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기·가 살아나나…경기지표 꿈틀

#. “한국 경제는 위축에서 벗어났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1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생산·소비·수출·심리 등이 연초의 위축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수출 물량이 증가세로 전환되면서 광공업을 중심으로 생산지표가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지금의 ‘긍정적 신호’를 ‘확고한 회복 흐름’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생산 반등, 수출감소 축소
소비자·기업 체감지수도 호전

#. “이대로 가면 잃어버린 20년.” 공식 선거 운동 시작일인 이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다시 ‘경제 심판론’을 꺼내 들었다. “경제가 현 상황을 지속하면 머지않아 잃어버린 10년, 나아가 잃어버린 20년이란 얘기를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현 경기를 두고 정반대 진단이 나온다. 따뜻한 바람이 들긴 했지만 ‘봄날’을 얘기하기엔 아직 이른 엇갈린 지표 때문이다.

31일 통계청 ‘산업활동동향’ 보고서를 보면 올 2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0.8% 늘었다. 1월 -1.5%로 추락했던 것에서 소폭 반등했다. 광공업(제조업 등) 생산이 크게 늘어나면서 전체 산업 경기 회복을 이끌었다. 2월 광공업 생산은 전달에 비해 3.3% 뛰어올랐다. 6년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기사 이미지

반도체(19.6%), 금속가공(12.5%) 등 생산이 특히 많이 늘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S7’(출시일 3월 11일), LG전자의 ‘G5’(3월 31일) 출시 효과가 컸다. 김광섭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2월의 경우 3월 스마트폰, 모바일 신제품 출시를 대비해서 플래시메모리 같은 부품의 생산이 늘어서 반도체 등 생산이 전월 대비 큰 폭의 상승을 보였다”고 말했다.

얼어붙었던 가계와 기업의 심리에도 훈기가 돌았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소비자심리지수(CSI)가 4개월 만에 올라 100을 기록한 데 이어 기업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각종 지표도 일제히 반등했다. 3월 제조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8로 전달보다 5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만의 상승이다. 기준치인 100 이상이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가계가 많다는 뜻이다. BSI와 CSI가 동반 상승하며 두 지수를 가중평균해 산출한 경제심리지수(ESI) 역시 91로 전달보다 2포인트 올랐다.

정부와 한은이 ‘희망’을 얘기하는 배경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말 이후 하락세를 이어오던 소비자심리지수가 3월에는 소폭이지만 상승했고, 수출 감소세도 2월 이후 소폭이지만 축소되면서 향후 경기 상황에 대한 우려도 다소 완화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일호 부총리도 소비 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는 걸 근거로 30일 “희망의 신호가 감지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심리가 호전됐다고 곧바로 실물이 회복세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지표마다 온도가 달라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단정 짓기도 아직 이르다.
 
기사 이미지

소비·투자 실적으로 본 경기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2월 소매판매는 한 달 전보다 1.8% 줄었다. 1월(-1.3%)에 이어 두 달째 감소세다. 중국 관광객이 줄면서 면세점으로 대표되는 전문소매점 판매 실적이 1.9% 감소했다. 설 명절이 올해는 1월로 빨랐던 탓에 2월 들어 대형마트 판매(-1.5%)도 줄었다. 경기가 나아지리란 확신이 없다 보니 소비자는 좀처럼 닫힌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불투명한 경기에 투자를 꺼리고 있다. 2월 설비투자는 6.8% 감소했다. 1월(-6.5%)에 이어 2개월 연속 뒷걸음질이다.
 
기사 이미지

우려스러운 지표는 또 있다. 제조업 재고다. 2월 전체 산업생산이 0.8% 소폭이나마 회복 흐름을 타는데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광공업 생산이 3.3%로 크게 늘어난 영향이 컸다. 그런데 덩달아 제조업 재고도 2.1% 증가했다. 생산을 아무리 해 봤자 팔지 못해 재고로 쌓이면 소용이 없다.

전문가들은 일단 ‘경기 하락 속도가 잦아들었다’ 정도로 평가한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일부 지표가 개선됐지만 투자나 소비가 오히려 줄어든 데서 알수 있듯 ‘경기 하강세가 완만해졌다’고 해석이 가능할 것”이라며 “기업이나 가계의 심리 회복도 현재 경기 하강의 추세를 바꿀 정도는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백웅기 상명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주가가 오르고 있지만 사실상 뚜렷한 이유가 없듯 이달의 소비심리 호전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등 일시적 호재 외에는 특별히 체감경기가 나아졌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규제 완화와 같은 구조 개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제 심리 회복이 실물 경제 회복으로 직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 상반기는 경기의 바닥을 확인하는 기간이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내수의 두 축인 소비와 투자는 당분간 큰 폭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고 경기 회복을 판가름 지을 건 하반기 수출 경기 그리고 중국”이라고 짚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3월 수출 감소율은 한 자릿수(퍼센트 기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1월 -18.9%, 2월 -12.2%에서 낙폭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그렇지만 ‘마이너스(-)’ 수출 실적 탈출까진 아직 멀다. 전망도 불투명하다. 열쇠는 중국이 쥐고 있다. 주 실장은 “중국 경기가 하반기 들어 예상보다 덜 둔화하거나 반등한다면 한국 경기 회복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며 “물론 반대의 경우 경기 부진이 지속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잃어버린 20년=1990년대 들어 일본이 겪은 장기 경기 침체를 말한다. 80년대 후반 절정을 이뤘던 거품 경기가 꺼지면서 일본은 장기 침체에 들어간다. 장기간 경기가 가라앉고 물가도 함께 낮아지는 디플레이션(deflation)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90년대 내내 일본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잃어버린 10년’이란 용어가 나왔고 2000년대 들어서도 일본 경기가 계속 침체되자 ‘잃어버린 20년’이란 말이 생겨났다.

◆소비자심리지수(CSI), 기업경기실사지수(BSI)=한국은행이 매달 조사해 발표하는 경기 지표. CSI는 전국 2200가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 산출한다. 지금의 생활 형편부터 수입·지출 전망까지 다양하게 묻는다. 경기가 앞으로 나빠질 것이라고 답한 가구가 많을수록 기준인 100 아래로 수치가 내려간다. BSI는 전국 3313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전반적인 업황을 비롯해 매출, 가동률, 생산, 재고 등을 묻는데 낙관적으로 대답한 업체가 많으면 100 위로, 비관적으로 답한 회사가 많으면 100 아래로 지수가 나온다.


세종=조현숙 기자, 하남현 기자 newear@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