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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우며 바람량 많은 드라이어, 페라리와 공동 개발했죠

여성의 헤어스타일과 씨름한 지 57년 된 사내가 있다. 헤어 스타일링 기기를 포함한 글로벌 생활 가전 기업 콘에어그룹의 리 리주토(78) 회장이다.
콘에어그룹은 바비리스, 쿠진아트 등 24개의 생활용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캐나다·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브랜드가 다수다.

글로벌 생활가전 기업 ‘콘에어’ 리주토 회장

리주토 회장은 사업 성공 비결에 대해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늘 주의 깊게 관찰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최근 방한한 그를 만나 여성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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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주토 콘에어그룹 회장은 100달러로 사업을 시작해 자산 3조원대의 억만장자가 됐다. 헤어 드라이어, 스타일링 기기, 컬링 아이론 등 미용 가전 분야에서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 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바비리스, 쿠진아트 등 24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콘에어그룹의 리주토 회장은 올해 초 보름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5개국 시장 상황을 점검하는 출장 길에 올랐다. 연초의 비즈니스 출장은 한 해의 신제품을 소개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다. 리주토 회장은 "비즈니스의 핵심은 새로운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말했다. 그의 손에는 ‘미라 컬’이란 헤어스타일링 기기가 들려 있었다.

-어떤 제품인가.

“머리카락에 컬을 만들 때 쓰는 제품이다. 기존 제품의 단점을 보완한 혁신적인 제품이다. 기존에는 컬을 만들려면 손가락이나 귀, 목 같은 곳을 데기 쉬웠다. 열을 가하는 부분에 손이 닿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라 컬’은 열기가 손에도, 머리카락에도 직접 닿지 않는다.”

-어떤 원리인가.

“기계 안에 세라믹으로 만든 공간이 있다. 머리카락을 기계에 끼워주면 자동으로 빨려들어가면서 세라믹 체임버에서 웨이브를 만들어준다. 기계가 자동으로 컬을 말아주기 때문에 늘 똑같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어떻게 개발하게 됐나.

“2013년 세 명의 영국인 미용사가 개발했다. 세계적으로 100만 개 넘게 판매했다. 올해 신제품은 스팀 기능을 추가했다. 보통 컬을 만들어 놓으면 6~8시간 지속하는데, 스팀이 들어가면 24시간도 간다. 머릿결이 빛나서 건강해 보인다. ”

-개발자가 콘에어 직원이 아니라는 얘긴가.

“아니다. 미국, 벨기에, 중국, 홍콩 등에 있는 콘에어 자체 연구개발(R&D) 조직도 매우 크지만, 사내외를 가리지 않고 모두의 아이디어에 귀기울인다. 누가 제품을 개발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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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자동차와 공동개발한 모터를 장착한 바비리스 프로 ‘라피도 드라이어’ (사진 왼쪽). 헤어 스타일링기 ‘스팀 미라컬’.














‘페라리’닮은 드라이어

-페라리 자동차와 공동으로 헤어드라이어를 개발했다는데.

“아주 혁신적인 헤어 드라이어 제품을 개발했다. 무게가 400g으로 매우 가벼우면서 바람량은 기존 제품보다 50% 더 많다. 이는 머리를 말리는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얘기다. 소음은 60~70% 정도 절감했다. 아침에 가족들을 깨우지 않을 수 있다.”

-바람량은 어떻게 키우나.

“모터 기술이다. 페라리 자동차와 모터를 공동으로 설계 개발했다. 드라이어가 성능은 좋은데 너무 무겁다거나, 바람량이 충분하지 않다거나, 기기 수명이 너무 짧다거나 하는 미용사들의 불만을 듣고 이 모든 단점을 뺀 제품을 만들었다.”

-프리미엄 제품이 소비자에게 주는 효용은.

“워킹우먼이라면 머릿결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빨리 마르고, 빨리 스타일링 할 수 있는 효율성을 원하지 않을까. 시간은 금이다. 10분 걸리던 일이 5분 만에 해결된다면, 이는 현대인에게는 큰 가치다. 7분 안에 생선찜을 만들어내는 쿠진아트의 ‘고압력 유리 푸드 스티머’도 마찬가지다. 건강과 시간 효율성을 모두 잡을 수 있다.”

-한국 뷰티 시장을 어떻게 보나.

“한국은 어느덧 세계 패션 수도가 됐다. 사람들이 옷 입는 방식이나 스타일, 헤어, 피부 미용 등 모든 면에서 앞서있다. 헤어 케어 시장은 훨씬 더 성장할 여지가 있다. 드라이어 시장을 분석해보니 소형 모터가 달린 제품이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빠르고 효율적인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클 것이다.”


100달러로 시작해 억만장자 대열에

콘에어그룹은 리주토 회장이 부모와 함께 1959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창업했다. 리주토 회장은 고교를 졸업하고 주경야독으로 대학 공부를 했다. 밤 9시부터 오전 9시까지 컴퓨터 프로그래밍 일을 하고,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대학에서 16학점씩을 이수했다. 3년간 일해 모은 돈으로 신형 캐틸락 자동차를 사서 타고 고향 집에 갔을 때였다.

헤어 롤러를 개발한 아버지가 “우리 사업을 해보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그의 부모는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으로 미용사로 일하고 있었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밑천이 필요했다. 돈 될 만한 것은 그의 신형 캐딜락밖에 없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울면서 차를 팔았다. 가족의 빚을 모두 갚고 나니 100달러가 남았다. 첫 고객인 브루클린의 미용실에 가서 아버지가 헤어 롤러 사용 시범을 보였고, 400달러어치 주문을 받았다. 선금으로 100달러를 받아 자재를 구입해 제품을 만든 게 사업의 시작이었다.”

1970년대 콘에어는 오늘날 헤어 드라이어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피스톨 모양의 ‘옐로 버드’를 개발하는 등 헤어 스타일링 업계에 굵직한 이정표를 남겼다. 현재 리주토 회장은 자산 32억 달러(약 3조 6800억원)의 거부가 됐다.

-아버지의 헤어 롤러가 아니었다면 어떤 일을 했을까.

"컴퓨터하는 ‘너드(nerd·공부벌레)’가 됐을 거다. 스티브 잡스의 전기에 보면 백화점 주방 가전 코너에서 쿠진아트 푸드 프로세서를 보고 첫 번째 맥 컴퓨터의 영감을 얻었다고 돼 있다. 전기가 출간됐을 당시 쿠진아트 홈페이지 클릭 수가 20억 회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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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에어그룹은 다양한 헤어 스타일을 누구나 손쉽게, 직접 만들도록 도와주는 제품을 내놓고 있다.
‘스팀 미라컬’ 기기로 윤기 있는 자연스러운 여신 스타일의 글래머러스한 웨이브를 연출했다.(사진 왼쪽) 드라이기를 사용해 모근부터 볼륨을 넣고 곱슬거리는 머리를 편 볼륨 매직 스타일.



머리맡에 메모지 놓고 자는 아이디어맨

-사업의 최대 위기는 언제였나.

“2008년 금융위기 때였다. 환율 변동이 심해 불안정했다. 내부적으로 효율성을 꾀하기 위해 이중으로 지출되는 비용을 모두 없앴다. 동시에 새로운 혁신 제품을 대거 출시했다. 기존 제품 가격을 올리기 어렵기 때문에 새 제품을 내놓는 방법으로 추가 마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경제가 어려우면 소비자는 지출을 줄이지 않나.

“생활 필수품에 대해서는 그렇다. 하지만 프리미엄 상품에 대해서는 다를 거라고 판단했다. 앉아서 손해를 보거나 사람들이 원하는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거나 둘 중 하나다. 우리는 후자를 택했다. R&D 과정을 가속화했다.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들어냈다. 늘 다방면으로 R&D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신제품을 평소보다 많이 내놓은 건가.

“그 전해보다 더 많이 론칭했다. 새 상품군에서 매출을 25% 이상 늘릴 수 있었다.”

-요즘 소비자 트렌드는.

“소비자들은 소셜네트워크나 온라인 쇼핑 등 디지털을 통한 소비를 늘려가고 있다. 우리에게는 기회다. 물건을 사보기 전에 제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간접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비즈니스로 연결하나.

“요즘 젊은 소비자들은 매장에 가지 않는다. 아마존 등 인터넷 공간에서 쇼핑을 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마트에 한 번 나가려면 교통체증 등 몇 시간이 소요된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시간이 돈이기 때문에 온라인 쇼핑에 점점 더 익숙해질 것이다.”

-혁신,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는 일에 온 마음을 집중하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늘 떠오른다. 친구들과 마티니를 마실 때 보니 글라스 안 얼음이 녹으면서 술이 싱거워지는 문제가 있더라. 그래서 바깥에 얼음을 넣고, 마티니에는 얼음이 들어가지 않는 마티니 쉐이커를 개발하고 있다. 침대 옆에 펜과 노트를 놓고 잔다. 아이디어가 마구 떠오르기 때문이다.”


글=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사진=콘에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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