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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위치] 미국 좌파·우파 포퓰리즘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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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UCSD) 석좌교수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온 도널드 트럼프의 도전은 국내외 매체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동북아시아 안보 질서에 대한 그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번 대선을 계기로 미국 정치 지형에 등장한 최대 충격은 비슷한 도전이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로부터 나왔다는 점이다. 포퓰리즘이다. 미국 정치의 좌우 양쪽에서 포퓰리즘이 부상한 이유는 뭘까.

양당 체제에서 정당은 궁극적으로 다양한 이익 집단의 연합이다. 오랫동안 공화당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월스트리트의 이익을 대변했다. 이를 위해 작은 정부, 감세, 규제완화, 자유무역, 강력한 국가안보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러한 정책의 집합이 극성기를 맞이한 것은 미국의 미래에 대한 낙관론이 지배하던 로널드 레이건(1981~89년 재임) 전 대통령 때였다. 하지만 당시에도 이들 정책만으로는 선거에 이길 수 없었다. 사회적인 이슈에서 공화당은 낙태 반대, 동성결혼 반대, 총기 소유 찬성 등의 입장을 취했다. 또한 인종·다문화주의·이민에 대한 은근하거나 노골적인 언급도 공화당의 전통에 포함됐다.

민주당을 지지하던 노동자 계층 유권자 중 일부가 레이건 시대에 공화당 지지로 돌아섰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들이 공화당 지지를 통해 얻은 게 별로 없었다. 소득이 정체된 가운데 불평등이 심화됐다. 하지만 부자 감세, 사회보장 축소, 금융 부문의 규제 철폐, 미국 다국적기업에 이득을 안겨줄 자유무역협정 등을 골자로 하는 공화당 주류의 어젠다는 점점 지지자들의 물질적인 이익과 어긋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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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시대에 공화당은 금융위기 해결책, 의료 개혁 등 민주당 행정부가 제시하는 거의 모든 새로운 정책 제안에 반대했다. 그 결과 정부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마비됐다. 이번에 공화당 후보 경선에 나온 테드 크루즈가 내세우는 주요 ‘업적’은 오바마케어에 반대해 정부 폐쇄(government shutdown)를 시도한 것이다.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의 리더십으로 수행한 이러한 정책과 전략은 미국이라는 나라뿐만 아니라 공화당에도 해를 끼쳤다.

공화당은 정부를 교착 상태에 빠지게 만들었지만 사실 공화당 또한 정부의 일부라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공화당은 지지자 그룹들을 위해 한 게 없다. 집요하게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 개혁을 비난했지만 대안을 내세우지 못했다.

트럼프라는 기업인이 아웃사이더(outsider)로 등장해 워싱턴 정가 공격에 나서자 정치인들은 ‘우리는 책임이 없다’며 발뺌하기가 어려워졌다. 트럼프는 아웃사이더 대선 주자일 뿐만 아니라 공화당의 오랜 이념적인 신조들을 뒤흔들었다.

트럼프는 무엇보다 이민자 배척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부패한 정치와 자유무역이 치러야 하는 대가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발언한다. 또한 그는 공화당 주류와 달리 의료보험에서 정부가 맡아야 할 역할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는 지나친 발언뿐만 아니라 ‘진정한 보수주의자(true conservative)’가 아니라는 이유로 공격을 받고 있다.

공화당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지지자들이 이념적인 순혈주의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지지자들이 바라는 것은 일을 해내는 정치인이다. 또 세계 금융위기로부터 지금까지 회복하고 있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익에 부응하는 정치인이다.

민주당 또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은 강한 외교 정책, 테크노크라트 중심의 국정운영, 사회 정책, 인종 간 평등 등을 결합한 중도주의적 비전을 대표한다. 하지만 힐러리는 공화당 주류와 마찬가지로 기성 정치권, 월스트리트, 할리우드, 실리콘밸리 사람들로 구성되는 엘리트와 너무 밀착돼 있다.

샌더스는 의료보험 확대, 국공립 대학 등록금 무료 공약, 월스트리트에 대한 규제 강화 등의 포퓰리즘 정책을 내세웠다. 하지만 샌더스 대선 캠페인의 진짜 메시지는 부패한 정치, 불평등의 심화, 퇴색한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것이다. 샌더스는 이상주의적인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미국 북부 지역의 백인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는 데도 성공했다.

최근 트럼프는 낙태한 여성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거센 반발을 초래했다. 그를 지지하던 많은 여성이 힐러리 쪽으로 마음을 바꿀 수 있다. 한편 계속된 샌더스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그가 민주당 후보가 될 길은 보이지 않는다.

미국 민주·공화 양당에서 동시에 나타난 포퓰리즘은 이미 부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 정치적 양극화의 심화와 ‘분노의 정치’는 한국 사람들까지 우려해야 할 수준이다. 이러한 양극화를 해결하려면 양당의 주류는 이념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중산층이 느끼는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그게 이상적인 방향이다. 불행히도 그러한 전략은 좌파와 우파의 포퓰리즘에 비해 유권자를 사로잡는 감성적인 매력이 없다.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석좌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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