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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서울 대중교통에 새 바람? 콜버스-쿱택시 실험

콜택시 개념을 버스에 도입하고 운전자가 사주(社主) 돼 사납금에서 해방… 법적 규제와 기존업계 반발 등 해결과제 남았지만 서비스 경쟁 촉발효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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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일 자정 무렵 본지 기자가 강남역에서 직접 콜버스를 요청해 탑승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지금 세계는 대중교통의 실험장이다. 미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확산된 우버(Uber)가 막을 열었다. 앱(App)을 이용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승차하는 우버는 창업 6년 만에 기업가치가 680억 달러(한화 약 82조6000억원)까지 치솟았다. 창업 100년이 넘는 제너럴모터스(GM)의 시가총액 460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액수다. 독일에서도 비슷한 개념의 ‘블랙래인(Blacklane)’이 자리를 잡았고, 인도네시아에서는 우버 시스템과 오토바이를 결합한 ‘고젝(Go Jek)’이 거리를 누비고 있다. 한국은 어떨까. 지난해 우버가 불법으로 규정된 서울에서 또 다른 실험이 한창이다. ‘콜버스’와 ‘쿱택시’가 그 주인공이다. 콜버스는 서울 강남을 무대로 심야시간에 운행하는 예약제 버스 시스템. 쿱택시는 택시기사들이 주주가 돼 만든 최초의 협동조합 형태의 택시회사다. 둘 다 정부 기관이 아닌 일반인의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된 사업이다. 두터운 진입 장벽과 기존 업계와의 갈등 등 크고 작은 난관이 남아 있지만 출범 이후 순항하고 있다. 서울에서 일어나는 조용한 교통혁명의 현장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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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택시협동조합의 ‘쿱택시’. 택시기사들은 모두 ‘우리사주 OOO’라고 적힌 명함을 갖고 있다. 택시기사들이 주주인 국내 최초의 택시회사다. / 사진·중앙포토

3월 4일 오전 12시15분 강남역. 기자가 스마트폰에 설치된 콜버스 앱을 켰다. 행선지는 대모산입구역. 출발지(강남역)와 도착지(대모산입구역)를 이 앱에 입력했더니 ‘34분(대기시간)’이란 숫자가 떴다. ‘강남역 10번 출구(출발지)’란 문구도 화면에 나타났다.

앱이 알려준 ‘출발지’로 이동하며 시간을 재보았더니 실제로 콜버스가 오는 데 20분이 조금 넘게 걸렸다. 앱에 뜬 대기 시간보다 10분가량이 빨랐다. 콜버스는 25인승 전세버스다. 이 버스 옆에는 ‘콜버스’라고 적힌 큼지막한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기사 박선구(39) 씨가 운전석 창문을 열고 기자에게 물었다. “탑승 코드(예약 번호)가 어떻게 되시나요?” 기자가 휴대폰에 찍힌 네 자리 탑승 코드를 보여주자, 박씨는 버스의 옆문을 열어줬다.

콜버스는 철저히 예약제로 움직인다. 승객을 태우면, 이후 2~3㎞ 근방에서 콜 요청을 한 승객을 잇따라 태워주며 운행하는 식이다. 이날 콜버스가 움직인 경로를 살펴보았다. 기자를 태운 콜버스는 교보타워 사거리에서 삼성동 방향으로 꺾어 움직였다. 1~2분 지나 차병원사거리에 도달하자, 기사 박 씨가 “강남역에서 또 다른 콜 요청이 들어왔다”며 양해를 구했다. 이어 역삼역 방향으로 향하더니 다시 강남역으로 움직였다. 한 바퀴를 돈 셈이다. 그리고 강남역의 12번 출구에서 한 30대 승객을 태웠다. 콜버스는 한 승객의 하차지인 서초 롯데캐슬 아파트로 2~3분간을 이동했다.

이 승객이 내린 후, 콜버스는 다시 기자의 목적지로 향했다. 교보타워 사거리로 이동한 뒤 삼성동 코엑스 방향으로 꺾었고, 봉은사역 사거리에서 기자의 목적지 부근인 개포동 쪽으로 다시 방향을 바꿨다. 행선지에 도착하는 데까지 모두 30분여가 걸렸다. 박씨는 “도착지가 가까운 순서대로 버스가 움직여 근거리 손님부터 내려줘야 할 때가 많다. 하루에 20여 명이 이 버스를 이용하는데 직장인, 대리기사가 많다”고 설명했다.

콜버스를 운영하는 회사는 콜버스랩(CallbusLab)이다. ‘Lab’(실험실)이란 영어단어가 뜻하듯이, “새로운 대중교통을 실험해본다”는 게 박병종 대표의 사업 목표다. 이 버스는 이용자의 목적지 정보를 모아 최적 경로를 추적하는 알고리즘에 따라 움직인다. 예를 들어 비슷한 시간대 강남역에서 강남경찰서로 이동하는 A씨와 신사역에서 역삼중학교로 가려는 B씨가 각각 콜버스를 요청했다고 가정하자. 이들 손님의 콜을 받은 버스는 신사역에서 B씨를 태운 뒤 강남역에서 다시 A씨를 태운다. 그리고 역삼중학교, 강남경찰서 등 목적지가 가까운 순서에 따라 이들을 차례대로 내려준다. 박 대표는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의 공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콜버스의 기술을 만들어냈다”며 “이동이 수월한 택시와 사람을 많이 태울 수 있는 버스의 장점을 모두 살렸다”고 말했다.
 
새로운 대안 대중교통 수단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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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열린 쿱택시 출범식. 쿱택시는 지난해 말 포항의 한 택시회사도 인수했다. / 사진·중앙포토

일단 이용자들의 반응은 좋다. 택시가 잘 잡히지 않는 시간대에 대체 수단이 나온 데 대한 만족도가 높다. 서초동에 사는 직장인 이모(29) 씨는 “평소 야근을 하고 늦게 귀가할 일이 많다. 회사가 위치한 강남역에서 요청을 하면 10~20분 내외로 콜버스가 도착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두세 번가량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사람이 타는 버스다 보니 여성들의 경우 심야시각에 택시 등에서 느끼는 심리적인 불안감도 적다고 한다. 대치동에 거주하는 대학원생 정모(27·여) 씨는 “가끔 뉴스에서 밤에 택시에서 안 좋은 일이 벌어지기도 하는 것을 보는데 콜버스는 이런 위험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콜버스의 미래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 콜버스와 관련한 논란이 지난 2월 촉발됐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콜버스랩은 지난해 12월부터 강남구와 서초구에서 콜버스 운행을 시작했다. 버스 이용이 무료인데다, 승차 거부마저 없자 이용자들이 하나 둘씩 늘었다. 대리기사에서 직장인으로 손님도 점차 확대됐다. 그러자 운송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불법인 콜버스 운행 허용이 버스와 택시업계를 고사시킨다”는 주장이 일었다. 콜버스가 운행에 들어간 지 2달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당시 콜버스랩은 “‘콜버스가 불법’이란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는 콜버스랩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라며 맞받아쳤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콜버스랩 측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저촉 여부 판단을 국토교통부에 요청했고, 국토부는 고심 끝에 콜버스를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인정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콜버스랩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콜버스랩도 콜버스의 유료화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콜버스랩은 졸지에 존폐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 국토부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면허를 취득한 노선버스와 택시사업자에만 (콜버스) 한정 면허를 제공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비면허권자(콜버스랩)가 콜버스 사업을 하면 안전성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낮에 학원버스나 관광버스를 몰던 기사들이 심야에 콜버스까지 운전하면 졸음운전을 할 수 있다는 게 국토부 측의 설명이었다.
 
출범 1년도 안 돼 기존 회사 인수하며 초고속 성장

국토부에 따르면 기존 버스사업자는 11인승 이상 승합차나 버스, 택시사업자는 11인승 이상 13인승 이하 승합차를 이용해 콜버스를 운용할 수 있다. 결국 법인택시·노선버스 등만 콜버스 제도를 운영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콜버스랩이 운영하는 ‘전세버스’는 여기서 제외됐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국토부의 개정안이 기존 사업자의 이권만 보호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졸지에 불법업체로 전락한 콜버스랩은 ‘면허권자’인 택시업계의 사업 협조를 받아야 할 처지가 됐다. 콜버스랩 측은 “택시업계와 상생하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택시업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쿱택시(Coop Taxi)의 등장이 그것이다. 3월 1일 우연히 시청 앞에서 잡은 택시가 ‘쿱택시’였다. 겉보기에는 일반 택시와 별다를 바가 없었다. 단지 택시 외관에 영어로 ‘COOP TAXI’라고 적힌 정도였다. 목적지를 밝히고 “말로만 듣다가 처음 타본다”고 말을 걸자 택시기사는 빨간 불 신호가 들어온 틈을 타 “앞으로 많이 이용해주세요”라며 노란색 명함을 건네줬다. 명함에는 ‘한국 택시협동조합 우리사주 조국형’이라는 소개와 함께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 있었다.

‘우리사주가 뭐냐’는 질문에 기사는 “손님, 혹시 스페인의 FC 바르셀로나라는 축구팀 아시죠?”라며 뜻밖의 역질문을 던졌다. 그는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은 채 말을 이었다. “세계에서 제일 잘하고 돈을 많이 버는 프로축구팀인데 그게 바로 협동조합이거든요. 우리 회사는 기사들이 조합원이 돼서 출자금을 내고 그 돈으로 만든 회사라서 기사들이 전부 주인인 거죠. 좀 어렵죠? 저도 6시간 동안 교육받은 거예요. 하하.”

목적지인 서울지방경찰청까지 가는 10여 분 동안 그가 말을 이어갔다.

“예전에는 사납금을 제하고 나면 한 달에 140만원 정도 벌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배당금까지 합치면 200만원가량을 벌어요. 요즘에 대학 나온 똑똑한 젊은이들이 취업 안 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너무 대기업만 찾지 말고 이런 거 한 번 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렵다는데 서로 도우면서 살 생각을 해야죠. 안 그래요?”

택시에서 내리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었다. 그동안 택시를 타면 녹음된 카세트테이프를 틀어놓은 것처럼 자주 듣던 “어렵다”, “힘들다”는 말을 택시기사로부터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7월 출범한 쿱택시는 반년가량 지났을 뿐인데 조합에 들어오려는 택시기사들이 계속 늘어난다. 3월 초 현재 대기자 수가 530여 명이나 된다. 지난해 12월 포항의 한 택시회사를 인수한 데 이어, 대구·부산·인천 등의 택시법인들과도 인수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 택시업계를 요동치게 만들고 있다.

쿱택시의 정식 사명은 한국택시협동조합. 쿱택시는 영어 협동조합(cooperative)에서 따온 단어다. 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재선(再選) 출신의 박계동 전 의원이 주도해 지난해 7월 출범시켰다.

일반 택시와 달리 택시기사들이 사주이며, 회사에 매일 납입해야 하는 사납금도 없다. 1인1주가 원칙인 조합 규칙에 따라 택시기사들이 모두 자사주를 한 주씩 가지고 있고, 조합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택시기사들이 배당금으로 받는다. 명함에 ‘택시기사’ 대신 ‘우리사주’라는 직함이 적혀 있는 이유다. 이들은 주식뿐 아니라 의결권도 갖고 회사 경영에도 참여한다.

하지만 출범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협동조합을 구상한 박 이사장은 2014년 11월 법정관리 중인 ‘서기운수’ 인수에 나섰다. 하지만 부족한 자금이 걸림돌이었다. 계약금 4억원을 선예치하고 두 달 안에 잔금 36억원을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 잠실동에 있는 56.1㎡(17평형)의 자택을 팔고 흑석동에서 전셋집을 얻으면서 3억원 가량을 마련했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박 이사장은 “전국 모든 은행을 찾아 다니고, 제2금융권에도 손을 벌렸지만 하나같이 ‘담보가 없으면 안 된다’는 답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인수자금의 대부분을 사채시장에 의존하게 됐다. 지금까지 사채시장에 지불한 이자만 8억원가량이라고 한다.

천신만고 끝에 인수는 했지만 난관은 계속 이어졌다. 첫 번째 난관은 조합원 모집이었다. 높은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출자금을 낼 조합원들을 모아야 했다. 택시회사에 아무런 기반이 없기 때문에 말 그래도 ‘맨땅에 삽질’이라도 해야 했다. 결국 박 이사장은 전단지를 들고 고속버스터미널, 서울역, 가스충전소 등을 돌면서 택시기사들을 직접 설득했다. 2000년 낙선 후 몇 달간 택시운전을 했던 경험부터 꺼내며 기사들의 신뢰를 얻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결국 10일 만에 157명의 조합원을 모았다. 인수자금 40억원을 머릿수로 할당해 최소 출자금을 2500만원씩 받기로 했다.

두 번째 난관은 택시기사들의 경제상황이었다. 대부분의 기사가 출자금 2500만원을 낼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신용도가 낮아 1000만원가량을 빌릴 수 있는 신용 등급 5등급 이상인 기사가 30%에 불과했다. 결국 하나은행과 서울보증보험을 끌어들였다. 이들과 쿱택시의 3자협약이 성사되면서 신용등급 7등급 이상인 택시기사들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여기서도 대출이 거절된 8등급 아래인 택시기사들은 서울시 사회투재자단을 통해 지원을 받았다. 돈을 빌린 조합원들은 출자금을 내고 6개월 거치 뒤 4년6개월 동안 월급에서 대출 원리금을 갚게 된다. 한 달에 40만원 꼴이다. 월수입은 줄지만 출자금은 나중에 조합을 탈퇴할 때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택시기사들로서도 불만은 거의 없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난 7월 조합원 184명이 75대의 택시를 갖고 쿱택시를 론칭한 것이다.
 
기존 택시보다 수입 많고 휴일 보장돼 만족

출범한 지 9개월가량이 지난 쿱택시의 영업실적은 서울의 택시업계의 평균보다 좋다. 서울 택시업계의 택시 한 대당 하루 평균 수입은 23만 원대. 하지만 쿱택시는 인수 첫 달인 지난해 7월 20만3300원으로 시작해 매달 수입이 늘었다. 10월에는 28만940원을 기록했다. 수입이 늘어난 비밀은 가동률이다. 택시업계의 수익은 가동률에 달렸다고 한다. 서울 택시업계의 평균 가동률은 60% 후반대다. 택시 10대가 있어도 운행하는 것은 6대밖에 안 된다는 이야기다. 공성국 서울시 택시정책팀장은 “수입이 낮고 업무 환경도 안 좋다 보니 택시기사들의 이직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쿱택시의 가동률은 지난해 7월 57.1%로 시작해 10월에는 93.7%까지 올랐다. 업계 최고 수준이다.

수입은 늘었는데 쉬는 날은 오히려 많다. 쿱택시의 한 기사는 “예전에는 보통 26일로 한 달에 4~5일을 쉬더라도 사납금이 없는 일요일에 생활비를 벌기 위해 근무를 나가 실제로 쉬는 날은 한 달에 이틀 정도였다”며 “하지만 지금은 일주일가량 쉰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일을 하고 싶어도 전부 운행 중이라 할 수가 없다”며 웃었다.

서비스의 질도 더 향상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쿱택시의 민원 건수는 월 평균 2건으로 일반 택시 회사의 절반 수준이다. 창업 초기인 7월에 쿱택시가 낸 보험료는 2억3000만원이었는데 가동률이 95% 수준까지 오른 지난해 11월 보험료는 2300만원으로 줄었다. 전철규(59) 씨는 “내 회사라는 애착이 있으니 차도 아끼게 되고 승객에게도 더 조심하게 된다”며 만족스러워했다.

- 유성운·조진형 기자 pirate@joongang.co.kr
 
[박스기사] (인터뷰 1) 택시업계 새 바람 일으킨 박계동 쿱택시 이사장 - “승자가 독식하는 지금의 경제구조 타개책은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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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동 한국택시협동조합 이사장(사진)은 “앞으로 택시뿐 아니라 화물, 학교청소부, 택배 등 비정규직이 많은 서비스업종까지 협동조합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사진·중앙포토

2월 9일 서울 마포구 중동 한국택시협동조합(이하 쿱택시)에서 만난 박계동(63) 이사장은 바빴다. 인터뷰 내내 여기저기서 전화가 걸려왔다. 무언가를 보고 받는가 하면 지시도 했다. 그는 “지방의 택시회사 인수 건을 논의 중이라 그렇다”며 양해를 구했다. 자신의 아파트까지 팔고 조합원을 모으러 백방으로 뛰어다녔던 것이 불과 반년 전인데 이제 자립을 넘어서 확장을 꿈꾸는 단계다.

유명 정치인인데 택시 회사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마침 19대 총선에서 공천될 가능성이 높지 않겠더라. 정치를 그만두고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는데 평소 관심이 있었던 협동조합을 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국회의원 낙선 후 2000년에 11개월간 서울 강서구에서 택시기사로 일한 경험을 살려 택시회사로 시작하면 좋을 것 같더라.”

협동조합 방식으로 회사를 꾸리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경제 상황이 어렵다. 소위 ‘시장만능주의’, ‘신자유주의’ 확장으로 승자가 독식하는 경제 시스템이 됐다. 대기업들이 소상공인의 경제 영역까지 침범하면서 서민들은 자꾸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타개책이 필요한 시점인데 그 해답이 협동조합에 있다고 보았다. 조합원 모두가 같은 권리를 갖고 이익을 나눠갖는 이런 공유경제 시스템이 앞으로 더 활성화될 거라고 본다.”

몇 년 전부터 협동조합 설립이 많아졌지만 이른바 ‘스타기업’이 나온 건 거의 없다. 많은 협동조합이 실패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일부 협동조합을 보면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하나는 의존성이다. 협동조합의 가장 큰 무기는 ‘자조’다. 그런데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금에 의존하는 습성이 있다. ‘어떻게든 도와주겠지’라는 생각에 혁신이나 창의성이 부족하다. 누구나 하는 가게를 차려놓고 협동조합 간판만 내건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협동조합은 존재 가치가 없다. 두 번째는 도덕성이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보조금을 타서는 자기들 빚을 갚거나 기타 다른 용도로 유용하는 경우가 많다. 실패하는 이유는 그래서다.”

반대로 쿱택시가 성공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시장 분석을 철저히 했다. 택시기사 경험을 바탕으로 택시업계가 놓치는 사각지대를 파고 들어 수익모델을 만들었다. 협동조합 시스템에 대한 조합원들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쿱택시에 들어오려면 누구나 6시간씩 교육을 받아야 한다.”

설립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뭐였나?

“아무래도 자금 마련이었다. 내가 30년 정치인생 하면서 마련한 유일한 자산이 17평형짜리 아파트 한 채인데 이걸 팔아서 택시 협동조합을 만든다니까 아내가 머리를 싸매고 한 달간 드러누웠다.”(웃음)

쿱택시 사주들이 서울뿐 아니라 전국 각지로 확대되고 있다고 들었다. 기존 택시업계의 견제나 반발은 없나?

“당연히 있다. 기사들이 이탈해서 우리 쪽에 합류하니까 신경이 쓰인다는 눈치다. 노조들도 나서서 비난할 정도다. 자기네 노조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아니, 노동자들을 위한 세상을 만들자면서 노동자의 권익을 높인 우리를 노조가 나서서 비난하는 게 말이 되나? 솔직히 기가 막히다. 하지만 가급적 마찰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목표를 어떻게 잡고 있나?

“협동조합이라면 좌파나 사회주의로 치부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지금 같은 경제구조에서는 서민들이 연대하지 않으면 어렵다. 특히 비정규직이 많은 서비스업은 더욱 그렇다. 택시를 시작으로 화물, 택배, 대학의 환경미화원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갈 계획을 갖고 있다.“
 
[박스기사] (인터뷰 2) 이용자친화형 대중교통 바람 몰고 온 박병종 콜버스랩 대표 | “나태해진 업계 개혁할 새로운 플랫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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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종 콜버스랩 대표(사진)는 “윷놀이에서 말이 서로 업혀가는 것에서 착상해 콜버스 서비스를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 사진·중앙포토

3월 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구글캠퍼스에 위치한 콜버스랩 사무실에서 박병종(30) 대표를 만났다. 경제신문 기자로 일하던 박 대표는 지난해 7월 다니던 신문사를 나온 뒤 한 달 만에 이 회사를 설립했다. 1억원(자신의 돈 5000만원·정부지원금 5000만원)의 자본금을 들여서다. 이후 그는 25인승 전세버스 4대를 구했고, 이들 버스를 강남·서초 일대에서 운용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시범단계로 무료 서비스다. 조만간 유료화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최근엔 엔젤 투자자(기술력은 있으나 창업을 위한 자금이 부족한 벤처기업에 자금을 대주는 투자자)로부터 투자금을 받기도 했다.

언제부터 창업에 관심을 갖게 됐나?

“대학 시절에는 벤처 창업에 편견이 심한 편이었다. 창업은 대기업이나 금융사에 취업 안 되는 사람이나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한국에서 창업에 성공할 확률은 5%다. 이런 리스크를 안고 젊음과 열정만으로 벤처업계에 뛰어드는 젊은 사업가들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다.”

콜버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가?

“신문사에 입사해 처음 일한 곳이 국제부였다. 1년을 일했다. 우리 시간으로 새벽에 발생하는 해외 이슈를 챙겨야 하기 때문에 야근을 하는 날이 많았다. 퇴근 후 자연히 콜택시를 부르는 날이 많았다. 그런데 승차 거부가 심했다. 충정로 회사에서 연희동 집까지 5000~6000원 택시비가 나오는 거리였는데, 일부 기사는 “반대편에서 타라”는 식으로 거절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누군가 이런 비합리적인 체계를 고쳐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신문사를 그만둘 때 주변에서 만류하지 않았나?

“멀쩡히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창업을 한다니 부모님께서 반대가 심했다. 처음엔 살짝 불안감이 들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확신이 강해졌다. ‘(당시) 나이 스물아홉에 망하면 얼마나 망하겠냐’는 생각도 들었다.”

강남·서초구에서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일단 서울 전 지역을 위한 서비스를 구현할 수 없었다. 자본금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간 콜택시의 수요가 높은 곳을 우선 대상으로 했다. 평소 콜택시를 잡기 어려운 강남역은 강남구(역삼동)·서초구(서초동)가 걸쳐 있다. 그래서 두 자치구 안에서 택시 이동이 잦다. 이들 지역을 선정한 이후 조금씩 서비스 지역을 넓힌다는 계획을 세웠다.”

서비스를 시행한 지 얼마 안 돼 운송업계의 반발에 부딪쳤다고 들었다.

“변화에 둔감해 있는 업계가 위기의식을 느낀 것 아닐까? 나는 그동안 낮게 평가된 한국 서비스업의 부가가치를 끌어올리려고 했을 뿐이다. 한국 운송업은 제조업에 비해 부가가치가 턱없이 적다. 임금이 적으니 서비스의 질도 떨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이런 상황을 개혁할 플랫폼이 바로 콜버스다.”

요즘 진행상황은 어떤가?

“잘 알려졌듯이 국토부가 심야 콜버스 사업자를 면허사업자인 택시·버스사업자로 한정하는 법을 만들었다. 그래서 플랫폼 개발업체인 콜버스랩은, 엄연히 말해 합법적인 사업이 아니게 됐다. 해결방법은 하나뿐이다. 택시업계와 협의해 이들에게 내 플랫폼을 제공하고, 건당 수수료를 이들로부터 받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앞으로 계획은?

“콜버스의 유료화는 차근차근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택시 요금(서울 기준 기본료 3000원)의 절반가량을 고민한다. 택시업계와 협력도 중요하다. 재교육을 받은 택시기사들이 콜버스를 운영하며 수익을 내고, 콜버스랩은 일정 수수료를 받는 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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