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4월의 책] 훈계 대신 꿈을 준 선생님, 제자들 찾아나선 마지막 여행

이달의 책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함께하는 ‘이달의 책’ 4월의 키워드는 ‘돌아보기’입니다. 위험한 대상에 더 끌리는 내면을 돌아보고, 삶의 끝자락에서 삶을 돌아보는 시선에 젖어보고, 또 각자 속한 집단에서 우리는 왜 바보가 돼가는지를 돌아봅니다. 돌아봄 없이는 나아감도 없으니까요.
 
기사 이미지
삶의 끝에서
다비드 메나셰 지음
허형은 옮김, 문학동네
280쪽, 1만3800원

새 학기 첫날, 그것도 교사로서 첫날이었다. 맨 처음 교실에 들어온 학생은 입에서 술 냄새를 풍겼다. 햇병아리 교사는 버럭 화를 내는 대신 자신의 청소년기를 떠올렸다. 딱히 문제아는 아니라도(실은 이 학생도 그랬다) “아무도 나를 이해 못한다며 괴로워하는가 하면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서 별짓을 다 했던” 시절 말이다. 그에게 교사란 일방적인 가르침이나 훈계를 주는 직업이 아니었다. 그는 “내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보여줌으로써” 학생도 그만큼 노력하게 만들려고 했다.

그는 특히 수업을 창의적이고 열정적으로 이끌었다. 이 책의 원제인 ‘우선 순위 목록(priority list)’ 만들기가 한 예다. 문학 작품을 읽고 등장인물의, 나아가 자기 삶의 우선되는 가치를 차례로 적는 것이다. 이는 학생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한 걸음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성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자해를 거듭하던 학생도, 중동 출신의 보수적인 집안 분위기 때문에 온전히 미래를 꿈꾸지 못하던 학생도 그랬다.

이 책은 그렇게 15년 동안 미국의 한 고교에서 영어 교사로 일한 지은이의 회고록이자 여행기다. 그는 돌연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투병하면서도 변함없이 교단에 섰지만, 더는 그럴 수 없는 때가 왔다. 학교를 떠난 그는 운전도 할 수 없는 몸으로 미국 대륙을 횡단하며 옛 제자들을 만나는 여행에 나선다. 눈으로 확인한 그들의 성장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병마로 누구보다 사랑했던 일을 잃고, 누구보다 사랑했던 아내와도 어느새 냉담한 관계가 되어버린 그는 역으로 제자들에게서 배움을, 깨달음을 얻는다. 이 놀라운 여행이 책의 출간 계기가 됐다. 정작 뭉클한 건 이 여행보다도 삶이란 여정 전체를 관통하는 그의 열정, 지독한 절망의 순간마저 담담히 털어놓는 그의 태도다. 그는 2014년 41세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