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평창 ‘쓰레기 실명제’…배출 35% 줄어 연 2억 넘게 절감

20원짜리 스티커 한 장이 2018년에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을 깨끗하게 바꿔놨어요.”

 
기사 이미지

지난 24일 오전 강원도 평창군청 앞 쓰레기수거장에서 주민 이모(24·여)씨가 자신의 자택 주소가 적힌 종량제 봉투를 버리고 있다. 이씨는 “종량제 봉투 실명제 도입 이후 쓰레기수거장이 깨끗해져 좋다. 덩달아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도 줄어 마을 전체가 깔끔해지는 효과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박진호 기자]


전국에서 처음으로 ‘쓰레기 종량제 봉투 실명제’를 도입한 강원도 평창군 주민들의 말이다.

“종량제 봉투에 집 주소 쓰게 하자”
진부면 주민 제안, 군 전체로 확대


그동안 평창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24일 오전 평창군 평창읍 하리 대동월드맨션 앞 쓰레기수거장. 한 남성이 20L 크기의 ‘소각용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내려놓는다. 봉투 겉면엔 노란색 스티커가 붙어 있고, 스티커 위엔 이 남성이 거주하는 집 주소가 적혀 있다.

주민 이용운(46)씨는 “우리 동네에선 종량제 봉투에 집 주소를 적어 놓지 않거나 제대로 분리 배출하지 않으면 아예 수거를 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근에 위치한 태장 아파트의 종량제 봉투에도 실명제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이날 오전 기자가 1시간가량을 둘러본 평창읍 일대에서 비양심적인 쓰레기 투기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기사 이미지
2018년 겨울올림픽을 준비 중인 평창군이 지난해 8월 시작한 ‘쓰레기 종량제 봉투 실명제’ 실험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는 현장이다.

하루 평균 7~8t의 쓰레기 배출량이 줄었고 남은 음식물을 먹기 위해 고양이가 봉투를 뜯는 사례도 사라졌다.

평창이 원래부터 이렇게 깨끗했던 건 아니다. 실명제 이전엔 마을 쓰레기수거장마다 악취가 진동했다. 일부 비양심적인 주민들이 종량제 봉투에 음식물 쓰레기와 플라스틱 용기·캔 등을 함께 담아 버렸기 때문이다.

평창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미탄면 창리에 있는 환경센터로 옮겨진다. 2008년 1월부터 가동 중인 환경센터에 3명의 주민 감시원이 있는데 이들은 종량제 봉투에 음식물 등이 담겨 있을 경우 수거차량(5t)을 그대로 되돌려 보낸다. 재분류 판정을 받은 쓰레기는 환경미화원과 주민들이 분류해 환경센터로 다시 보내야 한다. 일부 비양심적인 행동이 주민 모두를 악취에 시달리게 했던 셈이다.
 
기사 이미지

종량제 봉투 실명제가 도입되기 전에 일부 주민들이 분리수거를 하지 않고 버린 쓰레기들. [사진 평창군]


전이정(39·여)씨는 “지난해엔 수거장 주변이 항상 지저분하고 악취도 심해 주민들끼리 다툼도 잦았다”고 말했다. 실명제는 참다못한 진부면 주민들이 지난해 6월 “대책회의라도 하자”며 모인 자리에서 처음 나왔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지난해 6월 8일부터 7월 31일까지 종량제 봉투에 매직으로 자신의 집 주소를 적어 배출했다. 한 달가량 유지되자 봉투에 음식물 쓰레기를 넣는 이들이 사라졌고 참여율도 계속 높아졌다. 현재 9416명(4355세대)이 거주하는 진부면의 실명제 참여율은 100%다.

소문이 나면서 평창군은 실명제를 모든 지역으로 확대했다. 지난해 8월 한 달간 시범운영한 뒤 9월엔 종량제 봉투에 붙이는 스티커를 제작했다. 한 장당 20원을 내고 제작한 이 스티커에 업소명 주소(아파트 동과 호수)를 적도록 했다. 처음 제작한 5만 장은 8개 읍·면 이장과 농협을 통해 배포했다.

그 이후부터 실명제 스티커를 붙이지 않은 종량제 봉투는 5일간 수거하지 않았다. 또 음식물 쓰레기나 재활용품을 함께 담아 버린 주민에겐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시행 6개월 만인 지난 2월 참여율이 85%를 돌파했다.

이순덕 평창군 청소행정계장은 “실명제 도입 이후 쓰레기 발생량이 줄고 있고 쓰레기 처리 예산도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동안 평창군은 하루 평균 약 24t의 쓰레기가 발생하면 자체 환경센터의 하루 처리 용량(16t)을 초과하는 약 8t의 쓰레기는 인근 매립장에 임시로 보관했다. 매립해 둔 쓰레기를 연말에 외지 업체에 처리비(2억5000만원)를 주고 소각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하루 평균 15.7t의 쓰레기가 배출돼 소각 처리 관련 예산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심재국 평창군수는 “올림픽을 개최하는 평창에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쓰레기 봉투 실명제가 전국적으로 실시된다면 선진국형 친환경 생활문화를 더 일찍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