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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인공지능도 좋지만 한국인 ‘뇌 지도’ 프로젝트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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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뇌과학연구소
신경과학연구단 단장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의 세계적 대결에서 4승1패로 알파고가 승리하면서 구글 ‘딥 마인드’가 개발한 AI의 수준과 향후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 등이 나라 전체를 강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AI와 관련한 학술·기술 간담회가 우후죽순 열리고, 정부도 AI 분야의 투자를 더욱 적극적으로 늘리기 위해 5년간 3조5000억원의 연구개발(R&D)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좀 더 인간에 가깝게 모사(模寫)를 하거나, 단순하게 산업적으로 적용하려는 목적이 아닌 인류의 건강에 기여하는 AI 개발을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있다. 바로 살아있는 인간의 ‘진짜 뇌’ 연구에 대한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각 부처와 뇌연구 관련 연구소 등에 들어간 R&D 예산은 1250억원 정도였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세계의 뇌 연구는 이미 2~3년 전에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미국은 지난 2013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연구 프로젝트인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를 발표했다. 동시에 인간 두뇌 활동의 모든 경로와 지도를 완성하는 사업에 10년간 30억 달러(3조6000억원)의 연구비를 투자키로 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인간의 뇌와 맞먹는 규모와 기능을 갖춘 인공신경망을 개발하는 ‘휴먼 브레인 프로젝트’를 2013년부터 시작해 10년간 10억 유로(약 1조3000억원)의 연구비를 책정했다.

물론 한국에서도 현재 뇌과학 연구에 대해 투자가 이뤄지고는 있다. 관건은 현재의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국가 차원에서 미래사회의 먹거리로 뇌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거대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웃한 일본도 비슷한 고민을 했고 2014년 동물과 인간 두뇌모델의 중요한 차이를 파악하기 위해 영장류를 대상으로 ‘뇌마음 프로젝트(질병연구 목적의 통합 신경공학 지도 그리기)’를 시작했다. 연간 30억 엔(308억원) 수준의 연구비는 미국·EU에 비해 미비하지만 특화된 전략으로 세계 신경과학 분야에서 당당히 경쟁에 뛰어 들었다.

필자는 국내 뇌과학 분야 기술 수준이 최고 기술 보유국인 미국의 72% 수준으로 5.7년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이 거대 프로젝트에 투자해야 하는 적기다. 더 늦으면 격차를 줄이기 쉽지 않다. 지금 우리는 세계적 신경과학 전쟁에 참여할지, 아니면 선진국의 뇌산업 기술을 거대한 로열티와 함께 수입하면서 미래를 보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한국의 뇌과학자들이 세계적 신경과학 전쟁에 뛰어들게 하려면 다음의 세 가지 요건을 갖춘 ‘뇌과학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첫째, 소수 집단이 아닌 국가적 어젠다로서 향후 50년간 대한민국 국민의 뇌건강과 뇌산업을 책임질 수 있는 다양한 학문을 아우르는 거대 프로젝트여야 한다. 적어도 일본의 ‘뇌마음 프로젝트’ 규모 정도는 돼야 한다. 둘째, 예산 측면에서 미국이나 EU의 프로젝트를 모방하는 ‘미투(Me-too)’ 전략은 절대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만의 뇌연구 영역에 투자해야 한다. 지역·인종 등 여러 요소에 따라 뇌의 특징이 다르므로 우리나라 사람을 표본으로 하는 고유한 뇌 지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 제한된 예산으로 한국형 뇌연구 프로젝트를 계획해야 한다는 얘기다. 끝으로 10년 이상의 ‘장기적 투자’다. 미국의 ‘브레인 이니셔티브’ 프로젝트는 예산 증가(45억 달러)와 함께 10년 계획이던 것을 12년으로 연장했다. 현재 국내 R&D 기간은 ‘3+2년’의 두 단계로 5년 프로젝트가 대다수다.

최근 인공망막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을 보유한 미국 바이오 업체 세컨 사이트의 로버트 그린버그 대표는 최근 “기술을 완성하는 데 25년이나 걸릴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외부에서 접근이 가능하고 비교적 신경망이 가장 잘 알려진 ‘시신경 자극 기술’을 개발하기 위하여 25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다는 것이다. 이와 비교해 어쩌면 ‘작은 우주’라 불리는 우리의 뇌에 대한 연구는 그 이상의 장기적 투자와 연구 결과의 축적이 있어야만 소기의 성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임혜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뇌과학연구소·신경과학연구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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