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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드 로봇 연기’로 큰 웃음 “일탈하는 느낌, 선물 같아요 촤~”

1991년, 듣도 보도 못한 세련된 테크노 댄스 음악에 터프한 라이더 재킷으로 무장하고 혜성처럼 등장한 가수 이현우(50)에겐 뭔가 ‘유니크한’ 이미지가 있다. 당시 흔치 않던 미국 교포 출신으로 귀공자풍 외모에 이국적인 음색, 살짝 까칠한 태도로 남다르게 쿨했던 그를 ‘원조 차도남’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가수가 연기로 영역을 넓혀 부동의 캐릭터를 구축한 것도 전무한 일이었다. 2003년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의 실장님 캐릭터로 시작된 왠지 영혼 없어 보이는 ‘로봇연기’는 이후 드라마 7편과 영화 3편을 거치면서도 그대로다. 다른 가수라면 ‘발연기’라고 욕을 먹겠지만 그의 경우는 은근히 중독성 있는 ‘이현우표 메소드 로봇연기’로 인정받는다.



연기 패턴이 다르다는 뮤지컬 무대에서도 그는 좀체 흔들림이 없다. 최정원·남경주 등 전형적인 뮤지컬 배우들과 함께 나선 ‘맘마미아!’(6월 4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도 일관된 모습으로 큰 웃음을 주고 있는 것. 극중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지 그냥 이현우인 채인지조차 헷갈릴 정도였지만, 유일한 솔로곡인 ‘아워 라스트 섬머(Our last summer)’를 부를 때 무릎을 쳤다. 뮤지컬 속에서도 그는 그저 가수 이현우로 존재하고 있었다. 어떤 경우에도 ‘스스로 존재하는’ 이현우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



뮤지컬 ‘맘마미아!’ 무대에 선 가수 이현우

 



“왜 저더러 영혼 없어 보인다는지 모르겠어요. 요즘엔 ‘알파리’라는데, 동의할 수 없어요.”(웃음)



나이 오십에도 찢어진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이 ‘원조 차도남’은 겉과 속이 달랐다. 빈틈없이 빗어넘긴 헤어스타일은 어딘지 ‘연예인스러’웠지만, 벽을 쌓지 않고 진솔한 얘기를 들려주려는 배려가 느껴졌다. “한때 단답식 답변으로 기자들 사이에 ‘가장 인터뷰하기 힘든 연예인’으로 통했지만 결혼 이후 다시 태어났다”고 했다. 스무 살 소피의 결혼식 전날 아빠찾기 대소동을 그린 ‘맘마미아!’의 아빠후보 ‘해리’로 첫 출연했던 2011시즌 이후 오랜만에 돌아온 무대에서도 “실제 아빠로 살아 본 만큼 조금 더 아빠다워졌다”고 자평했다.



“그때 거의 신생아던 아이가 올해 학교에 들어갔거든요. 그동안 부모 마음을 이해하게 되니 아빠로서의 느낌도 더 사는 것 같고요. 제가 제 자신을 평가한다는 게 우습지만 좀 자연스러워진 거 같죠.”



이번 시즌엔 오리지널 창작진이 원년멤버들까지 오디션을 봐서 화제가 됐죠. “평가단으로 앉아있어 보기만 했지 평생 오디션을 본 적이 없었거든요. 복도에서 기다리는데 남경주 형도 앉아있더군요. 재밌는 그림이었죠. 차례대로 한 명씩 들어가면 큰 홀에 영국인들이 쫙 앉아있고 피아노 한 대 달랑 놓여있는데…. 그렇게 긴장해본 건 처음이에요. 가벼운 노래를 오페라 부르듯 막 소리를 지르니까 자연스럽게 살살 하라더군요, 하하. 그래서 다시 부르고. 재밌는 경험이었죠.”



전문 뮤지컬 배우들 사이에서 위화감은 없나요. “그런 게 없는 게 제 장점이에요. 캐스팅된 이유가 있다고 자부심 갖고 하니까. 태생이 뮤지컬 배우가 아니고 어차피 알려진 사람이니 관객도 연기보다 저라는 사람을 인식하죠. 해리는 가볍고 밝은 역할이라 다른 배우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고 있어요. 엄청난 드라마도 아니고 전체적으로 밝은 작품인데다 아빠들 중에 음과 양이 있다면 양을 제공하는 역할이니까요.”



화려한 의상에 민망한 춤도 춰야 하는데.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요. 커튼콜 의상을 입고 거울 보면 되게 뿌듯해요. 뭔가 일탈하는 느낌? 관객에게도 맘마미아 자체가 일탈이잖아요. 이 복잡한 도시에서 그리스의 한적한 섬으로 잠깐 여행 떠나는 기분인 거죠. 그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게 선물 같은 일이에요.”



본인의 유행어인 “촤~”까지 등장하던데요. “그 부분이 영어로 ‘오 마이 갓’인데, 우리말 대사가 애매해요. 적절히 놀래면서 적절히 웃겨야 하는데…. 4년 전에도 주변에서 부추겼지만 용기가 없었어요. 이번에 용기를 냈죠. 사실 엄마들 삶에 관한 이야기잖아요. 아빠들은 여자들에 대한 정보 제공하는 입장이라 정보를 전달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하려고 고민을 많이 했죠. ‘촤~’ 덕에 좀 덜 지루한 정보전달이 되지 않았나요.(웃음)”



그러다 보니 해리가 아니라 그냥 이현우 같아요. “아빠들 역할이 엄청난 드라마가 있는 게 아니에요. 특히 알려진 사람의 경우에는 자기 틀을 벗어날 만한 장면이 없어요. 극적인 게 아니고 가벼운 장면의 연속이라…. 굳이 핑계를 대자면 이건 하나의 파티 같은 작품이고 그냥 이현우로 보여도 용납되는 몇 안 되는 뮤지컬인 거 같아요. 제작진도 그래서 저를 캐스팅했겠죠.”



해리도 이현우도 로맨티스트 이미지인데, 실제 그런가요. “삶이란 게 로맨스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 아닌가요. 꼭 남녀간의 로맨스가 아니라 사물?음악?아이들과도 사랑하고, 로맨틱한 삶을 영위하고 그런 환경의 중심에 있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 같아요. 로맨틱한 삶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맘마미아!’ 커튼콜 의상



“로맨틱한 삶이 가장 행복한 삶” 데뷔 초의 까칠한 이미지를 벗기 시작한 건 뮤지션 김광민과 함께 어색하면서도 훈훈하게 진행했던 MBC ‘수요예술무대’부터다. 하지만 본인은 그보다 결혼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워낙 숫기가 없다보니 차가운 이미지가 생겼는데, 어릴 땐 나쁘지 않았어요. 까칠한 게 더 쿨하게 느껴졌죠. 그런데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나니 부드럽고 따뜻한 모습이 훨씬 더 좋은 것 같아서 노력도 많이 했어요. 먼저 다가가고 먼저 인사하고…그렇게 조금씩 바꿔가니까 주변에서 진짜 좋아하는 거예요. 이렇게 살아야겠다고 맘 먹게됐죠.”



라디오 진행의 영향도 있다.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을 읽으며 ‘소통의 방법’을 배운 덕이다. “전에는 만나는 사람이 한정적이고 그들은 왠만하면 내 요구에 맞춰주는 편이었으니 그들 입장에 서보지 않았어요. 배려하는 삶을 살지 않았던 거죠. 라디오를 하면서 같이 이야기 나누다 보니 사람을 좀 더 이해하게 되고, 숨어있던 제 자신도 많이 나오게 된 것 같아요.”



그는 ‘이현우의 음악앨범’의 9년째 장수 비결로 ‘무(無)자극’을 꼽았다. 모든 매체가 자극으로 치닫는 시대일수록 인간성의 마지막 보루인 라디오만큼은 담백하고 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라디오는 이제 동호회 느낌이죠. 매니어들이 매일 두 시간씩 듣는 거라 집에 있는 ‘가구 같은 방송’을 지향합니다. 있는 듯 없는 듯 언제나 편하고 없으면 굉장히 서운한, 항상 그 자리에 있어주는 그런 방송이 되고 싶어요. 되도록 자극 없이, 상처도 주지 않지만 크게 칭찬도 하지 않죠. 누가 손을 베었다는 사연이라면, ‘너무 아프겠다, 호~해드릴게요’라는 가식 보다 ‘좀 아프시겠지만 손 안 잘리신 게 어디에요’라고 받아주면 저도 제 일을 하고, 사연 보낸 사람도 ‘그래 안 잘린 게 어디야’라며 어느 정도 만족을 하는 거죠. 그런 식의 현실감 있는 방송을 하려고 해요.”



라디오 진행이 부귀영화를 안겨주는 일은 아니지만 ‘부스 안의 행복’이 너무 소중하다는 그는 ‘KBS의 배철수’가 되기를 꿈꾼다. 청취자들과 이야기 나누며 계속 같이 늙어가고 싶다는 것이다. “형님은 가장 존경하는 선배 중 하나에요. 소년 같다가도 철학자 같고, 인생 대선배이자 장난꾸러기이기도 한 다양한 모습이 진짜 매력적이에요. 청취자들과 살아가면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같이 느끼면서 토론하는 게 굉장히 좋아요. 라디오라서 가능한 일이죠.”



“트렌드 좇기보다 내 음악 계속할 터” ‘맘마미아!’는 그에게 두 번째 뮤지컬이다. 2007년 소극장뮤지컬 ‘싱글즈’로 일찌감치 데뷔한 만큼 다양한 작품에 욕심낼 법도 한데 “뮤지컬은 여기까지”라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솔로곡이 1곡뿐이라 아쉽지 않을까? 오히려 “그 정도가 딱”이란다.



“더 이상은 부담스러워요. 이 작품은 나름 중요한 역할이지만 바쁘지 않아 체질에 딱 이에요. 가수는 즉흥적인 부분이 많아서 그날 상태에 따라 자기 노래를 맘대로 표현하는데 익숙하지만 뮤지컬은 내 감정보다 극이 중요하니까, 내 감정 컨트롤하면서 여러 곡을 불러야 한다면 쉽지 않겠죠.”



뮤지컬 뿐 아니라 연기활동 자체에도 욕심은 없다. 무대에 서는 순간이 좋고 주어진 기회에 감사할 뿐이다. 굳이 연기 변신을 시도하지 않는 것도 그래서다. “악역 제안은 많이 받지만 아내가 싫어해서 그냥 안 합니다. 결혼 전엔 우주의 중심이 나였지만 이제 가족이 됐으니까요. 내 영역을 넓혀가기 보단 가족의 안락함이 더 소중해졌죠. 코미디는 한 번 해보고 싶네요. 예능프로에 나가보니 삶 속에서 사람들을 잠시 웃게 한다는 게 매력 있더라고요.”



뭐든 욕심 없이 쉽게 하시네요. “그런 이미지도 있는데 열심히 할 땐 열심히 합니다. 지금은 좋은 가장이 되려 열심이고, 2년 전부터는 그림도 열심히 그려요. 7월에 개인전도 엽니다. 원래 전공이 미술이라 계속 그려 오다 2년 전에 첫 전시를 했거든요. 한번 하고나니 그때 구입했던 분들에게 진화한 모습을 보여주고 가치를 업그레이드하는 게 최소한의 도리겠더라고요. 계속 발전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어요.”



최근 복고가 트렌드인데, 거기 맞춰 발라드 신보 계획은 없나요. “싱글을 가끔 내고 있지만 시장의 질감이 너무 달라져서 적극 활동하는 건 어색해요. 지금은 음악을 감상하지 않고 사소하게 소비하는 시대잖아요. 대량생산되는 컵라면처럼 음악이 더 이상 소중하지 않게 됐죠. 반죽을 일주일 숙성해서 직접 뽑아내는 우동을 만들고 싶은데 그 소비층이 점점 얇아지는 현실이에요. 제가 시장에 빨리 적응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어찌하다 보니 히트곡도 있지만 한 번도 대중을 파악해서 곡을 써본 적 없고, 늘 이해 못 하겠다는 곡이 많았죠. 트렌드를 잘 못 좇는 건데, 그런 사람도 있어야 되지 않나요. 입맛에 맞는 것만 만들기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는 사람도 있어야 시장이 다양해지는 것 같아요.” ●



 



 



글 유주현 객원기자 yjjoo@joongang.co.kr, 사진 전호성 객원기자·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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