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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파나마에서 무슨 일이…

? VIP 독자 여러분, 중앙SUNDAY 편집국장 이정민입니다.



? 하버드 법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변호사 미첼 맥디르-. 월가도 탐낼만한 스펙을 갖춘 맥디르가 미국 중남부의 작은 도시 멤피스의 로펌 '벤디니,램버트 &로크'를 택한 건 환상적인 계약조건 때문이었습니다. 월가를 능가하는 고액 연봉, 꿈에 그리던 마당딸린 집을 살 수 있는 저금리 대출, 공짜에 가까운 파격적인 BMW 자동차 임대. 완벽한 사내 복지제도에 감복해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던 맥디르가 어느날 회사의 비밀과 맞닥뜨립니다. 이직률 0%의 비밀-. 자발적으로 회사를 퇴직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으며, 회사를 떠난 사람은 죽은 사람뿐이었다는 데 의심을 품은 맥디르는 사설탐정을 고용,이 로펌이 검은 돈 세탁과 범죄조직의 세금 탈세 처리를 해주고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챕니다. 겉으론 세금전문 로펌인 것처럼 위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마피아를 통해 흘러들어온 돈을 관리하는 회사였던 겁니다. 회사의 비밀을 폭로하려던 변호사들은 예외없이 자동차 사고나 다이빙 사고로 위장돼 죽음을 당했고요.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케이먼 제도가 돈 세탁의 무대로 등장합니다. 불법자금을 페이퍼 컴퍼니로 전신환 송금한 뒤 실제 자금 거래가 있었던 것처럼 꾸며 돈세탁을 하는 방식이죠. 존 그리샴의 추리 소설『The Firm』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파나마 페이퍼 스캔들'은 『The Firm』의 스토리 전개와 너무 닮아 있습니다. ①세금도피를 돕는 로펌 ②조세피난처 ③은밀한 내부거래를 폭로한 내부자라는 세가지 구성요소가 바탕을 이루며 극적 흥미를 더합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문제의 로펌 모색 폰세카가 겉으론 자산운용 대행사로 위장하고 있지만 전세계 30만개가 넘는 기업들을 위해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와 스위스등에 조세회피를 위한 페이퍼 컴퍼니 설립 업무를 해왔다고 보도했습니다. 케이먼 제도나 버진 아일랜드 모두 조세피난의 대명사로 통하는 지역이죠. 더구나 모색 폰세카의 공동 창업자인 라몬 폰세카는 최근까지 파나마 대통령의 자문역으로 활동할 정도로 파나마 정·관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고 하는군요.? 세계의 '구린 돈'들이 몰리는 케이먼 제도나 버진 아일랜드 같은 조세회피지역을 영어로는 'Tax Heaven'이라고 한다죠? 세금이 거의 없거나 아주 낮고 본국 정부의 규제나 간섭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탈세와 불법적 돈 세탁엔 그야말로 '세금 천국'인거죠. 탈세 기업들은 교묘한 내부거래를 통해 조세회피지역에 세운 페이퍼 컴퍼니로 이익을 몰아줘 세금을 회피하거나, 돈 세탁을 거친 검은 돈을 합법적 자금으로 둔갑시켜 본국의 증시에 다시 우회상장하는 수법으로 재산을 불립니다. 보도에 따르면,버진 아일랜드에만 약 12만 개의 페이퍼 컴퍼니가 있다고 하는군요.



? 소설속 주인공인 맥디르는 그 좋은 머리를 엄청 굴려 회사의 비밀을 FBI에 넘깁니다. 폭로의 대가로 거액을 챙겨 아내와 함께 카리브해의 한 마을로 숨어들어가는 것으로 소설은 끝납니다. 반면 '파나마 페이퍼 스캔들'의 폭로 주역은 베일에 가려져 있습니다. 해커의 소행이란 주장이 나올 뿐 오리무중입니다. 현재까지 공개된 1150만건 외에 또 어떤 자료가 쏟아져 나올지 알 수 없는 노릇이죠.? '파나마 페이퍼 스캔들'은 세계적 셀럽들을 한방에 훅 가게 하는 위력을 발휘중입니다. 특히 평소 고상한 말씀 많이하시며 성인 군자인양 행세하던 분들, 입만 열면 부패 척결을 외치던 분들, 열광적인 팬클럽을 거느린 배우와 영화감독, 스포츠 스타들이 망신을 톡톡히 당하고 있지요. 국내에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자 국세청이 탈루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고, 아이슬란드는 총리가 사퇴하면서 정정 불안과 혼란에 휩싸였습니다.? 영국 총리 캐머런도 위기에 놓였죠. 선친이 역외펀드 재산을 소유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이 꼬리를 물자 결국 총리에 오르기 직전인 2010년 주식을 매각했다고 실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뿐 아닙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반(反)자본주의적 색채가 강한 영화를 만들었던 스탠리 큐브릭 감독, 쿵푸 액션스타 성룡,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아들 마크 대처, 왕위계승 서열 5위인 앤드류 왕자의 전 부인 사라 퍼거슨, 기사 작위를 받은 골프선수 닉 팔도….?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셀럽들은 궁색한 변명을 내놓으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입니다. 이미지 실추와 명성에 먹칠한건 물론이고 자칫하다간 거액의 징벌적 세금을 토해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니까요.? 이중에서도 특히 곤혹스런 처지에 놓인건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아닐까요. 부패 척결을 기치로 정적을 제거하고 권력 기반을 강화한 시 주석 아닙니까. 그런데 장가오리·류윈산 상무위원등 공산당 고위 간부 친인척들이 줄줄이 파나마 페이퍼 스캔들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으니 말입니다. 매형 문제는 시 주석의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입니다. 시 주석의 매형은 2009년 버진 아일랜드에 회사 2곳을 설립했고, 시 주석이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기 직전 역외기업 3곳을 추가로 사들였다고 하니 시 주석이 부패척결이란 말을 입에 올리기도 민망하게 됐죠. 반부패 캠페인에 제동이 걸리는 것은 물론 차기 후계구도와 공산당내 세력 판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옵니다.



? 이번주 중앙SUNDAY는 '파나마 페이퍼 스캔들'을 집중 해부하는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조세회피가 가능한 정치·경제적? 배경, 전세계의 검은 돈들이 어떻게 세탁·유통되는지, 파나마 페이퍼에 이름을 올린 정·재계 실력자들, 각 나라에 미치는 영향, 시진핑의 반부패 전쟁과 후계구도는 어떻게 될지를 심층적이고 입체적으로 취재했습니다. 뚜껑 열린 판도자 상자의 끝은 어디일지 궁금하신 독자분들이라면 이번주 중앙SUNDAY를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이번 파나마 스캔들에서도 보듯이 결국 부패로부터 사회를 투명하게 이끌어 가는 건 위정자가 아니고 유권자의 몫입니다. 권력은 언젠가는 부패합니다. 납세자인 유권자들이 눈 부릅뜨고 똑똑한 감시자의 역할을 다해야 납세자의 몫과 권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다음주 수요일(13일)은 국회의원 총선거일입니다. 4년에 한번 유권자들이 '갑'으로 큰소리치는 날입니다. 여러분의 권리, 절대로 포기하기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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