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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한 직장인, 보석으로 변하는 모습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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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씨남정기’의 대본을 쓴 주현 작가(오른쪽)는 8년의 직장 생활을 경험했다. 극중에서 대기업에도 당당히 맞서는 마녀 같은 직장상사 옥다정(왼쪽)의 등장은 ‘갑’에 쩔쩔매며 매사 ‘을’로 살아온 중소기업 과장 남정기의 삶을 뒤흔든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다 보시면 남정기가 찌질하지 않구나, 참 보석 같은 남자구나 느끼실 거에요. 옥다정의 전 남편 세 사람이 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멋진 남자들이잖아요. 그런 누구보다도 남정기 과장이 빛나는 모습, 그의 진한 인간애가 결말이 되지 않을까요.”

첫 작품서 호평받은 작가 주현
자랑않고 묵묵히 일만 하는 남자
내 남편, 아버지일 수도 있죠
갑에게도 할 말 다하는 센 언니
현실에 드물어 더 응원 받죠


JTBC 금토드라마 ‘욱씨남정기’의 주인공 남정기(윤상현 분)를 두고 주현(42) 작가가 한 말이다. 화장품 하청생산을 주로 하던 중소기업이 배경인 이 드라마는 코믹하고 통쾌한 전개로 직장 생활의 속살을 생생히 그려 호평을 받고 있다. 시청률도 상승세다. 미니시리즈가 처음인 신인작가로는 놀라운 반향이다. 큰 화제를 모았던 직장 드라마 ‘미생’이나 ‘직장의 신’과 달리 원작도 없다. 온전히 그의 대본이 바탕이다.

“화장품 회사라는 설정은 막연히 시청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것 같아 택한 거였죠. 취재하면서 알고보니 여성이 많이 진출하고 승진도 하는 분야라 주인공 옥다정(이요원 분)에 잘 맞아떨어졌죠. 제가 느끼기에 하청업체와 원청업체의 관계는 다른 분야도 비슷한 것 같아요. 직장 생활도 그렇고. 그래서 시청자들이 호응해주시는 게 아닐까요.”

짐작대로 그는 대학 졸업후 8년쯤 직장 생활을 경험했다. 화장품 회사는 아니고 증권회사였다.

‘욱씨남정기’의 출발은 선배이자 작가수업 시절 은사인 강은경 작가(‘제빵왕 김탁구’, ‘가족끼리 왜 이래’ 등)가 던진 캐릭터였다. “‘욱하는 여자’와 ‘소심한 남자’였어요. 재미있겠다 싶어 일주일만에 캐릭터 시놉시스를 썼죠.” 두 사람이 같은 아파트에 살고, 같은 직장에서 일한다는 설정을 발전시키고 관련업계를 취재했다.

그 결과로 완성된 두 주인공 캐릭터는 현실적인 공감과 판타지적 쾌감이 조화를 이룬다. 특히 남정기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가장이면서도 매사 ‘을’의 처지라 못나고 찌질한 일을 거듭해 공감과 웃음을 동시에 안겨준다. “묵묵히 일할뿐 자기 PR이 없는 사람, 근데 없어지면 그 빈 자리가 큰 사람이죠. 내 남편일 수도, 아버지일 수도 있는 사람이에요. 직장 다니면서 만난 여러 선후배들도 떠올렸어요.”

작가는 중소기업 사장 조동규 캐릭터에도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스트레스 받으면 연양갱을 마구 먹는 모습은 작가 자신의 버릇 그대로다.

“굉장히 귀가 얇은 사람이에요. (옥다정의 주장으로 자체 브랜드를 시작하면서) 내가 이 작은 회사를 잘 이끌 수 있을까, 망하냐 사느냐의 기로에서 초조하고 불안해하는 중년의 모습을 보여주려던 것인데 유재명씨(‘응답하라 1988’의 학생주임 역)가 워낙 맛깔난 연기로 잘 살려주셨죠.”

반면 옥다정은 그도 “직장에서 본 적은 없지만 한번쯤 그래봤으면 했던” 판타지 요소가 다분한 캐릭터다. 부하직원을 다그칠 때는 물론 갑질하는 대기업에 맞설 때도 매섭도록 당당한 ‘센 언니’다. 나아가 갑을 관계의 불균형을 뒤흔드는 ‘영웅’같은 캐릭터다. “직장 다니면서 일방적인 악역은 보지 못했어요. 다만 구조적인 문제의 빈틈을 누군가의 희생으로 메우곤 하는데, 그게 어떨 때는 잔인하게 느껴졌어요. 다들 힘을 합해 그 구조를 바꾸면 어떨까 싶었죠.”

뜻밖에도 그는 “주변에 옥다정 같은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아줌마들이요. 할 말 다하고 동네 휘어잡고. 옥다정이 굉장히 전문적이고 세련되고 예쁜 인물로 그려져서 그렇지, ‘아줌마’ 캐릭터를 커리어 우먼에 덧씌운 거에요.”

그는 어려서부터 꿈꾸던 드라마 작가가 됐지만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시청자 댓글도 좀체로 보지 않는다는 그에게 주변에서 전해준 댓글 중에 기뻤던 것을 물었다.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댓글 쓴 분의 요지는 이랬어요. 현실에 기반한 것처럼 가장한 이 드라마가 역겹다고, 왜냐면 옥다정 같은 사람은 없으니까, 그렇지만 진심으로 옥다정을 응원한다고. 기쁘다기보다 아프고 가슴 뭉클했죠.”

글=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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