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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총선은 여론조사의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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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운
덕성여대 사회학과 초빙교수

20대 총선이 실시되는 이번 학기에 마침 ‘서베이조사방법론’을 강의하게 됐다. 후보 공천 여론조사부터 출구조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조사가 실시, 발표되기 때문에 강의 재료가 풍성해진다. 3월 초 ‘총선 여론조사 왜 틀렸는가’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미리 공지했더니 몇몇 학생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총선까지 한 달 이상 남았는데….”

무모한 자신감이 스스럼없이 표출된 건 총선이 여론조사의 무덤이란 오랜 생각에서 비롯됐다. 여론조사의 신뢰도와 정확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데다 총선 여론조사 성적은 늘 낙제를 면치 못했다. 가령 대선 때마다 ‘족집게’ 역사를 자랑해왔던 방송사 출구조사가 총선에선 15대(1996년) 이후 지난 19대(2012년)까지 5전5패를 기록 중이다. 집권당 의석을 과대 예측했는가 하면 다수당의 실제 의석이 오차범위를 감안한 예상 의석 범위를 벗어나곤 했다. 수도권 박빙 지역에 한정됐던 출구조사를 전 지역으로 확대한 19대 총선마저 실패하고 말았다.

총선 여론조사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여론조사의 신빙성이 크게 떨어졌다. 대표성 있는 표본 확보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지고 있다. 아예 접근이 안 되거나 응답을 거절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유효 응답자 한 명 확보가 마치 전쟁과 같다. 온갖 감언이설을 동원해서라도 응답을 받아내고야 말겠다는 면접원과 정치 얘기만 나와도 짜증을 내고 생활고에 지쳐 외면하고 싶은 응답자 사이에서 말이다. 분석이 불가능한 절대 다수의 무응답자도 문제지만 소수의 응답자 역시 제대로 대답했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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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여론조사의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 대선 여론조사가 1개, 광역단체장 여론조사가 17개 지역에서 이뤄지는 데 비해 총선은 253개 지역에서 벌어진다. 특정 조사기관이 모든 지역을 커버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출구조사처럼 몇몇 조사기관이 힘을 합치더라도 인력 확보 및 교육훈련, 조사 전반에 대한 통제가 쉽지 않고, 각 지역구 고유의 상황을 감안한 예측이 어렵다. 결국 네이트 실버(Nate Silver)가 얘기했듯이 유의미한 소수의 ‘신호(Signal)’ 대신 방대한 양의 불필요한 ‘소음(Noise)’이 정확한 판세 예측을 어렵게 만든다.

둘째, 총선 여론조사에선 ‘집전화+휴대전화’ 결합 방식이 곤란하다. 집전화만 사용한 선거 여론조사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집전화+휴대전화’ 결합이 가장 유효한 예측 방식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제는 대선과 (서울 등 인구 규모가 큰 지역의) 지방선거에선 RDD(Random Digit Dialing·무작위 번호 걸기)를 통해 휴대전화 결합이 가능하지만 총선처럼 지역구 단위에선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당 후보 공천 때 활용됐던 ‘휴대전화 안심번호’도 조사기관엔 그림의 떡이다.

일부 조사기관이 휴대전화 표본을 포함했다고 하는 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제대로 된 휴대전화 명부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집전화 조사하면서 확보한 것이거나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휴대전화 번호를 모은 것이다. 대표성이 없을 뿐 아니라 동일한 번호를 수십 번 반복 활용했기 때문에 소위 ‘길들여진’ 표본에 불과하다. 결국 대부분의 총선 여론조사가 집전화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오세훈-한명숙 후보가 맞붙었던 서울시장 선거 때의 예측 실패가 곳곳에서 재현될 수 있다.

셋째, 여론조사의 정확성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선거 7일 전, 즉 이번 총선의 경우 4월 6일까지 실시된 여론조사만 발표할 수 있다. 언론에 공표된 선거 일주일 전 여론조사를 최종 득표율과 비교해 그 정확성을 평가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종 득표율과 여론조사가 동일할 것이란 혹은 동일해야 한다는 가정은 도대체 어떤 근거에 의한 것인가. 어떤 후보에게든 물어봐라. 막판 일주일이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다들 얘기한다. 노인 폄하 발언, 불법 콜센터 사건, 후보 단일화 등은 모두 선거를 며칠 앞두고 벌어진 일들이다.

여론조사 지지율은 오차범위 이내의 추정치 구간을 보여주는 데 봉사할 뿐이다. 가령 특정 후보 지지율 40%는 오차범위가 ±3%포인트일 경우 37~43% 사이에 지지율이 위치한다는 얘기다. 어떤 수치가 더 정확한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부동층, 즉 ‘모름·무응답’의 존재도 여론조사의 정확성 평가를 어렵게 한다. 선거 7일 이전의 여론조사는 어떤 이유에서건 일정 비율의 부동층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후보 지지율 합계가 70~80%에 그친다. 그러나 투표 결과에선 부동층이 빠지기 때문에 지지율 합계가 100%다. 결국 D-7일 이전 여론조사에서의 후보 지지율은 최종 득표율에 비해 늘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부디 이번 총선 여론조사는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한다. 리포트 제목을 바꾸더라도, 학생들의 교수에 대한 강의 평가가 나빠지더라도 말이다.

신창운 덕성여대 사회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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