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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집 하나도 못 지키고 공시생에게 농락당한 정부

사실상 ‘정부의 심장’으로서 최고 수준의 경비와 보안을 유지해야 할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가 20대 공무원 시험 응시생에게 농락당했다. 지난 5일 체포된 이 응시생은 훔친 공무원 신분증으로 지난 3월 말부터 한 달여 동안 청사를 수시로 침입하면서 범법 행위를 기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이 응시한 지역인재 7급 공무원 필기시험지의 유출을 시도한 것은 물론 시험을 주관하는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들어가 담당 공무원의 컴퓨터를 열고 자기 성적을 조작하기까지 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한마디로 서울 한복판 정부청사의 경비와 공직자의 보안 수준이 국기를 흔들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하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이 정도라면 여염집보다 나을 게 없다. 만일 테러범이나 스파이가 침입이라도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면 아찔할 뿐이다.

게다가 문제의 응시생이 청사에 침입하기 시작한 시기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청와대 타격 위협 등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전국에 경계태세를 강화하라”고 지시(3월 24일)한 무렵이다. 대통령의 엄중 지시를 일선에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낸 셈이다. 더구나 이 건물에는 정부청사의 관리를 맡은 행정자치부가 입주해 있다. 정부가 제집 하나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소를 잃은’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치는 일이다. 이번 사건을 ‘보안 실패’의 반면교사로 여기고 반성과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선 사건 진상부터 철저히 규명해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히는 게 순서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경비·보안 시스템의 문제점을 파악해 체계적으로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는 ‘정부 보안 2.0’을 마련해야 한다. 공무원의 보안의식을 높이고 근무 기강을 재확립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책임자 문책도 당연히 필요하다. 자체적으로 보안을 업그레이드하기 힘들다면 국내외 전문 보안업체에 외주를 주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국민이 정부의 보안 수준을 걱정하게 하는 사건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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