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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복면가왕과 새누리당의 ‘막장 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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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욱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불과 5표 차이로 승부가 갈렸습니다. 2라운드 진출자는 바로….”

궁금증을 극대화시키는 김성주 아나운서의 쫀득쫀득한 진행이 일요일 저녁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가수든 배우든 개그맨이든 누구든 복면을 쓴 채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부르고, 99명 판정단(연예인 11명+일반인 88명)의 투표로 가왕(歌王)을 가리는 프로그램이다. 탈락한 출연자가 가면을 벗고 정체를 드러내는 부분이 특히 짜릿짜릿하다. 인생의 숱한 굴곡을 겪은 왕년의 아이돌 현진영이 45세에 보여준 믿기 힘든 가창력은 감동 그 자체였다.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과 반전이 주는 감동 ▶오로지 노래 실력과 퍼포먼스로 최선을 다하고, 편견 없는 판정이 승부를 결정하는 공정한 룰 ▶승패와 관계없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깨끗한 승복은 이 프로그램의 매력 요소다.

필자가 요즘 복면가왕에 더욱더 끌리게 된 것은 최근 국민적인 혹평 속에 대단원의 막을 내린 새누리당의 ‘막장 가왕(假王·가짜 왕) 공천’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다.

복면가왕과 달리 ‘막장 가왕’은 애초부터 신선함이나 감동 따위엔 관심조차 없었다. ‘진박(진실한 친박)’ ‘배신자’ 운운하며 오래전부터 일전을 별러 온 만큼 양 진영 모두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기는커녕 자기 측 선수들을 챙기는 데만 급급했다. 공천 신청자들을 위해 준비된 복면도 ‘친박 복면’과 ‘비박 복면’ 두 가지 종류뿐이었다. 우리 편과 네 편을 가려내는 데만 관심이 있었으니 흙 속의 진주가 등장할 리 만무했고, 국민적 감동 드라마는 어차피 일어날 수 없는 구조였다.

공정함과는 더더욱 거리가 멀었다. 권한이 막강한 연예인 판정단(당 공천관리위)은 친박들의 숫자가 우세했고, 김무성 대표와 가까운 사람이 두 명쯤 섞여 있는 구조였다. 출연자들 중엔 연예인 판정단과의 친분이 노래 실력보다 중요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았다.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불렀지만 연예인 판정단에 밉보인 탓에 일반인 판정단의 선택을 받을 기회까지 박탈당한 사람들이 실제로 있었다. 대부분 ‘비박 복면’을 쓴 출연자가 그 희생자가 됐다. 연예인 판정단에서 주장 완장을 찬 이가 고집을 부려 판정 자체가 미뤄지면서 스스로 무대를 떠난 출연자도 있었다. “스튜디오 밖의 누군가가 판정단에 개입한다”는 의혹도 제기됐고, 참다못한 비박계 제작진이 막판에 “이렇게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다”며 항의했지만 어차피 대세는 결론이 난 뒤였다.

복면가왕은 ‘편견과 고정관념을 버리자’는 모토를 내걸고 시청자들을 TV 앞에 끌어모았다. 반면 편견과 선입견·편 가르기만 가득했던 ‘막장 가왕’은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발길까지 돌려세웠다고 한다. 하지만 녹화가 끝난 뒤 ‘진박 감별사’로 불렸던 이들, 또 이들과 맞서 싸웠던 이들이 서로 얼싸안고 ‘우리는 하나’라며 표를 달라고 한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서승욱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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