 구경할 수 있다. 하와이, 태국, 말레이시아에서 본 모든 산호가 이곳에 총망라되어 있다. 북동쪽 해변은 거대 거북이가 출몰한다. 해류를 따라 둥둥 떠다니면 2m 가까이 되는 거북이를 볼 수 있다.

파밀리칸 섬에서 스노클링, 산책, 그리고 차려주는 밥먹기를 며칠 반복하다 보면 인생이 뭐 별 것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곳 사람들은 대충 만든 집에, 구멍이 난 옷을 입고 살고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훨씬 밝은 표정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Tip
가는 법: 세부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부두로 가면 보홀의 탁빌라란으로 가는 페리를 탈 수 있다. 탁빌라란에서 배클레이언까지 버스나 택시(트라이시클)를 타고 간 후 부두에서 파밀라칸까지 가는 주민들의 배를 잘 흥정해서 타고 가면 가장 경제적이다. 탁빌라란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이자 관광지인 알로나 비치로 가서 여행사를 통해 파밀라칸에 가는 배를 탈 수도 있다.

지내는 법: 인터넷으로 예약되는 숙소는 딱 한 군데가 있고 대부분은 직접 와서 눈으로 확인해보는 게 좋다. 해변가 주위로 수세식 화장실(이라고 하지만 바닷물을 퍼붓는 수준)이 딸린 방갈로와 세끼 식사를 제공하는 민박이 많다. 섬은 끝에서 끝까지 가로질러 한 시간 정도면 충분이 걸어갈 수 있을 만큼 작다. 마을 사람들의 사생활만 존중해준다면 섬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다. 단, 전기는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만 들어오고 밤이 되면 들리는 노래방 소리가 조금 시끄러울 수도 있다.

#5. 이 외에도....태국의 크라단 섬
수린 섬보다 남쪽에 있는 작은 섬으로 주로 다른 섬에서 스노클링 투어로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다. 예전에 있던 국립공원에 가면 저렴하게 텐트나 오두막을 빌려 지낼 수도 있고 해변을 따라 세워진 리조트에서 지낼 수도 있다. 수린 섬보다 해양 생태계는 아름답지 않지만 바다 풍광은 그에 못지않으며 근처의 다른 섬들로 쉽게 배로 갈 수 있다. 트랑에서 버스와 배를 묶은 결합 티켓을 구할 수 있다.

필리핀의 발리카삭 섬
지금까지 가본 가장 아름다운 스노클링 포인트다. 파밀라칸 섬과도 멀지 않다. 보홀에 온다면 스노클링 투어로 반드시 거치는 곳인데 그 섬에 묵는 것도 나쁘지 않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리조트도 하나 있고 찾아보면 민박도 있다. 섬은 한 바퀴를 다 돌아도 4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섬 주위로 갑자기 깊어지는 포인트가 있는데 그곳에서 수많은 물고기와 산호가 자란다.

서진 - 1975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2007년 세 번째 장편소설 <웰컴투 더 언더그라운드>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대안 출판 프로젝트 ‘한 페이지 단편소설(1pagestory.com)’을 운영했다. 지은 책으로는 장편소설 <웰컴투 더 언더그라운드> <하트브레이크 호텔>과 에세이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 <서른 아홉,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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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