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커버스토리] 갯가재 알, 가리비 관자, 도다리 쑥국 … 미식의 바다에 빠져 보시라

기사 이미지

제철 미더덕은 껍질을 까서 주황빛 속살을 회로 즐긴다. 미더덕회는 멍게보다 맛과 향이 은은하다.


스타 셰프와 여행기자가 남해바다로 향한 목적은 한 가지였다. 봄 바다에서 나는 식재료를 찾기 위해서였다.  이름하여 ‘맛 원정대’는 강레오(40) 셰프의 ‘식재료 로드’를 따라 미더덕·갯가재 등 제철 해산물을 만났고, 최근 남해에서 양식에 성공한 가리비도 맛봤다. 다디단 갯것이 봄기운을 앞당기고 술을 불렀다.

푸짐한 남해 봄철 별미




너희가 미더덕을 아느냐

 
기사 이미지

지금 경남 창원 고현마을은 미더덕 수확이 한창이다.

경남 창원의 고현마을은 진동만이 감싼 작은 어촌이다. 이 마을에서 국내 미더덕의 80%가 난다. 하여 다들 고현마을을 ‘미더덕마을’이라 부른다.

“궁도·송도·양도 같은 앞바다 섬이 파도를 막아주는 덕분에 고현마을 바다는 연중 잔잔합니다. 미더덕이 자라기에 딱 좋은 조건이지요.”

 김형수(56) 고현마을 어촌계장은 사람이 아니라 바다가 미더덕을 기른다고 말했다. 하나 미더덕을 먹기까지 작업은 오롯이 사람의 몫이란다. 미더덕을 찜에 넣는 재료라고만 생각했다면 당신은 미더덕을 이제껏 먹어보지 못했을 공산이 크다. 보통 아귀찜이나 해물찜에 들어가는 것은 미더덕 사촌쯤 되는 ‘오만둥이’다. 오만둥이는 껍질째 먹지만 미더덕은 껍질을 까서 주황빛 속살을 즐긴다. 노동력이 투입되기 때문에 오만둥이보다 가격이 곱절 비싸다.

 
기사 이미지

미더덕 작업장에서 만난 이두훈·정송자 부부.


 
마침 부둣가에서 미더덕 작업에 한창인 이두훈(66)·정송자(62) 부부를 만났다. 강레오 셰프가 아예 부부 옆에 자리를 잡고 일손 돕기에 나섰다. “서울 사람은 진짜 미더덕을 구경이나 해봤을까 싶어요.”

이두훈씨가 어른 엄지손가락보다 두툼한 미더덕을 자랑스레 보여줬다. “껍질을 안 깐 미더덕은 35㎏에 5만원 밖에 안되지만, 손으로 작업한 미더덕은 요즘 같은 때 1㎏에 1만원은 쳐줘요.”
 
정송자씨는 네모 반듯한 칼로 사과 깎듯이 미더덕을 돌려 껍질을 벗겨냈다. 하루에 적게는 30㎏, 많게는 90㎏를 까는데 30년을 하다 보니 도사가 다 됐단다. 씹는 질감을 살리기 위해 미더덕 끝부분의 껍질은 조금 남겨둔다고 소개했다.

갓 잡은 미더덕으로 만든 요리를 맛보고 싶어 ‘고현체험마을식당’으로 향했다. 미더덕을 깨물다 뜨거운 물에 입천장을 홀랑 덴 기억밖에 없다는 말에 이미자(54) 사장이 배꼽을 잡고 웃었다.

“여태 미더덕 똥만 먹은 게지. 미더덕은 배를 갈라 잡물을 빼낸 다음에 먹어야 해요. 민물에 살랑살랑 흔들면 더 향긋하지.”

 
기사 이미지

미더덕 속살만 모아 밥과 비벼먹는 미더덕비빔밥.



생 미더덕을 그대로 먹는 미더덕회와 초장으로 버무린 미더덕무침이 나왔다. 이내 식탁에 대화가 사라졌다. 오도독오도독 미더덕 씹는 소리만 울렸다. 미더덕 속살만 모아 뜨거운 밥에 올린 미더덕비빔밥이 제일 인기가 좋았다. 향긋한 바다 향이 그대로 배어 든 미더덕살은 그야말로 밥도둑이었다. 바다를 꿀떡 삼키면 이 맛일까 싶었다. 고현어촌체험식당 미더덕회 2만원(1㎏) 미더덕비빔밥 1만원. 055-271-5839.



봄을 부르는 남해 별미
 
기사 이미지

남해 갯마을에서 ‘딱새’라는 별명으로 통하는 갯가재.



맛 원정대는 창원 진동시장으로 향했다. 이맘때 진동시장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갯가재’다. 꼬리로 딱딱 소리를 낸다 해서 경남 지방에서 ‘딱새’라 부르는 녀석이다. 노란 알을 한가득 품은 봄 딱새는 시장 상인에게 손님을 불러모으는 일등공신이다.

“쪄서도 먹고 구워도 먹고. 살은 야들야들하고 알은 고슬고슬해요.”

진동시장수산 이상민(40) 사장이 펄떡이는 딱새를 바구니에 쏟아붓자 기웃거리던 주부들이 이내 지갑을 열었다. 이 사장은 딱새 열다섯 마리 값으로 1만8000원을 받고 덤으로 한두 마리를 더 얹어줬다.

다시 고현마을로 돌아와 식당에 딱새 요리를 부탁했다. 딱새를 한소끔 끓여내고 김을 식히니 빈틈이 생겨 껍데기가 쉽게 까졌다. 딱새를 통째로 넣고 끓인 된장찌개는 국물에 설탕을 뿌린 듯이 달짝지근했다.

강 셰프는 “딱새 삶은 국물은 절대 버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음식의 감칠맛을 더하는 비법 소스로 자주 활용한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진동시장수산 딱새 1㎏ 1만8000원. 2만원 이상 주문하면 택배로 받을 수 있다. 010-3647-9253.

남해 갯마을에서 사람에게 가리비는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이다. 2~3년 전부터 경남 고성에서 가리비 양식이 활발해지면서 가리비도 어엿한 남도의 봄 별미로 떠올랐다. 2012년 전까지는 통계도 없던 경남 지방의 가리비 생산량이 2014년에 659t, 2015년에는 1156t으로 폭증했다. 경남 고성 가룡마을에서 구자홍(28) 비룡수산 대표를 만났다. 이태 전 가리비 양식에 뛰어들었다는 젊은 어부다.

 
기사 이미지

경남 고성 일대 양식이 활발해지면서 봄 별미로 떠오른 가리비.



“동해에서 자라는 참가리비는 찬 바다를 좋아해요. 고성에서 양식하는 가리비는 해만가리비로 따뜻한 물에서 잘 자라죠. 9월에 종패를 뿌리면 4월에 출하할 수 있어요.”

맛 원정대는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구 대표의 가리비 양식장도 돌아봤다. 바다에서 건진 통발에는 가리비가 가득했다. 15개 층으로 나뉜 통발을 두고 구 대표는 ‘가리비 아파트’라고 불렀다.

어른 손바닥 만하게 몸집을 키운 가리비는 전국의 조개구이 집으로 팔려간다.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것은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에 공급한다. 강 셰프가 즉석에서 관자만 쏙 골라내 관자회를 선보였다. 다디단 관자가 버터처럼 스르르 녹아내렸다. 비룡수산에 가리비 택배 주문이 가능하다. 3월 하순 기준 가리비 1㎏(16~17미)에 4000원. 055-673-1120.



체면을 따지지 않는 맛
 
 
기사 이미지

세꼬시회로 즐기는 도다리회.



마지막 날은 고성 동화마을로 방향을 틀었다. 자란만을 끼고 있는 마을은 외지인의 발길이 뜸한 한적한 어촌이었다. 마을 주민 40명이 그때그때 나는 갯것을 잡아 생계를 유지하는데, 양용석(52)씨의 일상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직접 잡은 고기를 식당을 운영하는 아내에게 건네는 게 그의 주된 일과다. 요즘 같은 때는 양씨에게 도다리만한 효자가 없다고 했다.


“바다에 그물 내리고 하루 기다리면 도다리가 열댓 마리씩 들어와 있어요. 전갱이도 섞이고 털게도 몇 점 잡히는데 그래도 봄에는 도다리지.”

사실 우리가 도다리로 알고 먹는 생선은 ‘문치가자미’라 불러야 옳다. 언제부터인가 도다리와 생김새도 맛도 비슷한 문치가자미가 도다리를 대신했다. 어쨌든 어민 말마따나 문치가자미를 도다리로 칭한다. 도다리는 동해·서해·남해 가릴 것 없이 나는데 요리사는 흙 냄새가 적은 남해 것을 최고로 친다.

 
기사 이미지

야생 쑥을 넣고 끓인 도다리쑥국.



“어른 손바닥 만한 건 회로 먹고 그보다 큰 건 쑥국으로 끓이죠.”

어느새 도다리는 동화자연산횟집 이경순(50) 사장 손에서 세꼬시회로, 도다리쑥국으로 변신했다. 고소한 회도 회지만 맛 원정대는 향긋한 쑥국에 더 반했다. 쑥은 양씨가 뒷산에서 캐온 것이라 했다. 식재료 생산과 소비가 한 군데서 이뤄졌으니, 미식업계에서 하는 말로 ‘푸드 마일리지’가 ‘0’인 셈이었다. 해장용으로 쑥국을 들이키다가 유혹에 못 이겨 또 소주를 주문했다.

 
기사 이미지

칼로 잘게 다진 낙지회 ‘낙지탕탕’. 이름이 레시피다.


동화마을의 봄을 부르는 맛으로 낙지도 빠질 수 없다. 동화마을에서는 봄바람이 불면 낚싯대를 수심 1~2m에 늘어뜨려 낙지를 잡는다. 80년대까지만 해도 ‘홰바리’로 낙지를 잡았다. 깜깜한 밤에 횃불을 들고 갯벌에 나가 낙지를 줍는 방식이다. ‘홰바리’는 현재 관광객의 체험거리로 남아 있다. 원정대도 홰바리 체험에 나섰다. 손에 들린 것은 랜턴과 꼬챙이 하나. 불빛의 꾐에 빠진 낙지를 찍어 올리면 그만이었다.

“와! 머리가 주먹만해요.”

“우리나라에서 낙지는 멸종한 줄 알았는데.”

 
기사 이미지

‘홰바리’로 잡은 대낙. 갯벌로 올라온 낙지를 불빛으로 꾄 다음 꼬챙이로 잡는다.

강 셰프가 보기 좋게 대낙을 낚자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들었다. 강 셰프가 잡은 낙지는 남녘 말로 ‘조사서(다져서)’ ‘낙지탕탕’을 해먹기로 했다. 식당에 맡긴 낙지가 2~3㎝ 길이로 잘게 잘려 한 접시 가득 담겼다. 여기서 팁 하나. 강 셰프가 알려준 낙지 ‘흡입법’이다. 잘게 자른 낙지를 숟가락으로 소주잔에 담고, 간장과 겨자를 친 다음 훌훌 마시란다.

“다 먹자고 하는 일인데요, 뭘.”

낙지 앞에서 체면 따위는 없었다. 맛 원정대는 소주잔 낙지를 밤새 기울였다. 동화자연산횟집 도다리쑥국 1만원. 낙지탕탕 3만원. 055-672-4549.


 
기사 이미지


여행정보=서울시청에서 경남 창원 고현마을까지 자동차로 4시간 30분 걸린다. 고현마을 어촌계를 통해 미더덕 까기, 바지락 캐기 등 체험을 예약할 수 있다. 어촌계에서 펜션도 운영한다. 10인실 10만원부터. 055-271-8579. 경남 고성 동화마을은 고현마을에서 1시간 떨어져 있다. 동화마을에서 숙박하는 여행객은 홰바리 체험을 할 수 있다. 방수복·랜턴을 빌려준다. 체험비 1인 2만5000원. 동화마을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펜션이 있다. 10인실 15만원부터. 055-673-8054.
고현마을 미더덕을 서울에서 맛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오는 28∼29일 반얀트리클럽앤스파에서 진행하는 미식 프로모션 ‘테이스트 오딧세이’에 참여하면 된다. 강레오 셰프가 선별한 식재료로 차린 계절 밥상으로 매월 한 차례 열린다. 이달에는 봄 미더덕이 주제다. 미더덕회·미더덕된장국 등을 선보인다. 1인 12만9000원. 02-2250-8156.



 [관련 기사] │ 강레오 셰프와 함께 떠난 남해 미각산책
      [커버스토리]  오도독~ 봄 별미죠, 오묘한 미더덕회



글=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