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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약품 재료에서 먹거리로까지 확대

인류는 ‘이것’없이 살아본 적이 없다. 인간보다 한없이 작은 존재다. 평소에는 눈길을 끌지 못하지만 더러 지카바이러스같은 질병을 옮겨 세계를 뒤흔들 공포감을 주기도 한다. 이것은 곤충이다. 봄을 알리는 흰나비, 한여름 무더위를 떠올리게 하는 매미부터 메뚜기·물방개·잠자리 등 곤충 혹은 벌레로 불리우는 생명체들은 도처에 있다. 지금껏 인류와 함께 지구상에 공존해 온 이 곤충이 최근들어 새로운 산업의 씨앗이 되고 있다. 이미 ‘곤충경제(insect economy)’라는 단어를 만들어낼 만큼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와 있는 것이다.



 

1 지난해 10월 영국에서 처음 문을 연 곤충 레스토랑 ‘그럽 키친’이 내놓은 버그 파이. 단백질 함량이 높은 갈색거저리유충을 활용했다. [사진 그럽 키친]

2 국내 1호 곤충식당인 ‘빠삐용의 키친’에서 만든 초코맛 곤충 에너지바. [사진 빠삐용의 키친]



급성장하는 곤충산업

서울 중구 약수역 인근엔 엄마들 사이에 입소문이 난 레스토랑이 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우리나라 1호 곤충식당인 ‘빠삐용의 키친’이다. 5평(16.529㎡)도 채 안돼 보이는 이곳에선 곤충을 넣은 음식을 판다. 테이블은 단 하나. 6명이 앉을 수 있는데 예약제로만 운영한다.



셰프 박주헌(28)씨는 요즘들어 예약전화를 받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시켜주려는 학부모들이 알음알음 이곳을 찾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학교 토론 주제로 식용 곤충이 선정되면서 문의가 확 늘었다. 하루 6팀의 손님이 찾아오고 주말 예약은 한달치 넘게 꽉 찰 정도다. 박씨는 “곤충을 대안 식량으로 꼽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2013년 보고서 이후 식용 곤충에 대한 관심이 국내외에서 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문 연 국내 곤충식당 인기 박씨가 하얏트 호텔에서 이탈리아 요리 셰프로 일하다 이직을 결심한 것도 곤충의 가능성 때문이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소고기 100g엔 21g의 단백질이 들어있는 반면 메뚜기는 70g에 달할 정도로 단백질 함량이 높다. 반면 소 한 마리를 사육하는 데 필요한 사료로 쇠고기의 12배에 달하는 귀뚜라미를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효율성도 높다. 이런 이유로 네덜란드의 생태 곤충학자인 마르셀 디케는 세계 최고 지식행사로 불리는 TED 2010년 강연에서 “식용 곤충이 인류의 미래 식량이 될 것”이라고 확언했다.

빠삐용의 키친에서 만든 땅콩 캐러멜 쿠키. 식용 곤충을 넣어 ‘벅키’로 부른다.



연구소와 레스토랑을 겸하는 이곳에서 박씨는 낮엔 요리를 하고, 밤엔 신메뉴를 개발한다. 메뚜기는 고소한 맛이, 갈색거저리유충은 건새우의 풍미가 난다. 귀뚜라미는 고소하지만 다소 독특한 맛이 있어 토마토 소스 요리에 활용한다. 쓴 맛이 약간 있는 누에는 빵을 굽거나 비빔면과 같이 맛이 강한 음식에 어울린다. 그는 우리가 굼벵이로 알고 있는 꽃무지유충을 가루로 만들어 면을 뽑아서 토마토 파스타를 만들고, 갈색거저리유충를 넣은 쿠키도 굽는다. 식용 곤충(bug)을 넣었단 뜻에서 ‘벅키’라고 부른다. 캬라멜 땅콩 벅키와 초콜릿 퍼지 벅키, 월넛초코칩 벅키는 개당 2000원. 그날 팔 수 있는 만큼만 만드는데 맛은 여느 쿠키와 같다. “진짜 곤충이 들어간 거 맞냐”는 손님들의 문의가 많아 에너지 바는 갈색거저리유충을 분말이 아닌 원형 그대로 넣어 만든다. 코스 요리는 1인당 2만5000원. 라이스 크로켓, 토마토 파스타, 디저트 코스와 옥수수 스프, 풍기 크림 파스타, 디저트 코스 두 개다. 곤충 가루가 들어간 간단한 샌드위치와 마카롱·스콘·로열밀크티로 구성되는 애프터눈티 세트도 있다. 박씨는 “레스토랑 문을 열 때만 해도 사람들이 찾을까 궁금했는데 이제는 식용 곤충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곤충 쿠키가 대형마트에서 팔리는 때가 오지 않을까 기대할 정도”라고 말했다.

벼메뚜기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넣은 고단백 쌀. [사진 빠삐용의 키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식용곤충 시장은 이제 갓 싹을 틔운 단계다. 2015년 기준 시장 규모는 약 60억원. 메뚜기와 번데기·귀뚜라미 등 7종의 곤충이 식용 허가 받았다. 허가 품목 중 약용으로 쓰이는 굼벵이는 100g에 1만8000원을 호가해 한우(100g 당 6000원대)보다 비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식용곤충이 훌륭한 단백질원이 된다는 점에서 2020년까지 1014억원 규모로 16.9배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변화도 있다. 최근엔 대기업인 CJ제일제당이 식용곤충 연구에 들어갔다. 빠삐용의 키친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식용곤충연구소와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문병석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장은 “식용곤충 연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향후 식량자원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로 본다”며 “앞으로 소비자가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식용곤충 상품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EU 식약처, 곤충 가이드라인 내놔 해외선 이미 이런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국 식품벤처 엑소(EXO)가 대표적이다. 미 브라운대 재학 중이던 가비 루이스는 2013년 1월 학교로 귀뚜라미 2000마리를 주문했다. 귀뚜라미 가루를 바탕으로 한 음식을 만들어보겠단 생각에 구글 검색을 하다 만든 건 에너지 바. 그해 졸업을 한 그는 친구와 뉴욕으로 옮겨가 유명 레스토랑인 팻덕 셰프와 손잡고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에 글을 올렸고 이들은 3일 만에 2만 달러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2014년 3월 이들은 이 돈을 종잣돈으로 귀뚜라미를 원료로 한 단백질 바를 출시해 대형 마트까지 진출했다. 국내 최대 게임업체인 넥슨의 김정주 대표가 “엑소를 주목하라”고 할 정도로 투자자의 관심을 끌었다. 1년 만에 12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엑소의 에너지바는 12개 들이 한 박스에 36달러라는 가격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팔리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엑소와 곤충 에너지바 시장에서 1위를 다투는 차풀은 귀뚜라미 에너지바의 원조격이다. 패트릭 크로울리 등 5명이 2012년 유타주에 세운 이 회사 역시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를 병행하고 있다.



비티푸드는 미국 유명 셰프인 타일러 플로렌스를 총괄 책임자로 영입해 귀뚜라미 가루를 이용한 초콜릿 쿠키를 생산해 온라인으로 판매한다. 식스 푸드는 귀뚜라미와 쌀·콩을 원료로 한 ‘첩스 칩’을, 텍사스를 기반으로 한 호퍼푸드는 양배추와 다시마를 가미한 곤충 에너지바를 팔고 있다. 두 회사 모두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투자 자금을 마련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식용 곤충이 확산하자 유럽연합(EU) 식품안전처가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도 했다. 프랑스에선 유럽 엔토모파지란 식용곤충 전문 판매 회사가 다양한 조리법을 담은 서적을 판매하고, 영국에선 이더블 유니크가 식용 곤충을 생산해 분말 형태로 가공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영국에서도 지난해 10월 1호 곤충 레스토랑 그럽 키친이 문을 열었다. 곤충을 넣은 캬라멜 마키아또, 개미 파우더를 넣은 샐러드와 버그 파이·햄버거를 메뉴로 내놓고 있다.



곤충경제의 가능성은 먹을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아이들을 위한 학습용 곤충은 이미 일반화된 지 오래다. 전남 함평군은 매년 5월 나비축제를 열어 관광객들을 끌어 모은다. 지난해 나비를 보기 위해 찾은 방문객은 26만1800여 명. 전년 보다 1만5800여 명이 늘었다. 함평군은 나비축제를 통해 거둔 경제적 효과가 약 30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전북 무주군 역시 매년 9월 반딧불 축제를 열어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2014년 무주를 찾은 방문객은 64만7000여 명. 무주군은 반딧불 축제로 약 520억원의 경제효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약 대신 천적곤충을 활용해 진딧물과 같은 병충해를 없애고, 참외와 수박 같은 과일 농사에 꿀벌 등 화분용 곤충을 쓰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곤충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 소재 개발도 진행 중이다. 의약품이 대표적이다. 농촌진흥청은 흰점박이꽃무지유충에서 나온 추출물로 항진균 유도체를 연구하고 있고,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무당벌레 추출물에서 항염 물질을 찾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곤충의 피부 재생과 항염 기능을 이용해 크림과 마스크 등 다양한 형태 제품의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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