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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기숙사 방 몰래 뒤진 조선대…사생활 침해 논란


조선대학교 학생 A씨(20·여)는 이달 중순 수업을 마친 뒤 기숙사에 돌아왔다가 섬뜩한 기분을 느꼈다. 자신의 방에 누군가 다녀간 흔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숙사 책상 위에는 '벌점 카드'가 놓여 있었다. 학교 측이 청소 상태 등을 점검한다며 몰래 다녀간 것이다. 사전에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았다. A씨는 얼굴도 모르는 학교 관계자가 몰래 방에서 이것저것 살펴봤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A씨는 "기숙사가 단체 시설이라도 빈 방까지 점검하는 건 지나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선대가 학생들의 동의 없는 기숙사 불시 점검으로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조선대는 매달 한 차례 이상 기숙사 각 방 상태를 점검한다. 청소 상태, 금지 물품 반입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점검은 학교 직원 5명과 자치위원인 학생 15명 등 20명이 진행한다.

점검팀은 2인1조로 방에 들어가 구석구석 살펴본다. 위생 상태를 점검하겠다며 이불까지 들춰본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런 점검은 한국인 학생들의 생활 공간 뿐만 아니라 외국인 유학생 기숙사도 대상이다. 교내 기숙사 3곳에서 모두 이뤄지고 있다. 이들 3개 기숙사에 2000여 명의 학생이 생활한다.

불시 점검 자체도 논란이지만 더 큰 문제는 방 주인이 자리를 비워 아무도 없는 기숙사까지 점검한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달 점검 때도 학교 측은 마스터키로 빈 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학교 측은 이 같은 점검 근거로 기숙사 규칙인 '사생수칙'을 내세운다. 사생수칙 제10조는 '호실점검은 매월 1회 이상 사전 통보 없이 실시함을 원칙으로 하며, 필요에 따라 불시에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방 주인이 없는 틈에 점검할 수 있다는 내용은 없다.

학생들은 각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불시 점검 자체는 필요성을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빈 방까지 점검하는 건 사생활 침해라는 의견이 많다. 조선대 1학년 B씨(20·여)는 "기숙사에 속옷 등 빨래를 널어두고 수업하러 가는 경우도 있는데 찜찜하다"며 "한 친구는 기숙사 욕실에서 샤워 중에 점검팀이 들어오려고 해 놀란 적도 있다"고 전했다.

학교 측은 불시 점검이 다른 대학교에서도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상당수 대학교들은 주기적인 불시 점검을 하지 않으며 하더라도 방 주인이 없는 경우 추후 다시 방문한다.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사전 고지 후 점검하는 학교들도 있다.

이성숙 변호사는 "헌법에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학교 측은 학생들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을 정도로 최소한의 제한을 통한 점검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근 조선대 생활관운영팀장은 "빈 방 불시 점검도 가능하다는 문구를 넣어 사생수칙을 다듬겠다"며 "이에 동의하지 않는 학생은 기숙사에 들어올 수 없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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