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세계 속으로] 까칠한 무정란 모습 ‘3포세대’ 닮아 … 트위터 팔로어 62만 명

기사 이미지

일본에서 나온 ‘게으른 달걀’ 캐릭터 구데타마는 매사가 귀찮고 무기력한 현대인의 속마음을 대변해 아시아권에서 인기다. 베이컨을 이불 삼아 덮고 자는 게 낙이다. [사진 산리오]


일본에서 만들어진 ‘게으른 달걀’ 만화 캐릭터가 아시아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폭넓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캐릭터의 이름은 ‘구데타마(ぐでたま)’다. ‘구데구데’는 술 취한 사람이 흐느적거리듯 게으른 모습, ‘타마’는 달걀을 뜻한다.

2013년 등장한 구데타마는 3년 만에 아시아 청춘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구데타마의 공식 트위터 계정 팔로어는 62만 명이 넘는다. 구데타마(#Gudetama)에 해시태그(#)를 달아 영어로 검색해도 30만 건의 글이 쏟아진다.

일본에서 널리 쓰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라인에서는 지난해 12월 기준 가장 많이 내려받은 캐릭터 1위를 차지했다. 카카오톡 스티커 보내기 기능에도 구데타마의 한글 버전이 있다.

| 연필·노트·가방 등 관련 상품 1700개
홍콩, 달걀 모양의 팥빵·만두 불티
미국 LA에 구데타마 식당 문 열어

 
기사 이미지

달걀을 모티브로 한 구데타마 딤섬 등으로 출시돼 팔리고 있다.


스마트폰 밖에서도 구데타마를 만날 수 있다. 연필·노트·가방·파자마 등 1700여 개 관련 상품이 출시됐다. 달걀을 얹어 밥과 함께 비벼 먹으면 꿀맛인 간장 광고에도 구데타마 캐릭터가 붙어 있다. 대만 유명 서점 체인 청핀(誠品)서점 등에서 구데타마 관련 서적은 베스트셀러다.

구데타마의 활약이 두드러진 분야는 외식업계다. 홍콩 젠사쥐에는 구데타마 모양을 한 팥빵·만두 요리를 파는 식당이 문을 열었다. 일부 손님은 구데타마 얼굴을 한 팥빵의 엉덩이를 눌러서 팥소가 빠져나오게 하는 장난을 친다. 이를 촬영해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미국 LA에는 구데타마 식당이 개점했다.
 
기사 이미지

구데타마는 42년 된 고양이 캐릭터 헬로키티를 만든 일본 기업 산리오가 창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헬로키티는 출시된 지 40여 년이 지나서야 푸드 트럭과 컬래버레이션을 했는데 이에 비하면 구데타마의 인기는 대단히 빨리 올라온 셈”이라고 보도했다.

산리오는 여세를 몰아 지난달 18일부터 5월 31일까지 도쿄에 위치한 캐릭터 테마파크 퓨로랜드에서 구데타마를 주인공으로 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달걀을 이용해 만든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맛집들이 설치됐다. 구데타마 상점을 돌아다니며 쇼핑도 하고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도장 찍기’ 놀이도 할 수 있다.

구데타마의 성격은 게으르고 까칠하다. “5분 더 자련다” “날 좀 내버려둬” “이제 집에 가도 되느냐” 같은 말을 툭툭 내뱉는다. ‘좋은 아침’이란 인사말도 비틀어서 “오하요고자이마셍(좋은 아침이 아니네요 )”이라고 한다. 구데타마의 취미는 빈둥거리기로, 틈만 나면 ‘베이컨’ 이불을 덮고 잠을 청한다.
 
기사 이미지

커스터드 크림을 넣은 디저트 등으로 출시돼 팔리고 있다.


예쁘지도, 착하지도, 심지어 성실하지도 않은 구데타마의 인기 비결은 뭘까. 늘 피로를 달고 사는 현대인들이 느끼는 솔직한 심경을 대변하는 게 구데타마의 매력이다. 『가와이(可愛い), 귀여움의 문화』라는 일본 대중문화 서적을 쓴 문화평론가 오카자키 마나미(岡崎眞奈美)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구데타마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던 마음의 소리를 단지 입 밖으로 냈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격무에 시달리고 있어도 내색하기 쉽지 않은 일본의 직장 문화에서 구데타마의 솔직함은 ‘혁명적’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싱가포르의 한 매체는 “달걀은 원래 문학적으로 새로운 삶, 부활의 상징이지만 구데타마는 의욕 없고 느릿느릿한 캐릭터로 그려진다. 사람들은 구데타마의 ‘의외성’을 좋아한다”고 분석했다.

 
기사 이미지

여행용 가방 등 캐릭터 상품이 1700여 개에 이른다. [중앙포토]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하고 오늘은 치킨을 먹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들이라면 격하게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도 있다. 산리오의 2015년 반기(4~9월) 회계보고서 표지에는 구데타마가 등장한다. 당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3% 감소했다. 그런데 표지에 그려진 구데타마의 말풍선에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열심히 할게요”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일본 네티즌들은 “화가 난 주주들도 구데타마가 너무 천연덕스럽다 보니 헛웃음을 지으며 용서할 거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구데타마가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를 연상시키는 캐릭터라는 점에도 청춘들은 공감한다. 구데타마는 무정란으로 그려진다. 난자와 정자의 접합으로 이뤄진 게 아닌 무성(無性)을 상징하는 것이다.

구데타마는 일본인들이 선호하는 ‘가와이(귀여움) 문화’에서 한 발짝 떨어진 ‘기모가와이(きも可愛い)’ 문화를 형성했다. 기모는 ‘기모치 와루이’의 줄임말로 기분 나쁘다는 의미다. ‘기모가와이’라고 하면 징그러우면서도 귀여운 구석이 있는 것을 지칭한다. 헬로키티처럼 고전적으로 사랑스러운 ‘가와이’ 캐릭터 대신 징그러워도 매력이 있는 ‘기모가와이’를 발산하는 구데타마가 인기라는 것이다.

왜 달걀이었을까. 산리오 캐릭터팀 직원들은 매달 신규 캐릭터를 하나씩 만들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음식물을 캐릭터화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구데타마 역시 산리오 직원이 만든 것이다. 구데타마와 쌍벽을 이루는 산리오의 인기 음식 캐릭터는 ‘기리미(きりみ)’다. 생선 토막을 뜻하는 기리미는 스시(초밥) 위에 얹어진 연어 살코기 캐릭터다. 일본 농림수산성이 수산물 소비를 촉진하고자 지난해 산리오에 의뢰해 만들었다.
 
캐릭터 잘 만들면 돈방석…'구마몬’ 작년 매출 1조720억

캐릭터 산업은 ‘굴뚝 없는 산업’이다. 인간의 상상력을 통해 손끝에서 창조되는 캐릭터들은 연예인과 달리 나이를 먹지 않고 스캔들을 일으킬 일도 없다. 한번 잘 만든 캐릭터는 좋은 이미지를 계속 가져갈 수 있어 효자 상품 노릇을 톡톡히 한다.

‘캐릭터의 천국’ 일본에서는 ‘도라에몽’(1969), ‘호빵맨’(1973) 등 쟁쟁한 캐릭터들이 모기향 광고부터 국가 홍보대사까지 전천후로 활약한다. 2012년 일본 캐릭터 관련 용품 시장은 160억 달러(약 18조4000억원)에 달했다. 캐릭터 전문기업 산리오는 2014년 65억 달러(약 7조5000억원)를 캐릭터 라이선스 사업으로 벌어들였다.

일본은 ‘유루캬라’도 발달했다. ‘부드럽다’는 뜻의 ‘유루이(ゆるい)’와 ‘캐릭터’가 합쳐진 말이다. 어딘가 부족한 듯하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캐릭터라는 뜻이다. 말·곰 등 동물이나 사과·배 등 지역 특산품이 유루캬라로 만들어진다. 2010년부터 일본은 매년 ‘유루캬라 대회’를 연다. 첫 회 169개가 출품됐으며 지난해 1727개가 등장해 10배 이상 늘었다. 2011년 대상을 받은 구마모토(熊本)의 캐릭터 ‘구마몬’ 관련 매출은 지난해 1007억 엔(약 1조720억원)에 달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