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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의 ‘푸드백신’④ 전립선 건강에 도움 되는 식품] 살구씨·호박씨 먹으면 민망할 일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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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중앙포토

모처럼 만난 친구들과 보신탕집을 찾은 50대 중반의 대기업 임원 L씨. 얼큰한 탕을 깨작거리며 친구들이 훈장처럼 늘어놓는 얘기에 귀를 쫑긋 세웠다. ‘아내의 샤워 소리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킬 것 같아 보이는’ 한 친구의 깨알 같은 자랑은 아직도 ‘월 두 자리 숫자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에라, 이 친구야 나잇값 좀 해”라고 쏘아 붙였지만 이내 부러운 마음이 밀려왔다.

L씨는 몸 관리를 비교적 잘 해 고기를 뜯어먹는 그 친구에 비해 손색이 없었다. 사실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젊을 때만 해도 요강을 깰 만큼의 소나기 같은 오줌발을 자랑하던 L씨였지만 근래엔 소변기 앞에서 한참 서 있어야 질금 나오는데다, 오줌발도 가랑비만큼 약해졌다. 최근 그는 병원에서 전립선 비대증 진단을 받고 자신감이 더 사라졌다. 이때 한 친구가 “보신탕집에서 살구씨를 사용하는 것은 살구씨가 살구(殺狗)란 이름처럼 개의 독을 중화시키기도 하지만 남성의 전립선에도 좋기 때문”이란 ‘덕후생정’을 전했다.

전립선 비대증은 노화의 과정

L씨에게 낭패감을 안겨준 전립선은 남성의 방광 바로 밑에 위치한 요도(尿道)를 반지처럼 둘러싸고 있는 기관이다. 요도를 둘러싼 전립선의 일부가 커지면서 요도를 압박, 원활한 배뇨를 방해하는 것이 전립선 비대증이다. 비유컨대 호두나 살구 크기의 전립선이 나이 들면서 레몬 크기로 커지는 병이다. 이 병은 우리나라 남성의 15∼20%가 앓고 있는 흔한 질환이다. 50대의 절반 이상, 70대는 70%가 고통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들수록 유병률이 높아지는 것은 전립선 비대증이 노화의 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전립선이 커지면 방광 출구를 막아 다양한 증상을 일으킨다. 평균 2시간마다 소변을 누는 빈뇨(頻尿), 소변 줄기가 약하고 가늘게 나오는 약뇨(弱尿), 소변을 참기 힘든 급박뇨(急迫尿), 배뇨 후 남아있는 느낌이 드는 잔뇨감(殘尿感), 자다가 소변 때문에 한번 이상 잠을 깨는 야간뇨(夜間尿) 등이다. 방치하면 요도가 더욱 좁아져 배뇨가 힘들어지고 신장이 망가지거나 성性) 기능 장애까지 동반될 수 있다.

살구씨 외에도 오줌발 좋은 서양 형님들이 챙겨 먹는 씨앗이 있다. 호박씨다. 불가리아·터키·우크라이나 남성은 전립선 비대증 치료를 위해 매일 한 줌씩 호박씨를 깐다. 최근 동물실험에선 호박씨 기름이 수컷 쥐의 전립선 성장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 컵의 호박씨엔 여러 연구에서 전립선의 사이즈를 줄여주는 것으로 확인된 아연이 약 8㎎ 들어 있다. 호박씨엔 또 전립선 건강에 이로운 아미노산인 알라닌·글리신·글루탐산도 풍부하다. 45명의 남성에게 세 종류의 아미노산을 매일 각각 200㎎씩 제공했더니 전립선 비대증 증상이 크게 개선됐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호박씨 약 반 컵을 먹으면 알라닌·글리신·글루탐산 등 세 아미노산을 하루 권장량의 5∼20배 충당할 수 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전립선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인정한 기능성 성분은 북·남미에 서식하는 허브(herb)인 소팔메토(톱야자, Saw palmetto) 정도다. 서부 아프리카의 향신료로 현지에선 기니 고추, 악어 고추로 통하는 멜레구에타 고추(Melegueta pepper)와 국내에서 자생하는 장구채 등이 전립선 비대증 개선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식물이다. 이 두 허브엔 인삼의 대표 웰빙 성분인 사포닌이 들어 있다.

지난해엔 전립선 비대증 치료에 고려 인삼이 효과적이란 연구결과가 국내에서 나왔다. 농촌진흥청 연구진이 일부러 전립선 비대증을 일으킨 흰쥐에 인삼을 먹였더니 4주 뒤 알파교감신경수용체가 억제되고 전립선 비대증 증상이 완화됐다. 알파교감신경수용체는 전립선 비대증 환자의 오줌발이 약해지게 하는 물질이다. 전립선암은 국내에서 갑상선암·유방암과 함께 환자 수가 최근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암이다. 10여 년 전엔 그저 ‘서양인의 암’으로만 여겼다. 유명 대학병원에서도 전립선암 환자를 1년에 몇 명 보기 힘들 정도였다. 환자 수가 연평균 15%씩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이후다. 요즘은 ‘전립선암이 비뇨기과 의사들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이런 증가세는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환경오염이 심해진 것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양 남성에게 전립선암이 잦은 이유론 과다한 지방 섭취가 꼽힌다. 채식 위주인 아시아식, 한국 전통식은 전립선암 예방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서구인이라도 콩·완두콩·토마토·건포도·대추야자 등을 즐겨 먹는 제7안식일 교인은 전립선암에 덜 걸린다. L씨가 몰래 사랑하기로 마음을 굳힌 살구도 전립선암 예방에 이롭다. 라이코펜이 많이 들어 있어서다. 라이코펜은 토마토·수박·구아바·파파야 등에도 풍부한 항산화 성분이다. 서양에선 오래 전부터 전립선암 남성에게 살구씨를 추천했다. 살구씨의 독성 성분(아미그달린)이 암 예방에 효과적일 것으로 여겨서다. 이는 살구씨를 즐겨 먹은 미국의 나바조 인디언이 암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데서 착안한 암 예방법이다. 그러나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살구씨 성분을 항암제로 복용하는 것은 금지했다. 소량의 아미그달린(청산 성분)으로 인한 위험(risk)이 전립선암 치료란 혜택(benefit)보다 더 크다고 평가해서다.

살구와 함께 전립선암 예방이 이로울 것으로 기대되는 과일은 석류와 토마토다. 미국 위스콘신대학 연구진은 석류가 전립선암 세포를 죽이는 데 효과적이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전립선암이 흔한 서양에서 최고의 예방 식품으로 대중이 기억하는 것은 토마토다. 1995년 하버드대 연구팀은 토마토소스를 매주 2∼4번 소비하는 남성은 전혀 안 먹는 남성에 비해 전립선암 발생 위험이 34% 줄어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최근엔 토마토가 전립선암 환자의 ‘절친’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토마토 제품의 라벨에 “매주 0.5∼1컵의 토마토나 토마토소스를 섭취하면 전립선암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표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도 “극히 제한적이거나 예비적인 과학연구의 결과”란 단서를 붙였다. 미국 국립 프레드 허친슨 암연구소의 대규모 연구에선 라이코펜과 토마토 제품이 전립선암 예방에 효과적이란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독일에서 40명의 전립선 비대증 남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선 라이코펜 섭취 6개월 후 이들의 전립선이 더 비대해지지 않았다.

전립선암이 비뇨기과 의사 먹여 살려?

브로콜리·콜리플라워·양배추·케일·순무·물냉이·겨자잎 등 배추과 채소도 전립선암 예방을 돕는다. 매주 3회 이상 배추과 채소를 섭취한 사람은 이보다 적게 먹은 사람보다 전립선암 발생 위험이 41% 낮았다는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아마씨도 전립선 건강에 유익하다. 식물성 오메가-3지방(알파리놀렌산, ALA)과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마치 여성호르몬처럼 작용하는 식품 성분인데 콩의 이소플라본과 아마씨의 리그난이 대표적이다. 콩이 전립선암의 예방·치료 식품으로 기대를 모으는 것도 식물성 이소플라본 때문이다. 동물실험을 통해 콩에 풍부한 이소플라본이 전립선암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박태균 - 식품의약칼럼니스트이자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 겸임교수다. 한국 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박사학위(공중보건학)를 받고 중앙일보에서 식품의약전문기자로 일했다. [먹으면 좋은 식품, 먹어야 사는 식품] [내 몸을 살리는 곡물, 과일 채소] [우리 고기 좀 먹어볼까?] 등 9권의 저서를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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