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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노는’ 디자이너가 어때서

지난달 25일 오후 6시 헤라서울패션위크가 열리는 DDP 쇼장 입구. 200여 명 정도의 젊은이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쇼가 시작되려면 30분이나 남은 시간. 이들이 기다리는 주인공은 ‘비욘드 클로젯’의 디자이너 겸 CEO 고태용(35)이다. 대학을 졸업한 이듬해인 2008년 스물일곱에 최연소로 서울패션위크에 데뷔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8년 후인 지금은 팬덤을 거느린 스타 디자이너. 지난해에는 이탈리아 보그가 선정한 전 세계 신진 디자이너 톱 5에도 들었다. 그런 그가 최근 자신의 성공 스토리와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청춘들을 위한 조언을 엮은 책 『세상은 나를 꺾을 수 없다』(넥서스북스)를 출간했다.



혹자는 고작 브랜드 론칭 10년 만에 성공 운운한다고 쓴소리를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미술은 배워본 적도 없고, 그저 옷이 좋아 끊임없이 옷을 샀던 사회복지학과 대학생이 복학 후 의류학과에 편입해 2년 6개월 만에 졸업,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 쉼없이 달려온 ‘꿈의 기록’이라고 한다면 어떨까.



출판계에 도전장 던진 패션 디자이너 고태용

실내에서도 선글라스를 쓰고, 호리호리한 몸매에 디제잉을 좋아하며, 사진을 찍을 때도 약간 비딱한 자세를 보이는 그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있는 집 자식’ 혹은 ‘외국 물 좀 먹은 남자’로 오해한다. 실상은 정반대다.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아들을 팍팍 밀어줄 만큼 넉넉한 집안에서 크지 않았다. 외국도 서른이 돼서야 처음 나가봤다. ‘최연소’라는 기록적인 타이틀을 달고 패션위크에 입성했지만 3년 동안 수입이 없었다. 모델이 쇼에서 입었던 샘플을 팔아 겨우 다음 시즌 쇼 옷을 만들 수 있었다. 신사동에 얻은 손바닥만 한 공간이 작업실이자 매장이라 손님이 와도 옷 갈아입을 탈의실이 없었다. 옷에 관심 많은 배우 봉태규가 의상 제작을 맡기러 왔다가 결국 차 안에서 옷을 갈아입은 일화도 있다.



그나마 살림이 피기 시작한 것은 2009년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 속 교복 디자인을 맡으면서다. “안정기에 접어든 건 2013년도부터일 거예요. 키우던 강아지 ‘체크’를 모델로 캐릭터를 하나 만들었는데 그게 완전 대박이 난 거죠.” 디자이너 브랜드 중 단일 아이템으로는 유일하게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패치도그 스웨트 셔츠 이야기다. 이 셔츠는 최근까지도 인기를 모으며 ‘국민 개티’로 불리고 있다.



그럼 그 ‘있어 보이는’ 분위기는 뭐란 말인가.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더 열심히 놀았죠. 디제잉을 배운 지도 3년 6개월밖에 안 됐어요. 제 옷에 젊은이들의 스트리트 문화를 담고 있거든요. 젊은 세대가 어디서 뭘 하며 노는지 알아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죠. 그래서 와인, 클럽, 음악 등 더 열심히 놀면서 공부하는 중입니다. 제가 해병대 출신이라 일단 마음을 먹으면 거침이 없거든요.”(웃음)



최근 몇 시즌 비욘드 클로젯의 옷은 다양한 컬러와 유니크한 그래픽 아트가 콘셉트다. 말하자면 좀 ‘놀 줄 아는’ 감각적인 젊은 남자들을 위한 옷이다. 2016 FW 서울패션위크에서 비욘드 클로젯 무대는 검은 바지에 각기 다른 영문 타이포그래피가 들어간 흰색 스웨트 셔츠를 입은 모델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며 막을 내렸다. 수십 벌의 셔츠에 쓰인 글자들은 요즘 서울에서 가장 핫하다는 클럽과 라운지 바의 상호 명이었다.



이 남자, 책에서나 인터뷰에서나 거침없이 솔직하다. 심지어 디자이너 시절 초기 때 돈을 벌고 싶어 온라인 쇼핑몰을 하는 지인과 함께 ‘짝퉁’ 제품을 만들었던 일도 고백한다. 미디어에 워낙 자주 노출돼 ‘연예인병에 걸린 게 아니냐’는 질타에는 “연예인 같은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응수한다. “한국에선 아직도 서울 강남 지역에 사무실이 있는 사람들 아니면 패션을 잘 몰라요. 디자이너 이름을 일단 알려야 패션에 관심도 생기고 옷도 팔리죠.”



최종 목표는 라이프스타일 디자이너다. “클래식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다양한 컬러와 위트를 잃지 않는 폴 스미스 같은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옷뿐만 아니라 일상의 다양한 제품을 내 스타일로 디자인하는 게 꿈입니다.” ●



 



 



글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 사진 비욘드 클로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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