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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 대통령, 선거개입 오해 부르지 말아야

박근혜 대통령이 미주 순방외교에서 귀국한 지 이틀 만에 청주·전주를 방문했다. 두 도시에 각각 조성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아 중소벤처 지원과 청년일자리 창출의 성과를 점검하고 격려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런데 지역 상공인들과 간담회에서 오해 살 수 있는 말을 했다. “이번에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20대 국회는 확 변모되는 국회가 되기를 여러분과 같이 기원하겠다”고 한 것이다. 대통령이 지역경제 살리기 행사에 참석해 정치적으로 여러 다른 입장을 갖고 있을 시민들을 상대로 굳이 선거 얘기를 꺼낸 건 부적절했다. 그것도 ‘확 변모하는 20대 국회’ ‘여러분과 같이 기원’처럼 지역 유권자의 선택 방향을 유도하는 듯한 정치적 주장을 폈으니 선거에 영향을 주는 행위라 지적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박 대통령은 과거에도 “경제의 발목을 잡는 무능한 국회를 심판해 달라” 같은 말을 여러 번 했는데 이날 발언도 그런 맥락이다. 문제는 지금이 공식적인 선거운동 기간이라는 점이다. 공직자는 선거 기간 중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이 ‘야당 심판론’ 같은 노골적인 표현을 쓰지 않았지만 그런 취지가 배어 있는 것으로 많은 사람이 이해할 소지가 있다. 1여2야에서 압승이 예상되던 선거 구도가 눈뜨고 봐주기 어려웠던 새누리당 공천파동으로 위기의 판세로 전환되자 박 대통령 마음에 선거 본능이 꿈틀거렸는지 모르겠다.

야당의 “선거운동이 가장 치열한 때 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는 대통령의 지방순회를 중단하라”(더불어민주당),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도 고쳐 쓰지 말아야 한다”(국민의당)는 비판을 청와대가 경청할 필요가 있다. 창조경제를 성공시키겠다는 박 대통령의 집념이나 선거 기간이라 해서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제한돼선 안 된다는 원칙을 우리는 이해한다. 하지만 청와대가 대통령의 지방순회 행사를 굳이 선거일을 코앞에 둔 시점, 사전투표가 진행되는 날 잡은 건 현명하지 못했다. 정무적 고려의 과잉이거나 정무적 판단의 결핍이다. 새누리당을 추락시킨 꼴불견 공천 사건이 청와대와 집권당 실력자들이 대통령의 뜻을 받든답시고 정무적 지혜 없이 아마추어처럼 굴었기 때문에 일어난 것임을 자성해야 한다.

청주는 선거구 4곳이 모두 여야 후보 간 예측을 불허하는 초박빙 지역으로 분류된다. 전주의 한 선거구는 이 지역 사상 처음으로 새누리당(전신인 한나라당 등 포함)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거론되는 곳이다. 이런 예민한 지역에 대통령이 대기업 회장과 관련 장관, 청와대 수석, 관계 기관장들을 끌고 내려가 현지 산업의 확대와 일자리 만들기를 약속했으니 표심을 자극했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대통령은 경제·안보의 위기가 깊어갈수록 초당적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대통령은 권력 강화에 사심이 없고 정책 집행이 공평하다는 믿음을 국민 마음에 심어야 한다. 그럴 때 박 대통령이 얻게 될 통치 효과는 의석 한두 개 얻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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