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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담뱃갑 경고그림, 판매인에겐 폭력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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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제세
한국담배판매인회 중앙회장

구강암에 걸린 잇몸 사진, 폐수술 장면, 태아에게 담배연기가 뿜어지는 모습, 뇌졸중에 걸린 환자….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담뱃갑 경고그림 시안은 생각보다 혐오스러웠다. 정부는 지난해 흡연율을 낮춘다는 미명 하에 담뱃값을 2000원이나 올렸다. 흡연자들이 요구하고 있는 흡연공간도 꽁꽁 틀어막고 있다. 작년 연말에는 온 가족이 시청하는 시간대에 “후두암 1㎎ 주세요”, “폐암 하나, 뇌졸중 두 개 주세요” 라는 충격적인 텔레비전 광고를 내보내더니, 올해 말부턴 담뱃갑 상단에 경고그림까지 집어넣는다고 한다. 몇 달 후면 이 그림을 전국민이 일상에서 접해야 한다.

사진 한 장으로 한 개비의 담배로 숨막히는 사무실을 벗어나 잠깐의 휴식을 즐기던 동료의 스트레스는 커지고, 고된 하루를 달래던 우리 아버지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질지 모른다. 담배를 피지 않는 임산부와 어린아이조차 일상생활에서 이를 보고 불쾌감을 느껴야 한다. 과자를 사러 온 어린아이가, 장을 보러 온 임산부가, 하굣길 친구들과 함께 간식을 사러 들린 청소년이 계산대 뒤에 진열된 이 그림과 마주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 정책은 누구보다 담배 판매에 생계가 달린 판매인들에게 시각적·정신적 폭력이 될 것이다. 하루종일 판매점에 있어야 하는 이들은 담뱃갑 상단의 혐오스러운 그림과 계속 마주쳐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점원 대부분이 청소년과 여성인 점을 감안하면, 그 심리적 고통의 무게를 짐작도 할 수 없다.

이뿐 아니다. 경고그림이 진열된 판매점이 고객들에게 거부감을 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로 인해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들어 담배 외의 다른 제품 매출까지 줄어드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영세상인의 피해는 누가 책임지는가.

그런데도 정부는 ‘국민건강 증진’이란 명분 아래 판매인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고 있는 것 같다. 정부가 허가한 합법적인 제품을 판매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팔아서는 안 될 물건을 파는 죄인으로 매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부작용을 감내하면서까지 추진해야 할 만큼 경고그림이 흡연율을 낮추는데 효과적이라면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국민 건강을 지킨다는 정부의 취지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기 때문이다.

해외 사례를 살펴봐도 경고그림을 담뱃갑 상단에 표기하는 게 흡연율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라는 구체적인 연구결과는, 필자가 알기에는 없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사라 에반스 라코 박사가 600여 편의 금연 관련 논문을 재검토한 결과, 오히려 흡연폐해 직접 묘사와 같은 금연캠페인이 흡연자의 금연을 방해한다는 결과가 도출되기도 했다.

우리 판매인은 경고그림 위치를 담뱃갑 상단이 아닌 하단으로 내려서 배치하고 경고그림이 과도하게 혐오스럽지 않길 희망한다. 정부가 보여주기에 집착한 나머지, 이처럼 뻔히 짐작되는 부작용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초가삼간을 다 태우기 전에 다양한 목소리에 귀기울여 주기를 기대한다.

우제세 한국담배판매인회 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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