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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영호남 유권자가 우습게 보이나

선거가 1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속출하고 있다. 표는 얻어야겠고 준비가 안 됐지만 승부의 시간이 어김없이 다가오자 양대 정당이 엉뚱한 행동들을 벌이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대표는 어제 국회에서 느닷없이 특별기자회견이라는 걸 열어 광주광역시에 ‘삼성 미래차 산업’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우리는 그동안 어렵고 힘들 때 광주시민들에게 도움만 요청했다.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이제 삼성 전장(電裝)산업의 핵심사업부를 광주에 유치해 5년간 2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했다.

김 대표가 이날 갑자기 삼성 상무 출신인 양향자 후보(광주서을)를 옆에 세워놓고 ‘삼성 공약’을 발표한 건 광주의 8개 지역구 전체가 국민의당에 넘어갈지 모른다는 민심이반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더민주의 생명줄이었던 호남(광주 포함)의 28곳 선거구, 850만 유권자가 제3의 세력을 찾아 ‘마음의 엑소더스’를 하는 듯하니 두렵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순수 민간기업인 삼성이 시장원리에 따라 선정해야 할 사업입지를 정당의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건 납득할 수 없다. 세금으로 돌아가는 공적 영역과 시장자본이 투입되는 사적 영역을 혼동하는 게 김종인식 경제민주화는 아닐 것이다. 만일 집권세력이 삼성의 특정 공장을 대구에 보내겠다고 공약하면 더민주는 특혜 냄새가 나는 정경유착이라고 펄펄 뛰지 않겠는가. 더 큰 문제는 이런 대형 공약이 정작 당사자인 삼성 측과는 전혀 협의 없이 나왔다는 점이다. 입만 열면 무슨 공공의 적처럼 대기업 규제에 재벌 공화국을 비난하던 더민주가 삼성차를 광주로 유도할 특단의 설득 방법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더민주가 숨이 턱에 찰 정도로 쫓기고 있거나 광주 유권자를 우습게 보는 게 아니라면 환상적인 공약을 이렇게 쉽게 졸속으로 내놓을 수 없을 것이다.

김종인 대표가 ‘씁쓸한 환상’을 광주시민에게 팔았다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전주 유세에 ‘유권자 모독’이라는 해괴한 상품을 들고 갔다. 그는 어제 “지난해 전북의 예산 증가율이 0.7%로 꼴지였다. 여러분은 배알도 없느냐. 전북도민이 정신차려야 한다”고 호통쳤다고 한다. 전북의 예산 증가율이 낮다면 지역경제의 낙후성 때문일 것이고 예산 지원이 약했다면 중앙정부의 정책 때문일 것이다. 예산의 문제는 전북도민이 정부와 집권당에 따질 일이지 거꾸로 새누리당 대표가 유권자를 혼낼 일은 아니다. 또 새누리당 대구광역시 출마 후보 11명은 ‘사죄 호소문’이라는 공동성명에서 "최근 몇 년간 이렇게 힘든 선거는 없었다. 박근혜 정부를 살려 달라”고 호소했다. 박 대통령과 친박 세력의 입맛대로 공천 칼춤을 출 때는 언제고 이제 와 신파 연극처럼 떼지어 무릎을 꿇고 우는 소리로 한 표만 달라고 애걸하나. 양대 정당이 평상시엔 자기집 안방처럼 게으름과 거드름을 피우다가 급할 때 표변해 구애를 하면 또 슬그머니 넘어가 주는 게 영호남 유권자인 줄 아나. 그 매서운 경고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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