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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살지 못하는 곳엔 사람도 살 수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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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제주에서 촬영한 팔색조(왼쪽 위) 와 2004년 낙동강 하구에서 찍은 넙적부리도요. [사진 최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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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겨울 흰이마기러기 촬영을 위해 주남저수지 인근에 설치한 위장텐트 속의 최종수씨. [사진 최종수]

32년간 국내 외를 다니며 조류 사진만 찍은 공무원이 있다. 경상남도 공보과의 최종수(52) 사진실장이다. 6급 공무원인 그는 생태사진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국내 540여 종의 새 가운데 지금까지 400여 종을 찍었다. 위장 텐트 안에서 며칠씩 김밥과 빵으로 끼니를 때우거나 무더위, 벌레와 씨름하며 얻은 사진들이다.

32년 탐조인생 경남도청 최종수씨
국내 540여 종 중 400여 종 찍어

그는 지난 25일 노랑부리저어새 등 100여 종의 새 사진을 담은『새와 사람』(472쪽·그린홈)을 펴냈다. 새들이 찾아 올 수 있는 ‘새들의 정원’을 만드는 법과 새들에게 줄 밥상과 옹달샘, 새들이 지낼 인공 새집 제작법 등을 담았다. 인간과 새들의 공존 지혜를 알려주기 위해서다.

그는 1984년 처음 새와 사랑에 빠졌다. 경남대 생물학과에 갓 입학한 3월, 경남 창원의 철새도래지인 주남저수지에 탐조(探鳥)활동을 갔을 때다. 해질 무렵 가창오리떼 5000여 마리가 갑자기 날아올라 자신의 머리 위로 지나가는 모습에 ‘얼’이 빠졌다. 그는 “새떼가 마치 하나의 개체처럼 움직이는 모습이 경이로웠다”고 회상했다.

이후 조류 관련 잡지를 챙겨보면서 새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기로 결심했다. 청강생으로 사진학과 수업을 듣는 등 2년 가까이 독학했다. 대학 2학년 때는 아버지의 환갑 선물인 금반지 등을 팔아 당시 100만원을 호가하던 카메라와 렌즈를 샀다. 시간이 날 때마다 전국을 돌아다녔다. 일본·홍콩 등 10개여 국도 다녀왔다.

그러나 새 사진을 찍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기다림과 고통의 연속이었다. 2000년 7월 제주 곶자왈 계곡에서 팔색조를 촬영했을 때다. 2박3일 휴가를 내고 팔색조 둥지 10m 인근에 위장텐트를 쳤지만 팔색조는 텐트 주위만 맴돌다 가버리기를 반복했다.

마지막 날 비행기 시간은 다가오고 이대로 포기해야 하나 할 때 휘파람을 부는 것 같은 팔색조 울음소리가 들렸다. 이어 둥지에 내려 앉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낚시꾼이 월척을 낚았을 때, 이런 느낌 아닐까 싶었어요.“

그가 가장 아끼는 작품은 2004년 9월 낙동강 하구 진우도에서 찍은 넙적부리도요 사진이다. 지구상에 300여마리만 남아 있고 2020년이면 사라질 멸종위기종이다. 92년 공무원이 되고 결혼도 했지만 새 사랑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30년 넘게 새 사진을 찍으면서 관점이 바뀌었다. 처음엔 희귀한 새에 주목했지만 점차 참새·제비 등 친숙한 새들에게 눈길이 갔다. 탐조 방식도 새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곳으로 새를 불러들이는 방식을 고민한다.

앞으로 뻐꾸기가 붉은머리오목눈이의 둥지에 알을 낳아 키우는 ‘탁란(托卵)‘ 장면을 꼭 찍고 싶다고 했다. 최 실장은 “새가 살지 못하는 곳에는 인간도 살 수 없다”며 “앞으로는 새와 인간이 공존하며 살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데 좀 더 힘을 쏟고 싶다”고 말했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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