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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설문] 희망 학과는 있지만 뭘 배우는지는 몰라요

고교생 520명 희망 학과·진로 설문조사

취업 잘된다 점수 맞춰서 선택한 전공
사전 정보 부실해 진학 후 방황하기도
고교생 6명 중 1명 희망 진로·학과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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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되려면 신문방송학과에 가야 할까요?” “공무원이 되고 싶은데 어떤 학과에 진학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문헌정보학과에서는 무슨 공부를 하나요?”

진로와 관련해 학생들이 흔히 하는 질문이다. 희망 학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학과에 진학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대입의 축이 정시에서 수시로 바뀌고 학생부 종합 전형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진로 계발의 중요성이 커졌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학생이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그려나갈지 막막해 하고 있다.


초등교육·기계공학 인기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조모양은 장래 희망이 없다. 특별히 진학하고 싶은 학과도 없다. 매년 학교생활기록부 진로희망사항에는 의무적으로 ‘초등 교사’라고 적고 있지만, 자신이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에 재능이 있거나 흥미를 느낀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성적이 나쁘지 않고 취업도 잘된다는 부모님의 조언에 별다른 고민 없이 그 길을 선택했다.

많은 학생들이 조양처럼 자신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거나 스스로 적성을 파악하지 못한 채 대입을 향해서만 달려가고 있다.

중앙일보 열려라공부가 이투스교육에 의뢰해 고등학생 520명을 대상으로 희망 진로와 학과 등에 대해 물어 보니 85명, 즉 6명 중 1명(16.3%)이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희망 진로만 답한 사람은 15명(2.9%), 학과만 답한 사람은 31명(5.9%)이었고, 둘 다 ‘모르겠다’고 한 사람은 39명(7.5%)이었다.

이효남 한국고용정보원 전임연구원은 “현재 우리나라 학생들은 어렸을 때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에 대해 고민해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대학에 진학할 때도 자신의 적성이나 흥미보다 대학 간판이나 성적 위주로 학과를 선택하기 때문에 이후에도 방황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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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결과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직업은 문과 계열은 초등교사(23명), 이과 계열은 의사(33명)였고, 선호 학과는 초등교육과(22명)와 기계공학과(50명)였다. 초등교육과와 기계공학과는 상대적으로 취업이 보장된 대표학과라는 점에서 최근의 취업난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교육대학의 경쟁률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 2013학년도에 2.51대 1이었던 서울교대, 경인교대, 공주교대 등 10개 교대의 올해 입학 경쟁률은 2.89대 1이었다. 초등교육과가 개설된 한국교원대와 이화여대, 제주대 3곳의 경쟁률을 합하면 4대 1로 껑충 뛴다.

기계공학과의 인기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관계기사 4, 5면> 이 역시 높은 취업률 덕분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14년 발표한 취업통계연보에 따르면 기계공학과 취업률은 71.7%로 물리학과(51.5%), 수학과(37.9%) 등보다 훨씬 높다.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황성호 교수는 “공학계열로 입학해 세부 전공을 정할 때도 기계공학과 경쟁률이 가장 높다”며 “지난해 학점 커트라인은 4.5점 만점에 3.4점이었다”고 말했다.

안광복 중동고 홍보팀장(철학교사)은 “매년 재수생이 늘어나는 것도 취업난 탓이 크다”며 “막상 대학에 진학했는데 학과 선배들이 직장을 구하지 못해 허덕이는 모습을 보면 취업이 잘되는 좋은 학교·학과로 옮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진로 교육 못받은 교사가 진로 교육

‘지원 전공을 선택한 이유와 대학 입학 후 학업 또는 진로 계획에 대해 기술하세요.’ 대입 수시모집전형 자기소개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문항 중 하나다. 모든 대학에서 공통으로 묻는 건 고등학교 재학 중에 학업에 기울인 노력, 교내 활동을 통해 느낀 점, 배려·나눔 등을 실천한 사례지만, 학생의 전공 적합성을 파악하기 위해 지원 동기와 진로 계획을 묻는 대학도 많다. 대학 간판이나 점수에 맞춰 지원하는 학생보다 고교 3년 동안 해당 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진정성 보이는 활동을 한 학생이 높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제로 학생들이 직업이나 학과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많지 않다. 진로진학설명회가 열려도 주로 대입에 대한 내용으로 이뤄질 때가 많다. 고3에 재학 중인 박모양은 “진로진학특강이 열린다고 해서 없는 시간 쪼개서 참여했더니 대학별로 어떤 전형 있는지, 지난해와 달라진 점이 뭔지 알려준 게 전부”라며 “학교 선생님도 대학 합격에만 관심 있을 뿐 학과나 직업에 대한 고민을 귀담아 듣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부모와 교사들도 직업이나 학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강남의 한 중학교 교사는 학생들이 ‘선생님은 왜 교사가 됐느냐’고 물었을 때 선뜻 답변이 나오지 않았던 경험을 떠올렸다. 그는 “진로 교육을 받지 않고 자란 탓에 아이들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며 “정부가 올해부터 교사들의 진로 교육 역량을 강화한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2 자녀를 둔 고모(50·서울 영등포구)씨는 “대입설명회를 아무리 쫓아다녀도 학과나 직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는 없다”며 “결국 이렇게 허둥지둥하다가 성적에 맞춰 학과 정하고 지원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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