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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재그 가는 수상한 배, 잡고 보니 만취 선장

평택항만관제센터(VTS)는 지난 6일 낮 12시쯤 서해 풍도(행정구역상 경기도 안산시) 부근을 운항 중인 선박의 항적(航跡·배가 이동한 경로)에서 이상 징후를 감지했다. 정상적인 항로를 따라 운항하지 않고 20분간 배가 지그재그로 움직였다.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라”는 관제센터의 명령도 선박은 따르지 않았다. 음주운항을 직감한 관제센터 측이 평택해양경비안전서에 “음주운항이 의심되는 선박이 있다”고 신고했다. 해당 선박은 161t짜리 예인선 S호였다.

세월호 사고 2주년 코앞인데
해상 안전불감증은 그대로
전문가 “불시 음주단속 등 필요”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 경비정은 낮 12시50분쯤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부두로 접안하던 예인선 선장 박모(60)씨를 상대로 음주운항 여부를 측정했다. 박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02%로 만취 상태였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건장한 성인을 기준으로 혈중알코올농도가 0.2%를 초과하면 소주 2병가량을 마신 것으로 추정한다. 해경이 음주측정을 할 당시 박씨는 혀가 꼬여 있었고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조사 결과 박씨와 선원 등 6명이 탑승한 S호는 5일 오후 6시쯤 군산항에서 모래 바지선 H호(2876t)를 예인해 출항, 현대제철부두까지 이동했다. 박씨는 6일 오전 7시부터 두 시간가량 술을 마신 것으로 드러났다. 술을 마신 이유에 대해 박씨는 “저속으로 운항하는 예인선을 몰다 지루함을 달래려고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 해경은 박씨가 8일 출두하면 추가 조사를 벌인 뒤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해상음주는 혈중알코올농도가 0.03%를 초과하면 처벌을 받는다. 육상 음주운전 처벌 기준(0.05% 이상)보다 엄격하다. 그만큼 대형사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단속되면 해사안전법에 따라 5t 이상 선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해경 관계자는 “선장이 술을 마셔도 선원들이 신고하지 않는 것이 오랜 관행”이라 고 말했다.

세월호 사고 2주년(4월 16일)이 다가오지만 선장 박씨의 사례처럼 해상에서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때 해경과 VTS에 신고를 하거나 선원들에게 지시를 내려야 할 선장이 여전히 술에 취해 배를 몰고 있다. 2013년 102건이었던 해상 음주운항 단속건수는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2014년 78건으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131건으로 급증했다. 적발건수를 놓고 보면 2011년 이후 가장 많았다. S호처럼 예인선이 16건으로 최근 5년간 가장 많이 적발됐다.

해경은 인력과 장비 부족을 호소한다. 평택해경이 관할하는 평택·당진항은 하루 평균 260여 척의 선박이 입·출항한다. 50t 규모의 경비정 2척이 입·출항과 해상사고, 구조 등을 모두 처리하고 있다.

대전대 박충화(안전방재학부) 교수는 “해상사고 확률은 육상사고보다 낮아도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인명과 재산 피해가 엄청나다”며 “불시 음주단속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진·평택=신진호·최모란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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