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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복비의 종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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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배
경제부문 차장

집 주변에 ‘중개수수료 50% 할인’이라는 문구를 붙이고 영업하는 공인중개사가 있다. 만나 본 적은 없지만 궁금했다. 어느 날 안면이 있는 다른 중개사에게 어떤 곳인지 물어봤다. 그러자 “좀 이상한 분이에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른 중개사 입장에서 이런 행위는 동업자에 대한 ‘배신’이다. “그런 사람은 ‘진실한’ 중개인이 아니다”고 말할 것 같다. 하지만 판단은 소비자의 몫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4억원을 넘었다. 0.4%의 수수료율을 적용하면 160만원을 내야 한다. 강남의 10억원짜리 아파트를 매매하면 0.9%인 900만원이 수수료 상한이다. ‘복비’라고 불리는 중개수수료가 부담이 되는 시대가 왔다. 이를 절감하려고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 직접 매물을 내놓는 사람도 있다. 변호사도 부동산 중개 시장을 넘보고 있다. 변호사가 세운 트러스트라이프스타일(트러스트부동산)은 빌라 중개를 했다가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앞으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딴 변호사가 이 시장에 뛰어들면 과연 어떤 일이 생길까.

흥미로운 것은 변호사들이 내건 수수료가 ‘몇 % 할인’이 아닌 45만원과 99만원의 정액이라는 점이다. 중개 물건의 가격에 따라 오르는 부동산 중개수수료 체계를 뒤집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현행 부동산 수수료율은 상한선을 둔 것이지 고정 가격을 정한 게 아니다. 그럼에도 9억원 미만 매매와 6억원 미만 전·월세 거래에선 최고액을 받는다. 몇몇 대기업이 이런 일을 했다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혐의로 ‘과징금 폭탄’을 때렸을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환경도 바뀌고 있다. 하나금융그룹과 KT는 은행 지점이나 전화국 부지를 개발해 1만 가구씩의 기업형 임대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대규모 임대사업자라면 자체 홈페이지를 활용해 세입자를 찾을 수 있다. 중개업자의 도움이 필요 없다는 얘기다. 더구나 국내 주택 시장은 아파트가 주도한다. 전용면적 59㎡, 84㎡형이 많아 거래 대상이 거의 표준화돼 있다. 정부의 실거래가시스템에서 시세를 쉽게 알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창구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수수료가 너무 높으면 개인 간 거래를 시도하려는 욕구는 커질 것이다.

복덕방이란 간판이 있던 시절엔 복비를 후하게 쳐줄수록 복을 받는다고 여겼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것을 기대할 수 있는 시대는 가고 있다. 복비가 아닌 ‘중개수수료’라고 한다면 서비스에 들어간 실제 비용과 질을 따질 수밖에 없다. 공인중개사에게 진짜 위협이 되는 것은 변호사가 아니다. 저렴한 중개수수료를 원하는 소비자가 있다면 여기에 부응하려는 시장 참가자는 어디서든 나타난다. 다만 집은 비싸기도 하고, 아무에게나 막 보여줄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대형마트가 생긴다고 동네 점포가 꼭 망하지는 않는다. 공인중개사의 생존은 합리적 수수료와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김원배 경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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