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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한국 경제,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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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한국 경제가 불안하다. 지금 경제가 나쁜 것도 문제지만 미래가 더욱 불안하다.

 우리 경제는 저성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매출액은 감소하고 재무 구조는 악화됐다. 가계부채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청년실업률은 12.5%로 통계가 작성된 1999년 이후 최고치다. 소득 불평등과 경제 부문 간 불균형 문제도 심각하다. 미흡한 사회복지에 대한 국민의 불만도 높다.

 불안과 위기는 국민의 몫이다. 국민은 앞으로 생활수준이 지금보다 나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질까 불안하고, 노후와 자식 세대의 앞날이 걱정이다. 그러나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직자들은 얼마나 위기의식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성장률을 높이고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복지를 확대하려는 노력은 미흡하다. 당장 발등의 불인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은 느리기만 하고 노동·교육·금융개혁의 성과는 만족스럽지 않다. 총선을 앞두고 사탕발림 공약이 쏟아져 나오지만 선거가 끝나고 나면 과연 무엇이 달라질지, 제대로 개혁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인기에 영합하는 선심형 정책으로 오히려 경제에 거품만 만들 수 있다. 관료들은 5년 단임의 대통령제에서 남은 기간에 성과를 내기 힘든 일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5년간 한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2.96%였다. 우리 경제가 최대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했다. 새 천년이 시작하고 5년간(2001~2005년) 성장률은 평균 4.7%, 다음 5년은 4.1%였으나 이후 급락했다. 한국의 1인당 소득은 이제 2만8000달러 정도다. 일본은 91년에 이 수준에 도달했지만 이후 20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겨우 0.8%였다. 이대로 가면 우리도 1%대의 저성장의 늪으로 추락할 수 있다.

 저성장에 대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성장률을 높여야 소득과 소비가 늘고 일자리도 증가한다. 경제가 침체되면 교육과 창업을 통한 성공과 상층 이동의 기회가 줄어든다. 성장 없이는 지속적인 복지도 어렵다. 국민총생산 1490조원의 한국 경제에서 1% 성장률 하락은 15조원의 소득이 감소하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영·유아 보육 지원, 기초연금 1년 예산을 합친 액수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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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우리 경제에는 내우외환(內憂外患)이 겹쳤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8년이 지났지만 세계 경제는 아직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5년 연속 하락했고 앞으로 평균 6% 성장률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 수출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노동력이 감소하면서 잠재적인 성장 역량이 감퇴하고 있다. 2030년에는 15~64세 인구가 지금보다 400만 명이 준다. 65세 이상 노령인구는 600만 명이 더 늘어나 총인구의 4분의 1에 이른다. 일자리 창출을 적게 해도 되는 것은 다행이지만 노동력이 줄고 부양인구가 늘면 성장률이 하락한다.

  더 큰 걱정은 기술 발전 속도가 느려지고 있는 것이다. 외국 기술을 모방하면서 성장한 우리 주력 산업의 경쟁력은 쇠퇴했고 이를 대체할 신산업은 크지 못했다. 조선·철강·석유화학은 물론이고 자동차·전자도 세계 시장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첨단 제조업을 키울 핵심 인력과 원천기술이 부족하다.

 인재 양성과 기술 진보로 잠재성장률을 높여야 한다. 모든 개인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제대로 된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 정규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 과학·기술의 창의적인 인재가 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적절한 직업훈련과 평생교육을 통해 새로운 기술 발전에 맞추어 근로자가 능력을 꾸준히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인력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낙후된 제도와 규제를 개혁해 경쟁을 촉진하고 창업을 활성화하며,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대학과 정부출연연구소의 연구 능력을 증진시켜 원천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생명공학·인공지능·친환경에너지 등 4차 산업혁명의 신산업들과 의료·관광·금융·문화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이 클 수 있는 법·제도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얼마 전 타계한 앤드루 그로브(Andrew Grove) 전 인텔 회장은 “삼류 기업은 위기에 의해 파괴되고, 이류 기업은 위기를 이겨내며, 일류 기업은 위기 덕분에 발전한다”고 했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몇 번의 위기를 누구보다 빨리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한 일류 국가였다. 변화에 대한 빠른 적응력이 우리 경제의 최고 강점이었다. 이제 위기가 온지도 모르고 현실에 안주하면 삼류 국가로 추락한다. 지속적인 성장을 기반으로 공정한 분배와 건실한 복지를 함께 갖춘 선진국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대로 주저앉아 일본의 지난 20년의 전철(前轍)을 밟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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