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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m&] ‘경제 핏줄’ 한국금융의 도약, 수익성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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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한국 금융산업은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의 설문조사 결과 우간다보다 못해 미운 오리새끼로 취급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의 국제통화기금(IMF) 금융발전 지수 평가에서는 아시아 1위, 세계 6위의 백조로 거듭났다. 조사방법과 대상에 따라 뒤바뀌는 이러한 결과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한국의 금융, 특히 은행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독자 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러 지표 가운데 이를 보여주는 가장 정확하고 객관적인 지표가 바로 은행의 수익성 지표다.

최근 발표된 지난해 은행권의 당기순이익은 3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3% 감소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4분의 1 토막이 났다. 은행의 자산수익률과 자본수익률은 각각 0.16%와 2.14%로 2014년의 절반 수준이다. 자산수익률이 0.21%였던 2013년 우리나라 은행권의 수익률 순위가 전세계 83위였다. 0.16%라는 지난해 실적으로는 그 순위가 100위권 밑으로 밀려난 것이 분명해 보인다. 미국의 애플은 브랜드가치 전세계 1위이면서 회사 신용도가 한국의 국가 신용도와 같은 수준이다. 애플의 30년 만기 채권에 투자하면 국내 은행의 자본수익률의 2배인 4% 이상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은행 주식이 투자자에게 매력이 있을 리 없다.

그러나 이렇게 초라한 은행의 실적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은행이 예금금리는 낮추면서 대출 금리는 높이려 꼼수를 부린다는 비난과 함께 집단대출을 옥죄어 건설경기를 죽이고 있다는 이야기만 무성하다.

수익성이 낮은데도 빠르게 대출을 늘리면 자본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년 전 외환위기가 그렇게 찾아왔다. 은행은 적정수익을 올려 자기자본을 튼튼히 보강해야 안정성이 높아진다. 그래야 쉽게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서민과 중소기업에 대출하는 경제 혈류의 역할을 지속할 수 있다.

국내 은행들의 수익성은 왜 이렇게 낮은 것인가. 높은 이자 수익 의존도, 저금리 상황, 우물 안 개구리식 경쟁, 정치적 논리에 따른 정부의 개입 등이 그 이유로 지적돼왔다. 그리고 비이자 수익원의 발굴과 해외진출을 통한 해외 수익 확대가 그 해법으로 제시되곤 했다. 일리가 있지만 실행하려면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또 핵심이 아닌 변죽을 울리는 해법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낮은 은행 수익을 해결하는 근본 처방은 은행이 제공하는 신용공여에 대한 대가와 금융서비스에 대해 적정한 보상을 받는 것이다. 미국은 기준금리가 0.25%로 제로 금리에 가깝지만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4% 수준이다. 반면 기준 금리가 1.5%인 한국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에도 못 미친다. 기업 대출도 예외는 아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삼성전자나 현대차의 신용파생스와프가격, 즉 대출에 대한 보험료가 0.8~1% 수준이지만 국내은행이 이 기업에 대출하면서 받는 보상은 0.4~0.8%이다.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비용보다 낮은 보상을 받고 대출해주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핵심 문제는 비용의 하방경직성이다. 은행의 당기순이익이 4분의 1 토막이 난 지난 10년간 총수익 대비 비용은 46%에서 57%로 상승했다. 은행의 연간 총수익이 2% 증가에 그쳐 거북이걸음을 했는데 반해 비용은 연 4.5%, 총인건비는 5.9%씩 뜀박질한 결과다. 제조업 주도의 고도성장 시대에 뿌리 내린 호봉제는 기업이나 개인의 성과와는 무관하게 인건비를 해마다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는 고정비로 만들어 버렸다. 임금구조를 성과연봉제로 전환하고 고용구조를 유연하게 개혁하지 않고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이 두 가지 문제의 해결 없이 금융의 삼성전자를 이야기하고 금융허브를 논하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격이다. 돈 못 버는 금융사가 금융의 삼성전자가 될 수는 없다. 한국에선 금융으로 돈 벌기가 힘들어서 난다 긴다 하는 글로벌 금융사조차 짐을 싸는 상황을 그대로 두고서는 금융허브를 꿈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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