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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부녀 대통령 눈앞…“아버지 사면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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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모리 부녀

“아버지를 사면하는 데 권력을 남용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3일(현지시간) 페루 수도 리마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 초청 방송 토론회. 게이코 후지모리(41) 민중권력당 후보가 마무리 발언에서 기습적으로 ‘명예 서약’이 적힌 종이 한 장을 들어 보이며 이렇게 말하자 방청석이 술렁거렸다. 오는 10일 대선을 앞둔 후지모리는 “조국의 역사를 어떻게 돌아 봐야 할지 잘 알고 있다. 반복되지 말아야 할 장면이 무엇인지도 명확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후지모리는 1990~2000년 페루 대통령을 지낸 아버지 알베르토 후지모리(78·일본계 이민 2세)의 장녀다. 94년 아버지가 어머니 수사나 이구치와 이혼하자 후지모리는 19세에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다. 2006년 총선에서 부친의 후광을 업고 보수층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정치 신인에 가깝던 그가 2011년 대선 결선 투표까지 간 것도 후지모리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유권자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후지모리는 자신에게 정치적 유산을 물려준 부친과의 선을 분명히 그었다. 대선이 가까워지며 선거판이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출마를 공식화한 뒤 지지율 선두를 달렸지만 최근 “독재자의 딸에게 다시 정권을 내줄 수 없다”는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5일 리마에서는 후지모리를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이런 분위기는 좌파 후보인 광역전선의 베로니카 멘도사(35·여) 의원의 지지율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페루 여론조사기관 다툼 인터내셔널이 지난달 28~30일 실시한 모의 투표 결과, 멘도사가 17.3%를 득표했다. 한 달 전 지지율이 한 자릿수였던 걸 감안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2위인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전 재정장관(18.6%)을 오차범위 내에서 추격 중이다. 후지모리는 42%로 2위를 23%포인트 차이로 선두를 유지했다. 후지모리가 당선될 경우 페루 최초의 부녀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다.

후지모리가 아버지의 독재 정치를 비판한 것은 반대 진영의 추격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페루 일간지 엘코메르시오는 “멘도사는 알베르토의 독재 정치를 부각시키며 좌파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10일 대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6월 1·2위 간 결선 투표를 한다. 좌파는 후지모리가 대통령이 되면 아버지를 사면할 거란 주장을 해왔다. 후지모리는 이를 의식해 아버지를 사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후지모리는 “페루 역사에 4월 5일이 다시 와선 안 된다”라는 말도 했다. 페루에서 이날은 1992년 군부 쿠데타 발생일로 기억된다. 아버지 알베르토는 이날 친위 쿠데타를 일으켜 자신의 개혁에 미온적인 의회를 강제 해산했다. 이듬해에는 신헌법을 공포해 재선 발판을 마련했고 96년 헌법을 개정해 3선 연임의 길을 열었다. 그는 2000년 3선에 성공했지만 심복인 당시 국가정보부장이 야당 의원을 매수하는 비디오가 폭로되며 집권 10년 만에 권좌에서 물러났다. 이후 재임 시절 저지른 온갖 부정 부패, 인권 탄압 등이 드러나자 일본·칠레 등으로 도망 다니다 2009년 체포됐다. 알베르토는 2010년 25년형을 선고 받고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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