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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일본 사형수들이 떨고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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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헌
도쿄 특파원

사형 확정 판결을 받고 34년, 체포 직후부터 따지면 48년간 옥살이를 하다 풀려난 일본 사형수가 있다. 하카마다 이와오. 지난달 10일 80세 생일을 맞았지만 본인은 23세라고 주위에 말한다. 일본 페더급 6위까지 오른 권투 선수였다. 프로 복서로 데뷔한 1959년이 23세 때다.

연간 최다 열아홉 경기를 치르다 몸에 문제가 생겨 링에서 내려왔다. 66년 직장 상사 일가족 네 명의 살인사건에 휘말렸다. 살인·방화 혐의로 붙잡혀 80년 사형이 확정됐다. 결백을 주장했지만 소용없었다. 누나의 끈질긴 노력 끝에 2014년 범인 옷에 묻은 혈흔이 그의 유전자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다. 형 집행이 정지돼 석방됐다. 하지만 검찰은 항고했고 재심은 2년 넘게 열리지 않고 있다.

하카마다는 감옥 생활 대부분을 독방에서 보냈다. 시즈오카(靜岡) 지방재판소는 “매우 장기간 사형의 공포 아래 구금생활을 했다”며 “계속 구금하는 것은 정의에 반(反)한다”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3일 “정신장애를 얻은 그가 망상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선 집행 날짜를 절대 알려주지 않는다. 사형수들이 매일 극도의 공포에 시달리는 이유다.

일본의 미집행 사형수는 124명. 이들의 공포가 최근 커지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사형 집행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집행 간격도 짧아졌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와키 미쓰히데(岩城光英) 법무상은 5개월간 두 차례에 걸쳐 네 명을 저세상으로 보냈다. 전임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법무상은 재임 11개월간 단 한 명을 교수대에 세웠다.

지난달 25일 두 명의 사형수가 또 갔다. 가마타 야스토시(鎌田安利·75)는 여성 다섯 명을 살해한 혐의로, 요시다 준코(吉田純子·56)는 간호학교 동급생과 공모해 그들의 남편 두 명을 죽이고 사망 보험금을 가로챈 혐의로 사형을 당했다. 이와키 법무상은 “파렴치한 이유로 잔인하게 목숨을 빼앗았다”며 “신중하게 검토해 형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3개월 간격으로 사형을 계속 집행할지에 대해선 “사형수와 피해자 유족의 심적 안정을 해칠 수 있다”며 답변을 피했다.

지금까지 총 4년4개월간의 1·2차 아베 정권하에서 26명의 사형수가 처형됐다. 80년 이후 36년간 교수형을 당한 120명의 22%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아베 정권이 목숨을 경시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재임 시 사형 집행 명령을 내리지 않았던 히라오카 히데오(平岡秀夫) 전 법무상은 “사형은 돌이킬 수 없다”며 폐지를 주장했다. 전후(戰後) 일본에선 네 명의 사형수가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일본은 확정된 형을 엄정하게 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은 97년 23명을 끝으로 집행을 멈춘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다. 두 나라 모두 찬반 논란이 뜨겁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 단 한 명이라도 억울한 죽음을 막을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되지 않을까.

이정헌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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