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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올리면 일자리 줄어든다고?…도전받는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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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와 공급. 학창 시절 경제학 수업을 들었던 사람이라면 두터운 경제학 원론서에 그려진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을 기억할 것이다. 경제학 교과서에 실린 수요와 공급 모델에 따르면 ‘최저임금의 상승은 최저임금 근로자의 고용을 줄인다’라고 돼 있다.

[똑똑한 금요일]
최저임금을 보는 두가지 시각


오랜 시간 정설로 받아들여지던 이 개념이 최근 들어 도전받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수년간 최저임금을 인상한 영국 등에서 실업률이 낮게 유지되면서 최저임금을 높이면 일자리가 준다는 기존 경제학자들의 견해가 흔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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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독일이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데 이어 최근엔 영국을 비롯해 미국·일본에서 속속 최저임금을 높이고 있다. 영국은 지난 1일부터 25세 이상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시간당 6.7파운드(1만883원)에서 7.2파운드(1만1700원)로 올렸다. 미국에서는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가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1만7300원) 선으로 올렸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올해 시간당 6030원)을 논의하기 위해 7일 회의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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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은 근로자가 받는 임금을 국가가 법으로 정해 ‘최저 수준’을 강제하는 제도다.

 국가가 근로자의 임금을 강제하는 제도의 연원은 13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와 백년전쟁을 했던 영국의 에드워드 3세(1327~1377년)는 1348년 흑사병이 돌아 인구가 급격히 줄자 고민에 빠졌다. 노동력이 줄어들자 임금이 치솟았다. 당시 네덜란드로부터 기술자를 불러들여 모직 산업을 키우던 그에게는 위기였다. 양모 생산국에서 모직 생산국으로 도약하려면 인건비의 안정이 필요했다. 에드워드 3세는 1349년 법으로 임금상한선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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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인 의미에서의 ‘최저임금제’가 최초로 도입된 곳은 뉴질랜드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빅토리아 여왕(1819~1901년)은 식민 영토를 늘려 갔다. 뉴질랜드는 그중 하나였다. 산업혁명 후 불거진 기계파괴운동인 ‘러다이트 운동’을 시작으로 영국 내에선 정치 참여를 주장하는 요구가 일기 시작했다. 『자유론』을 쓴 영국의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의 영향도 컸다.

1894년 뉴질랜드에서 최저임금제가 시작된 건 여성과 아이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뉴질랜드에선 직물 산업이 발달하면서 임금이 싼 여성과 아이들의 노동 착취가 극심했다. 영국은 ‘산업조정중재법’을 제시했다. 여기엔 복지제도의 일환으로 뉴질랜드에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임금위원회’를 설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2년 뒤엔 같은 식민지였던 호주에도 최저임금제가 도입됐다. 영국에선 1909년에서야 최저임금제(빅토리아 임금위원회법)가 시행됐다.

영국의 결정은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에선 12년 매사추세츠주에서 처음으로 최저임금제를 도입했다. 미국의 최저임금제는 ‘연방 최저임금’과 각 주가 정하는 최저임금으로 구분된다. 연방 최저임금제는 상당한 진통을 겪은 뒤 38년에서야 도입됐다. 진통을 견뎌낸 이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1882~1945년)이다.

루스벨트는 29년 대공황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자 극약처방에 들어간다. 경기부양을 위해 ‘뉴딜정책’을 실시하면서 동시에 주당 12~15달러라는 최저임금을 약속했다. 임금을 올리면 소비가 늘어나 더 많은 사람이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의 이런 취지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국 대법원은 루스벨트 대통령이 만든 법(전국산업부흥법)을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36년 대선에서 이긴 그는 최저임금제를 계속 밀어붙였다. 결국 37년 대법원이 워싱턴주의 최저임금법이 합헌이라고 판결했고, 이듬해 최저임금법(시간당 0.25센트)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그럼에도 미국 학계에서는 최저임금이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줄인다는 걸 정설로 받아들였다. 심지어 82년 미국 최저임금연구위원회조차 “최저임금 인상은 10대와 25세 미만의 청년층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90년대 이후부턴 찬성과 반대가 팽팽히 맞서기 시작했다. 경제학자 중 포문을 연 대표 주자는 앨런 크루거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다. 그는 94년 자신의 논문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10대 고용이 감소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92년 뉴저지주에서 이뤄졌던 최저임금 인상과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10대들의 임금 관계를 분석했다. 그의 연구 방식은 지금껏 이어져 2013년 데일 벨먼 미시간주립대 교수 역시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유의미한 부정적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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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거들고 나왔다. 이해에 오바마는 국정연설을 통해 “연방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물가상승률에 연동시키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주류 경제학자들은 여전히 “최저임금이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요나 루빈스타인 브라운대 교수(2011년)와 제러미 웨스트 MIT대 교수(2013년)는 “여전히 최저임금은 일자리를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미국 보수주의 성향의 헤리티지 재단 역시 2013년 연구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의 부비트랩”이란 주장을 펴기도 했다. 헤리티지 재단은 오바마 대통령이 주장한 시간당 최저임금을 반영하면 미국에서 연간 평균 21만7000개(2014~2023년)의 일자리가 줄고, 국내총생산(GDP)이 연평균 299억 달러 줄어든다고 밝혔다.

이렇듯 최저임금제를 둘러싼 논란은 언제나 평행을 달렸다. 오죽했으면 최저임금제가 세계에 뿌리내리도록 역할 한 영국조차 1993년 돌연 이 제도를 폐지했다. ‘최저임금이 고용을 줄이는 게 아닌가, 빈곤을 감소시키는 데 기여하는가’, 이런 의문이 끊이지 않은 탓이었다. 영국은 하지만 6년 만인 99년 다시 최저임금제를 도입했다. 그만큼 최저임금제를 둘러싼 정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최저임금제 도입과 인상이 점점 확산한다는 점이다. 이런 달라진 기조 변화는 국내에서도 피해 갈 수 없다. 여야 정치권은 20대 총선을 맞아 올해 6030원인 시간당 최저임금을 내년엔 1만원대로 올리겠다는 등의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노총은 “세계 각 나라가 최저임금을 올리는 건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여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취지”라며 “우리도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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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세계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 중

반대로 기업을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과거에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이 낮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성장률과 명목임금성장률을 웃도는 속도로 최저임금이 올라가고 있어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낮은 수준이 아니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현재 최저임금은 월 126만원으로 시간당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면 월 임금은 209만원으로 상승해 9급 공무원(134만6000원)보다 많아진다”며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중소기업의 50%가 채용을 줄이겠다고 응답했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을 올린다고 빈곤을 해소할 수 있느냐’도 논쟁거리다. 한국노동패널(2010년 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근로자의 약 65%가 빈곤 가구가 아닌 저소득·중산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보다는 열심히 일해 소득이 늘어나는 저소득 근로자에게 장려금을 더 주는 근로장려세제(EITC) 같은 제도를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유경준 통계청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원 재직 당시인 2013년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영세사업장을 중심으로 최저임금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빈곤 감소가 정책목표라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보다 근로장려세제 같은 제도로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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