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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선거 여론조사를 믿거나 믿고 싶은 분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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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애
런던특파원

영국이라고 나을 건 없습니다.

“출구조사대로 된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eat my hat).” 지난해 5월 총선 개표 방송에서 한 중진의 말입니다. 자신의 당이 57석에서 10석으로 쪼그라든다고 하자 한 호언이었습니다. 안 하느니만 못했습니다. 8석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보수당은 316석이란 예상을 웃도는 331석(과반 326석)을 차지했습니다. BBC도 개운하진 않았을 겁니다. 2005년과 2010년 조사에선 제1당의 의석수를 맞혔으니까요.

그럼에도 중진의 손은 무탈하고 BBC도 무사했습니다. 압도적으로 엉망인 데가 있어섭니다. 사전 여론조사입니다. 일관되게 박빙 승부를 예고했습니다. 노동당 연정 가능성을 높게 봤습니다.

전문가들이 흔히 하는 변명이 있습니다. ‘샤이 토리’(shy Tory·조사 땐 소극적이나 투표엔 적극적인 보수당 지지자)와 ‘레이지 레이버’(lazy Labour·지지는 하나 투표는 안 하는 노동당 지지자들)입니다. 일종의 숨은 표 논란입니다. 지난해엔 별말 안 했습니다. 그러길 잘했습니다.

여론조사를 조사하는 위원회가 꾸려졌고 최근 최종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유권자의 말 따로 행동 따로 때문이 아니라 조사 샘플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보수당 지지자들이 과소 대표됐다는 겁니다.

지난 일이라고요? 불안감은 여전합니다. 6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를 앞두고 여론조사가 쏟아지는데 들쑥날쑥합니다. 총선 때는 그나마 전화조사와 온라인 조사가 일치했다는데 이번엔 다른 경향을 보인다는군요. 지난해 보수당의 승리를 예견한 ‘희귀종’들이 “전화조사가 맞다”고 주장하지만 뚜껑을 열어봐야 알 터입니다.

선거조사만 이런 게 아닙니다. 1985년 코카콜라의 참사가 대표적입니다. 광범위한 소비자 조사 끝에 요란하게 내놓은 ‘뉴코크’는 곧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의향과 행동 사이엔 때때로 장강(長江)이 흐릅니다. 불운한 건 닥쳐야 안다는 겁니다. 그나마 낫다는 출구조사도 예외는 아닙니다. 영국의 보고서는 조사 횟수를 줄이고 돈을 더 들이라고 충고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운까지 좋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여론조사로 후보를 정하는 우리 정치권의 무식한 만용 때문에 종종 ‘여론조사=투표’로 착각하곤 합니다. 승복할 수 있다는 면에선 가위바위보가 더 나을 수 있는데 말이죠. 참고만 하십시오. 여론조사에 휘둘리기엔 나의 한 표가 무겁지 않습니까.

고정애 런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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