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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예술-무용] 파르르 떨리는 지젤의 입술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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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주
무용평론가

순진한 시골 처녀 지젤은 세련된 귀족 청년 알브레히트와 사랑의 춤을 춘다. 수줍음이 많아 자꾸 시선을 피하는 여자를 노련하게 다루는 남자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둘의 애정어린 눈빛은 꽃잎을 따며 사랑점을 치는 순간, 정점에 이른다. 왼손은 심장에, 오른손은 하늘 높이 들어 사랑을 맹세하는 알브레히트를 지켜보는 지젤의 입술이 행복에 겨워 파르르 떨린다.

유니버설발레단 ‘지젤’ 1막의 한 장면이다. 어떻게 떨리는 입술까지 볼 수 있었느냐고? 실제 공연이 아니다. 대형 스크린이다. 다양한 각도의 카메라 앵글과 서라운드 음향이 주는 역동미가 압권이다. 오페라글라스로도 보기 힘든 무용수의 섬세한 표정연기와 얼굴에 흐르는 땀방울 하나하나를 보는 것도 의외의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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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으로 옮겨진 낭만 발레 대표작 ‘지젤’. 무용수의 땀방울까지 보여준다. [사진 서울 예술의전당]


서울 예술의전당 영상사업(SAC on Screen)이 누적관객 10만 명 돌파를 기념해 특별상영회(3월 22~25일)를 열었다. 영상으로 본 ‘지젤’은 지금껏 숱하게 본 무대의 ‘지젤’과는 분명 다른 체험이었다. 사실 라이브 공연의 영상 변주는 최근 트렌드다. 선두주자는 예술의전당. 4년 전부터 오페라·무용·뮤지컬 등 총 12편을 영상으로 탈바꿈시켜 전국 문예회관·군부대·해외문화원 등으로 보급하고 있다. 초창기엔 “공연의 본질을 훼손한다”며 반대도 있었지만, 이젠 문체부로부터 제작비 10억원을 지원받는 등 나름 안착하고 있다. 국립극장도 동행하고 있다. 영국 내셔널시어터의 영상사업 ‘NT Live’를 2년 전부터 소개해 명작에 목말라하는 매니어의 열띤 호응을 이끌고 있다. 특히 올 2월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주연한 ‘햄릿’을 상영해 횟수를 늘려야 했다.

공연을 스크린으로 옮기는 작업은 분명 저변 확대 측면에서 효과가 크다. 공연장보다 영화관 찾기가 훨씬 간편하기 때문이다. 문화 소외지역에 예술을 전달한다는 의미도 크다.

물론 공연의 핵심 가치인 ‘일회성의 미학’이라는 측면에서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수정은 물론 재생·반복이 가능하니 말이다. 저변 확대 이후 실질적인 효과에도 의문이 든다. 영상으로 저렴하게 공연을 볼 수 있다면 누가 값비싼 티켓 값을 지불하겠는가. 막상 공연장을 찾았다고 한들 영상기술을 벗겨낸 무대에 만족할까.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 대중화를 향해 우리 공연계가 갈 길은 아직 멀고도 멀다.

공연과 영상은 창작부터 감상까지 다른 맥락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공연 영상작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초보 관객을 위한 극중 해설과 출연자 인터뷰도 무대에선 할 수 없는 일이다. 장애인을 위한 특별영상, 애호가를 위한 전막 기록영상 등 다양한 콘텐트도 가능하다. 공연계 블루오션이라 일컫는 ‘태양의 서커스’의 세계적 성공엔 클로즈업과 슬로 모션을 활용한 영상물이 결정적이었다. 그야말로 융·복합 시대 아닌가. 고정관념을 깨고 무대 변화에 적극 동참할 때다.

장인주 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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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