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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 4명 바뀌는 한은 금통위 어디로] 비둘기파? 매파? 눈치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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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두 번째 목요일 오전 9시. 한국 경제계의 관심은 온통 한곳으로 쏠린다.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10층 회의실이다. 여기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한 달에 한 번 기준금리를 정한다. 한 시간 이후인 10시쯤 결과가 나오고 11시20분에 금통위 의장인 한은 총재가 회의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특정 산업이나 지역을 겨냥한 스마트 미사일이라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업종과 지역을 가리지 않는 원자탄이다.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그만큼 크다. 연 0.25%포인트만 움직여도 대한민국 돈의 질서가 바뀐다. 총재의 말 한마디, 소수의견 여부 등에 따라 증시와 채권시장은 실시간으로 춤을 춘다. 특히 지난해 12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제로(0) 금리시대’에 마침표를 찍은 이후로 한은의 금리 결정은 시장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l 이명박 정부 무리수에 위원 4명 임기 같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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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이런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건 ‘7인의 현자(賢者)’라 불리는 7명의 금융통화위원이다. 이 중 4명이 4월에 한꺼번에 바뀐다. 4월 20일 임기가 끝나는 4명의 금통위원 후임자로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고승범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신인석 자본시장연구원장이 추천됐다.

이번에 새롭게 지명된 4명의 금통위원 후보자는 대통령 임명 절차를 거친 후 하성근·정해방·정순원·문우식 위원에 이어 4월 21일부터 4년 간 금통위를 이끈다. 당연직 금통위원인 한은 총재와 부총재를 제외한 한은 외부 인사 위원 5명 중 4명이 교체되는 것이다.

금통위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조정과 같은 통화신용정책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금리를 낮추자면 7명의 위원 가운데 5명 이상이 출석해 그중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7명 가운데 한은 총재와 부총재를 뺀 나머지 5명의 외부 출신 위원이 어떤 성향이냐에 따라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런 금통위원을 한꺼번에 4명씩 교체하는 건 한은 통화정책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통위도 이를 피하기 위해 위원의 임기를 엇갈리게 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2010년 4월 박봉흠 전 위원 자리에 ‘친 정부’ 인사를 앉히려다 여론이 악화하자 2년 동안 공석으로 두는 바람에 위원 4명의 임기가 같아졌다. 이 때문에 2012년 4월에도 한꺼번에 4명의 위원을 교체해야 했다. 더욱이 이런 식으로 가면 4년 후인 2020년에는 한은 부총재 임기도 끝나 금통위원 7명 가운데 5명을 교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통화정책의 안정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 박승 전 한은 총재는 “금통위원이 4명이나 한꺼번에 바뀌는 게 반복되는 건 문제가 있다”며 “임기 조정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치권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통위원의 임기를 분산하는 한은법 개정안을 지난해 8월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후 깜깜 무소식이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19대 국회에서 개정안 처리는 어려울 것 같다”며 “금통위원 임기 문제를 해결하자면 한두 자리를 공석으로 놔뒀다가 1~2년 후에 선임하는 식의 비정상적인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금통위원 대거 교체로 벌써부터 시장에선 한은의 정책 기조가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번에 지명된 새 위원 후보의 성향이 금리 인하에 우호적인 ‘비둘기파’에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기획재정부가 추천한 조동철 교수는 금융완화론자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4명의 후보자 중 조 교수의 색깔이 가장 뚜렷해 보인다”며 “조 교수는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통화를 완화적인 기조로 가져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제가 ‘비둘기파’로 불리느냐”고 반문하며 “누구나 자기는 중립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각각 추천한 고승범 위원과 신인석 원장은 ‘친 정부’ 인사로 분류된다. 고 위원은 행정고시 28회로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사무국장 등을 거쳤다. 신 원장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직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전문위원으로 참여하며 이 정부와 인연을 맺었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한은에 금리 인하를 주문해온 만큼 이들도 ‘비둘기파’로 분류된다. 나머지 한 명인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한은의 추천을 받았다. 1989년부터 20년 넘게 국제통화기금(IMF)에 근무하며 베트남과 중국 주재 수석대표를 역임한 국제경제 전문가다. 크게 보면 한은 입장에 선 위원이 3명, 친정부 성향 3명에 중립적 성향인 함준호 위원이 호각지세를 이룬 모양새여서 앞으로 금통위 내 토론이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주열 한은 총재는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금통위원들은 추천기관과 관계없이 의사결정을 했고, 경제상황에 대한 뷰(view)도 상황이 바뀌면 견해도 달라지는 걸로 알고 있다”며 “과거의 발언이나 추천기관만 갖고 정책 성향을 추측하는 것은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금통위원이 떠안을 책무는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금리를 올렸지만 유럽·일본은 반대로 초유의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유례없는 ‘대분열(Great Divergence)’ 시대다. 거대 경제권과 비교해 규모가 작은 개방 경제국가로 대외 환경에 크게 출렁이는 한국으로서는 곤혹스런 상황이다. 최도성 가천대 국제부총장(전 금통위원)은 “불투명한 경제 환경 속에서 통화정책의 신뢰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신뢰도는 결국 금통위원 개개인의 역할에 좌우된다”고 했다.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전 금통위원)도 “요즘처럼 경제상황이 좋지 않고 변동성이 심할 때는 판단이 참 쉽지 않다”며 “그만큼 통화정책의 중요성이 커지고 금통위원 한 명 한 명의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l 한국판 양적완화론에 대한 대응은…
당장 이들은 데뷔 무대인 5월 금통위부터 금리 인하 여부를 두고 고심할 가능성이 크다.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한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통해 꺼져가는 경기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는 시장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주열 총재는 “올해 성장률은 연초에 전망했던 3%를 다소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올해도 3%대 성장이 쉽지 않다는 걸 공식화한 셈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한국판 양적완화론’을 내세우며 금통위에 보다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주문하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췄지만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한은이 시중에서 산은 채권이나 주택담보대출증권을 사주는 방식으로 시중에 돈을 풀어주자는 것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경기 부진이 애초 예상보다 깊게 이어지고 있다”며 “2분기 내에 한 차례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고 추가 인하 여력도 있다”고 말했다. 4월 금통위는 기존 위원들이 임기를 하루 앞둔 19일에 열려 금리를 조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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