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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보따리 돌려보낸 김구, 전쟁 뒤 미국 통합 이끈 링컨

중앙일보와 경희대는 시민 3061명에게 미래 정치의 슬로건에 들어갈 키워드를 주관식으로 기입하도록 했다. 유권자로서 시민들이 한국 정치와 정치인에게 바라는 것을 알기 위해서였다. 꼭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 키워드는 ‘청렴’(13.8%·중복응답 포함), ‘시민을 위한 정치’(8.8%), ‘소통’(6.0%) 등의 순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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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위는 국가 발전·정직·소신·경제위기 극복·화합 등이었다. 정진영(정치학) 경희대 부총장은 이번 결과와 관련해 “유권자들이 이번 총선을 통해 정치인에게 바라는 것도 구시대적인 정치나 개인의 특출한 능력이 아니라 청렴하면서도 팀워크를 통해 시너지를 내는 협치 역량”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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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정치인에게 바라는 매력 요소는 국내외 매력 위인 순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국내 위인 중 매력 1위로 선택한 백범 김구(1876~1949)의 최대 매력 요소는 청렴함과 포용력이다. 본지와 경희대가 “동서양을 넘어 가장 매력적인 정치인이 누구냐”고 주관식으로 물은 결과다. 김구에겐 36개 매력 요소 중 두 가지를 으뜸으로 거론했다. 이택광(문화평론가) 경희대 교수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사사로운 이익에서 초월할 수 있던 높은 도덕성이 김구를 독립운동의 중심에 있게 했다”고 말했다.

그가 1945년 해방 직후 귀국해 돈 보따리를 뇌물로 건넨 과거 친일파 재벌들을 향해 “나를 왜놈으로 착각하느냐”며 돌려보낸 사례는 청렴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구의 포용력은 해방 직후 분열을 막기 위해 좌우를 넘나들며 노력했던 과정에서 부각돼 있다. 김구의 매력을 구성하는 다른 요소는 리더십(카리스마)·소통·정의감 등이다.

가장 매력적인 해외 위인 1위는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 전 미국 대통령이다. 그의 주된 매력 요소는 갈등 해결 능력과 비전 제시 등이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링컨이 보복 정치를 감행했다면 지금의 미국은 없었을 것”이라며 “노예 해방까지 선포하며 남과 북, 흑과 백이 하나가 된 미국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링컨은 1861년 취임 직후 벌어진 남북전쟁의 혼란을 수습하고 남부 주들을 응징하자는 공화당 급진파를 설득했으며 전쟁 당시 남부 주에 협력한 사람들을 사면 조치했다. 대통합 정신을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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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F 케네디(1917~1963) 전 미국 대통령과 인도의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1869~1948)는 시민들이 매력적인 해외 위인으로 선택한 2·3위다. 케네디의 매력은 국익 대변과 추진력·외교능력 등이다. 1962년 옛 소련이 쿠바에 핵미사일 발사대를 설치하려 하자 즉각 쿠바 해상을 봉쇄하고 정찰기를 띄우는 등 전쟁 직전까지 몰렸던 상황을 소련과의 담판으로 극복해낸 사례 등이 부각돼 있다. 간디에 대해선 포용력과 비전 제시, 청렴함에서 매력을 느낀 이가 많았다. 이문재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당파적·사적 이익에서 벗어나 극한 상황에서도 화합을 이뤄내고 문제를 해결해내는 능력을 시민들은 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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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현직 대통령들의 매력 요소도 시대를 달리한다. 36개 매력 요소 중 ‘시민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려 노력’이란 항목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겐 15번째로 비중이 낮았으나 김영삼(6위)·김대중(5위) 전 대통령을 거치며 중요한 가치로 자리매김했다. 이택광 교수는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 “문민정부 출범 후 국민 민원 해결기관인 국민고충처리위원회를 만든 건 국민을 서비스의 고객으로 인식한 최초의 정책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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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여론을 수렴하고 다양한 의견을 포용하는 협치 역량은 역대 대통령을 거치며 더욱 강조돼 왔다. 다양한 사회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박정희 18위, 김영삼 12위, 김대중 10위, 노무현 9위), 다른 정치집단의 의견을 수용하는 포용력(22-10-8-4위) 등이 중요한 가치로 올라섰다. 정진영 부총장은 “정당·이념에 따라 지지하는 매력 정치인은 다르지만 시민들이 생각한 공통의 매력은 소통·협치와 같은 공존의 가치”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천인성·윤석만·남윤서·노진호·백민경 기자, 자료 조사=김다혜(고려대 영문학과4) guchi@joongang.co.kr
◆경희대 연구팀=정진영(부총장)·정종필(미래문명원장)·윤성이(정치외교학)·이문재(후마니타스칼리지)·이택광(문화평론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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