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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의 시시각각] ‘문재인 진퇴’ 광주가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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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
논설위원

엿새 남은 총선. 판세는 요동치고 변수는 살아 있다. 문재인이 오늘부터 이틀간 호남을 방문한다. 그의 호남행은 불편하다. 어제 마감된 여론조사 결과들을 종합해 보자. 더불어민주당은 광주의 8곳 선거구에서 0패 하거나 겨우 1석 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를 포함한 호남권 선거구는 28곳. 이 가운데 8곳 정도만 지킬 것으로 여론조사는 보고 있다. 호남이 어떤 곳인가. 제1야당 탄생의 젖줄이자 김대중(DJ)·노무현 정권의 모태다. ‘서부 정권’은 호남의 뿌리로 생명수를 공급받고 수도권의 이파리로 바람을 맞으며 만들어졌다. 뿌리가 뽑혔는데 이파리가 무성한 경우는 없다. 때로 이파리는 시들어도 좋을 것이다. 뿌리만 튼튼하면 언제든지 재생의 꽃은 피어난다.

문재인은 광주·전북에 판세를 뒤집으러 간다. 뒤집기에 실패하면 정치 무대에서 퇴장당할 위기에 몰릴 것이다. 뒤집기의 기준은 호남 의석의 과반수인 14석 이상 탈환이 아닐까. 최소한 이 수치는 나와줘야 국민의당 교섭단체 구성에 제동을 걸 수 있다. 그의 불편한 여행은 자업자득이다. 문재인은 지난해 “호남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정치를 그만두겠다” “4·13 총선에서 지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야당 시절 대선 불출마, 정계 은퇴 선언 등을 번복해 가끔 거짓말쟁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그럴 때 DJ는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약속을 못 지켰을 뿐이다”고 멋쩍게 둘러댔다. DJ가 실수하고 실패해도 호남은 그를 버리지 않았다. DJ는 그 땅의 아들이고 어미는 자식이 잘될 때까지 무조건 밀어주는 법이니까. 호남은 노무현을 양자로 들였는데 고맙게도 한 번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호남을 섭섭하게 대할 때도 많았지만 집권에 성공했으니 그만 하면 되었다.

문재인은 호남 민심의 입장에서 보면 두 번째 양자다. 노무현과 비교하면 비전, 결단과 설득력, 대세 감각과 전략적 마인드가 부족한 편이다. 그저 전국에 바람처럼 떠다니는 15% 정도의 친노 인구집단이 문재인을 떠받드는 형편이다. 요새 문재인의 지지율이 20% 전후로 차기 대선주자 중 1위에 오른다고 한다. 내 눈엔 친노 인구집단의 위력이자 한계처럼 보인다. 그 이상의 확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친노집단은 뿌리가 없는 무성한 이파리와 같다. 바람은 시원해도 그때뿐이다. 축적도 책임도 부실하다. 친노 세력은 문재인이 노무현의 울타리를 넘지 못하게 막는 경향이 있다. 문재인의 문제는 국가적 시야, 국민 통합적 시야가 흐릿하다는 점이다. 호남 기반의 야당이 정권 교체를 하려면 중도 이슈를 개발해 중도 유권자층을 파고들어야 한다. 인구가 소수인 호남이 정서적으로나 이념적으로 극단화된 친노 정치 세력과 손을 잡으면 평생 ‘기울어진 운동장’ 타령밖에 할 게 없다. 이제 세상이 바뀌어서 보수 유권자들도 ‘능력 있는 진보’를 찍을 준비가 돼 있다.

호남이 문재인한테 화를 내는 건 그에게서 집권 능력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2년 대선 때나 지금이나 패권형 친노 세력에 휘둘린다는 느낌이다. 얼마 전 광주의 더좋은자치연구소라는 곳의 이정우 연구실장은 오마이뉴스에 문재인 호남 방문을 기사로 썼다. “광주의 노장층은 호랑이를 잡으려고 호랑이 굴로 들어간 김영삼, 1987년 대통령 선거 대구 유세에서 수많은 돌 세례를 피하지 않고 끝까지 연설한 김대중, 종로 국회의원을 버리고 부산으로 뛰어들어 온갖 곤욕을 치르면서도 당당했던 노무현을 대통령의 조건으로 보고 있다. (광주는) 자신에게 몰표를 준 호남 유권자를 만나는 것조차 머뭇거리는 지금 모습에서 ‘대통령감이 안 되는 문재인’을 거듭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은 ‘대통령감이 되는 문재인’을 만나고 싶어 한다.”(‘알려드리겠다, 광주가 문재인에게 등 돌린 이유’) 호남 민심의 관심은 2017년 이명박·박근혜 10년 정권을 교체할 인물을 찾는 일이다. 호남은 호남을 대표할 인물을 원한다. 그들은 지난 총선, 대선, 재·보선에서 90% 전후의 몰표를 줬는데도 아직도 문재인한테 받지 못한 패배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를 기다리고 있다.

전영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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