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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만난 사람] 닥공 아닙니다, 김홍국의 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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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10마리로 축산업에 뛰어든 김홍국 하림 회장이 대기업의 총수가 됐다. 나폴레옹을 존경하는 인물로 꼽은 그는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에 망설임 없이 뛰어든다. 김 회장은 “흙수저라며 포기하지 말고 열정적으로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많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진 지미연 기자]


‘대기업.’ 닭고기 가공 및 유통회사로 유명한 하림그룹 앞에 새로 붙은 수식어다. 지난 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자산 5조원이 넘는 기업인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하림이 이름을 올린 것이다. 지난해 팬오션을 인수하며 순식간에 자산 규모가 4조7000억원에서 9조9000억원으로 뛰어서다.

병아리 10마리로 시작한 축산맨
카길 같은 곡물 메이저로 성장 꿈
해운업 어려운데 팬오션은 성장

"대기업 규제해도 중소기업 허덕
세계 시장서 외국기업에 밀려"


11살 때 외할머니가 선물로 준 병아리 10마리를 키워 팔아 축산 분야에 발을 디딘 김홍국(59) 하림 회장은 이제 재계 서열 38위 대기업의 총수가 됐다. 당초 공정위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발표가 예상됐던 지난 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NS홈쇼핑 본사 집무실에서 김 회장을 만났다. 그는 “대기업 타이틀이 반갑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대기업 집단에 속하며 생기는 규제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팬오션 인수로 글로벌 곡물 메이저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 생겼다”며 앞으로의 행보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30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작은 농장 주인에서 중소·중견기업 사장을 거쳐 대기업 회장이 됐다. 대기업 집단 구분을 시작한 이후, 축산업에서 출발한 회사가 대기업에 진입한 것도 최초다. 하림은 곡물유통·해운·사료·축산·도축가공·식품가공·유통판매 7개 영역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김 회장은 “자부심을 느끼기보다는 걱정이 더 앞선다”고 말했다. 앞으로 하림그룹은 계열 회사간 상호출자는 물론이고 신규 순환출자, 채무보증 등이 금지된다. 대기업이란 이유 만으로 35개 규제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 자신 작은 기업에서 출발했기에 ‘작은 기업과 큰 기업이 공정한 경쟁을 하기 위해 규제는 필요하지 않나’는 질문을 던져봤다. 그는 “그런 의미라면 대기업 규제는 더욱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대기업 규제에도 중소·중견 기업은 여전히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다. 일부 중소·중견 기업은 일부러 성장을 늦추기도 한다.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과 경쟁하는 외국 기업에만 좋다”는 게 김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또 “오너가 사익을 노리고 불법을 저지르는 건 엄벌을 받아야 하지만 일부의 잘못에 산업 전체를 규제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6월 당시 해운업이 장기불황인 상황에서, 그것도 축산업에 뿌리를 둔 하림이 팬오션을 인수하는 것을 두고 ‘무모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김 회장은 “오랜 꿈인 글로벌 곡물 메이저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팬오션이 꼭 필요했다”고 말했다. 하림의 다양한 사업간 연결 고리 역할을 하는 게 팬오션이라는 것이다. “과거 하림의 비전은 ‘농장에서 시장까지’이었는데, 이를 ‘곡물에서 식탁까지’로 심화·확장하는 데 (팬오션 인수가) 기여했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곡물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가격 등락에 대응하는 것인데, 그 가격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이 운송비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평소 롤모델로 삼는 글로벌 곡물 업체 ‘카길’은 500척이 넘는 선박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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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인수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하림이 약 1조600억원에 팬오션을 인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4년 팬오션이 시장에 나올 당시의 예상 금액(7000억~8000억원)보다 크게 올랐다. 이에 대해서 김 회장은 “해운업이 불황이고 팬오션이 법정관리를 받았기 때문에 오히려 싼 가격에 인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정관리를 졸업하는 단계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마쳤다는 게 그가 판단한 팬오션의 또 다른 장점이었다. 많은 해운업체들이 과거에 맺었던 ‘장기 용선계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팬오션은 법정관리 기간 동안 대부분 계약을 해지한 상태였다.

인수 당시 180%였던 팬오션의 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76%로 떨어졌다. 작년 말 부채비율 목표를 90%로 잡았던 김 회장의 예상보다 빠르게 경영이 안정을 찾았다. 인수 첫해인 지난해에만 1조76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23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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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은 “무모한 도전을 한다는 세간의 평가는 하림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닭을 전문으로 하다가 돼지로 영역을 넓힐 때, 축산을 하다가 가공으로 영역을 넓힐 때도 매번 ‘무모하다’는 말을 들었다. 하림의 모든 사업이 그렇듯 생소한 분야로 무턱대고 확장하지 않는다. 하림은 오래전부터 곡물(사료)을 수입해왔기 때문에 해운업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고 있다.”

지난해 김 회장은 조금 다른 분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프랑스 경매 시장에 나온 ‘나폴레옹 모자’를 24억원에 낙찰 받았다. 평소 ‘불가능은 없다’는 좌우명으로 산 나폴레옹을 존경해 내린 결정이다. 그 모자는 이제 김 회장의 도전 정신을 상징하는 물건이 됐다. 동시에 젊은 세대의 도전 정신을 일깨우는 메시지가 됐으면 한다는 게 김 회장의 바램이다.

“나폴레옹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흙수저’였다. 나는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위로하기 위해 ‘흙수저’나 ‘헬조선’을 언급하는 것에 반대한다. ‘원래 안 되는 일’이라며 미리 포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된다고 믿으면 결국 된다’는 게 내 경영철학이다.”

글=박성민 기자 sampark27@joongang.co.kr
사진=지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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