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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의 까탈레나’ 캐슬린 배틀, 22년 만에 메트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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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출신의 세계적 소프라노 캐슬린 배틀(67)이 11월 뉴욕 메트로폴리탄 무대에 복귀한다. 오페라 무대가 아니라 흑인 영가 독창회다. 1994년 도니체티 ‘연대의 딸’ 공연 직전 돌연 해고당한 후 22년 만의 귀환이다.

1948년 오하이오 포츠머스에서 철강공의 딸로 태어난 배틀은 초등학교 음악 교사를 하다 오디션에 응시해 1977년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로 메트 무대에 데뷔했다.

꾀꼬리 같이 밝고 가벼운 목소리를 가진 배틀은 레제로(Leggiero) 소프라노로 분류된다. 그녀는 이후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중 수잔나, ‘마술피리’ 중 파미나 역 등을 맡으며 세계 유수 오페라 무대에서 찬사를 받았다. '바위 위의 목동' 등 슈베르트 가곡이나 바로크 성악곡도 잘 불렀다.

배틀은 제시 노먼, 바버라 헨드릭스와 함께 세계 3대 흑인 소프라노로 꼽혔다. ‘캐슬린 배틀이 노래하는 모차르트’ 등 5개 음반으로 그래미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1994년 ‘연대의 딸’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당시 총감독이던 조지프 볼프는 메트 무대에 224번이나 올랐던 배틀을 갑자기 해고했다.

“리허설 도중 배틀의 프로답지 못한 행동”을 이유로 들었다. 어떤 행동인지는 소문으로 빠르게 퍼졌다. 배틀이 선배 성악가에게 무례한 태도를 취했다든지 리허설 동안 다른 배우들을 모두 나가게 했다거나 리허설에 지각하거나 빠지는 일이 잦았다는 내용이었다. 배틀은 이후 오페라 대신 독창회 무대에서 주로 관객들과 만나왔다.

독창회 무대에서도 그녀의 ‘공주병’과 기행은 계속됐다. 배틀이 2000년 11월 16일 LG아트센터에서 내한공연을 가졌을 때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매니저, 협연자와 불화로 단신으로 입국한 배틀은 모든 인터뷰와 사진촬영을 거부했다.

5박 6일 일정을 보낸 서울의 호텔에서는 4~5명이 달라붙어 거의 매일 가구 배치를 바꾸거나 전망을 이유로 그녀의 방을 갈아주어야 했다. 전구와 전등갓까지도 모두 교체해야 했고 시식 시간이 지난 후에 도착한 그녀를 위해 호텔 뷔페는 새로 음식을 마련해야 했다.

리허설장에서도 배틀은 걸핏하면 ‘공연을 취소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조명 관계자들은 그녀의 요구에 따라 조명을 바꾸느라 진땀을 흘렸고 소수의 공연 관계자에게도 리허설 참가를 불허했다.

공연 때도 프로답지 않았다. ‘샤모니의 린다’에서 한 소절을 바꿔 불렀고, 시간이 흐를수록 목소리가 점차 갈라졌다. 흑인 영가 ‘우리 함께 식사합시다’에서는 인후용 스프레이를 입 안에 뿌리며 오히려 반주자의 잘못인 양 책임 전가를 하는 최악의 무대매너를 보여줬다. 다섯 곡이 넘는 앙코르를 했지만 관객들은 앙코르 두 곡을 채 듣기 전에 절반 이상 자리를 박차고 떠나는 등 고개를 흔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2001년 7월 14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브리버드 시 뮤직센터에서 열린 독창회도 화제가 됐다. 배틀은 예고 없이 30분을 지각했다. 게다가 프로그램을 흑인 영가 등으로 멋대로 변경해서 노래하다가 컨디션 난조를 보이자 35분 만에 독창회를 끝내버렸다.

만원 청중들은 야유를 보냈고, 환불을 요구하기도 했다. 성난 청중들이 자동차 경적을 울려대는 가운데 배틀은 유유히 극장을 떠났다.

그녀가 지각한 이유는 공연 전 가족들과 함께 시내의 골동품 가게에서 쇼핑을 하다가 점원과 실랑이가 붙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화가 난 점원은 경찰을 불렀고 배틀은 5대의 경찰차에 포위돼 거의 체포되기 일보 직전까지 갔다. 이에 기분이 나빠서 지각하게 됐다는 것이 배틀측의 설명이다.

배틀의 쇼핑 습관은 2000년 11월 서울 공연 때도 악명 높았다. 당시 그녀를 수행했던 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이태원에서 이것저것 물건들을 다 끄집어놓고 물건을 사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였다“고 밝혔다.

한편, 피터 겔브 메트 오페라 총감독은 원래 배틀을 모차르트 오페라 무대에 세우려 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배틀이 고사하면서 대신 독창회를 열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오는 11월 13일 메트 무대에서 캐슬린 배틀이 어떤 무대 매너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배틀을 해고했던 조지프 볼프는 “그녀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기쁘다”며 “잘 지내길 빈다”고 말했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ㆍ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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