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커버스토리] ‘맛’이 있어 즐거운 ‘봄’

| 봄맛 여행

 
기사 이미지

경남 통영 중앙시장 어물전에 도다리·개불·멍게 등 봄철 해산물이 한가득 올라와 있다.



봄이다. 맛의 계절이다. 때맞춰 피어나는 개나리·벚꽃·진달래처럼 봄 먹거리도 계절을 어기지 않고 찾아왔다. 들에는 땅기운을 품은 산나물이 돋아나고, 바다에선 갯것의 살이 차오른다. 바야흐로 산천은, 먹거리 천국이다.

삽상한 봄바람이 불면 식객의 마음은 봄처녀처럼 설렌다. 혹독한 겨울에는 구경할 수 없었던 싱그러운 봄 먹거리가 전국 방방곡곡에 한가득이다. 남녘에서는 연일 꽃 소식과 함께 맛 소식이 들려 온다. 포구 마을은 먼바다에서 돌아온 멸치 떼를 잡는 손길이 여느 때보다 분주해졌다. 시장통에는 봄 도다리에 야생 쑥을 넣고 맑게 끓인 도다리쑥국을 맛보려는 사람들도 북적댄다.

남쪽에서 머뭇거리던 봄기운은 이제 북쪽으로 거슬러 올라왔다. 성미 급한 사람들이야 추운 겨울날 대게 마을을 찾는다지만 진정한 식객들은 살랑살랑 따뜻한 봄바람 불 적에 동해로 향한다. 결대로 죽죽 찢어지는 달콤 짭조름한 게살 맛에 도망갔던 입맛도 돌아온다. 서해 갯마을의 봄 효자, 꽃게와 주꾸미도 빼놓을 수 없다.

산란기를 앞두고 알을 꽉 채운 꽃게와 주꾸미를 찌고, 데치고, 무쳐내는 포구 마을 식당가도 덩달아 신바람이 났다.

꽃샘추위가 물러나니 산과 들도 넉넉해졌다. 언 땅을 헤집고 나온 밭작물이 시장에 쏟아진다. 먹음직스러운 빨간빛의 딸기, 초록빛 머리칼을 휘날리는 미나리가 봄의 색감을 빚는다. 낮은 땅에 맴돌던 봄기운은 이제 깊은 산골짜기로 흘러 들어가 곰취며 곤드레며파릇파릇한 봄나물을 키워 낼 참이다.

봄은, 맛이 있어 즐겁다. 봄의 생명력을 품은 먹거리를 찾아 바지런히 맛 여행을 떠나자.



| 동해 대게먹을까, 서해 주꾸미 맛볼까

계절이 눅어지면 갯것은 기지개를 편다. 몸집을 키우고 살을 채우며 산란을 준비한다. 포구마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봄 해산물을 끌어올리는 어부의 손놀림으로 분주해지는 것도 이맘때다. 바닷바람조차 맛있는 이 계절, 갯마을에 들러 맛 여행을 즐길 일만 남았다.


 꽃게 서해 갯마을의 봄꽃

 
기사 이미지

옹진수협 꽃게 경매장.



꽃게 출어는 바다가 전하는 봄소식이다. 서해 갯마을 어민에게는 꽃게의 허연 배딱지가 하얀 벚꽃보다 기껍고, 꽃게 뱃속의 누런 게장이 노란 개나리보다 반갑다.

봄을 꽃게의 제철로 삼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암게가 한 가득 알을 품어서기도 하고, 그 알밴 꽃게를 잡을 수 있는 때기도 해서다. 겨우내 심해에서 잠을 자던 꽃게는 음력 2월이 되면 얕은 바다로 이동한다. 서해 바다에 꽃게가 올라오는 것도 이때부터다. 꽃게가 알을 낳는 7∼8월, 꽃게가 겨울잠을 자는 12∼3월은 조업이 금지돼 있다.

 
기사 이미지

알밴 암게로 담근 간장게장.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는 주민 3명 중 한 명이 꽃게로 먹고사는 꽃게 섬이다. 연평도산 꽃게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잡힌 꽃게의 5%에 불과한 양이지만, 육질이 단단해 최상급으로 친다. 연평 꽃게를 찌거나 게장으로 담그면, 포슬포슬한 게살의 달콤한 맛을 배로 즐길 수 있다.

연평도에서 잡힌 꽃게는 그 자리에서 거래되지 않는다. 연평도를 비롯해 백령도·대청도·소청도·우도 등 서해 5도에서 잡히는 수산물은 인천 옹진수 협에 집결한 뒤 꽃게 경매를 통해 전국으로 팔려 나간다. 꽃게 경매를 구경한 뒤 연평 꽃게를 직접 맛보고 싶다면 옹진수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인천종합어시장으로 향하면 된다. 시장 구내식당에 자릿세 명목으로 5000~1만원을 내면 시장에서 구입한 꽃게를 쪄 주거나 무쳐 준다.

 


 멸치 무침·구이·찌개로 먹는 만능 식재료
 
기사 이미지


멸치는 연어처럼 회유성어족이다. 겨우내 먼바다에 머물다 봄이 되면 따뜻한 조류를 타고 남해 연안으로 되돌아온다.

덕분에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먼바다에서 작업하던 멸치 선단은 4월부터는 남해 앞바다에서 조업을 한다. 산란을 앞둔 봄 멸치는 살이 통통하게 올라 더욱 고소한 맛을 품는다.

대개 사람들은 멸치를 국물 낼 때 쓰거나 볶아서 먹지만 갯마을의 멸치조리법은 훨씬 다채롭다. 멸치잡이 선단의 본거지인 부산 기장군 대변항으로 향하면 봄 멸치로 만든 갖가지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항구 주변 식당에서 어른 손가락만큼 두툼한 멸치를 석쇠에 올려 굽거나, 뼈를 바르고 껍질을 벗긴 생멸치를 초장에 버무려 무침으로 내준다. 된장 푼 국물에 멸치와 우거지를 넣고 끓인 멸치찌개, 고추장과 고춧가루로 양념을 하고 미나리를 넣어 자작하게 끓인 멸치조림도 있다.

멸치잡이 배가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대변항으로 향하면, 멸치잡이 과정도 엿볼 수 있다. 멸치는 성질이 급해 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죽는 생선이라 어부들은 업무를 분업화해 작업 시간을 단축하는 데 애를 쓴다. 그물에서 털어 낸 멸치를 뜰채로 건져 항구 근처 작업장으로 옮기고, 팔팔 물이 끓고 있는 솥에 멸치를 살짝 삶은 뒤 바로 건조장에서 말린다. 식탁에 오르는 멸치의 고소함은 바로 이런 어부들의 숙련된 노동이 집약된 결과물이다.



■ 대게 동해안을 들썩이는 맛

 
기사 이미지

동해 별미로 사랑받는 대게.



겨우내 동해안은 몸살을 앓는다. 경북 울진 죽변항, 영덕 강구항, 포항 구룡포항으로 이어지는 바닷가에 대게를 먹으러 온 관광객이 북적거리기 때문이다. 하나 식객은 스산한 겨울이 지나가고 따뜻한 봄이 돼서야 동해안을 찾는다. 대게는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조업을 하는데 정월 대보름이 지나서야 몸 안에 살을 꽉 채운다. 봄을 노려야 대게의 다디단 살 맛을 즐길 수 있다.

대게는 박달대게·물게·너도대게(청게)·빵게·붉은대게(홍게) 등 이름도 많다. 우리나라에서 어획되는 종은 대게와 붉은대게 2종뿐이고 나머지는 뱃사람이 붙인 별칭이다. 좋은 대게를 고르려면 이름에 현혹되지 말고, 대게의 속이 꽉찬 정도를 가늠해야 한다. 몸통과 다리가 이어지는 부분을 눌렀을 때 물컹물컹하지 않고 딱딱한 게 속이 꽉 찬 대게다. 알밴 대게는 껍질 밖으로 누런빛이 비친다. 가격 역시 대게의 크기나 무게가 아니라 살진 정도에 달린다.

 
기사 이미지

대게로 만든 튀김·찜·구이 요리.(왼) 살이 꽉 찬 대게회.(오)



경북 영덕·울진·포항 세 지역 모두 대게로 이름난 고장이다. 주요 항구마다 대게 전문 식당이 즐비하고 동해 바다의 탁 트인 경관을 볼 수 있으니 맛 여행지로 손색없다. 세 지역은 저마다 특징이 있다. 비교적 저렴하게 대게를 먹을 수 있는 곳은 포항의 구룡포항이다. 울진·영덕보다 경매가가 저렴하다. 울진, 영덕은 가격이 좀 비싼 대신에 튀김·회·찜·볶음밥·탕 등 다양한 요리를 내는 식당이 많다. 울진 후포항은 가격도 맛도 무난하다.




■ 
주꾸미
바다에서 건진 봄맛


 
기사 이미지

주꾸미는 그 명성에 비해 참맛을 아는 이가 드물다. 국내산 주꾸미의 수확량이 적어 도시로 올라오는 양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도시에 있는 주꾸미 식당은 주꾸미 특유의 야들야들하고 차진 식감이 사라진 냉동 주꾸미를 낸다. 냉동 주꾸미, 그것도 매운 양념이 뒤범벅된 요리에서는 진짜 주꾸미 맛을 느끼기 어렵다.

신선한 주꾸미를 만나려면 3~4월 서해 갯마을로 찾아가야 한다. 충남 서천 홍원항은 전국적으로 알려진 주꾸미 산지다. 봄이 되면 주꾸미 맛을 잊지 못한 여행객이 물밀듯 몰려오는 맛 여행 성지기도 하다.

 
기사 이미지

갓 잡아 올린 살진 주꾸미 (왼), 주꾸미·소라 등 서해 봄 별미(오)



바다 수온이 올라가면 주꾸미는 산란을 준비하면서 몸집을 불리는데, 이때 연안으로 몰려와 먹이 사냥을 한다. 해서 봄 주꾸미는 잡기도 쉽고, 맛도 좋다. 특히 암컷은 머리 부분에 쌀밥 같은 알을 한가득 품고 있다. 낙지·오징어·문어 등 두족류(머리에 다리가 붙어 있는 해산물) 중 감칠맛 나는 알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주꾸미뿐이다. 주꾸미 암수는 색깔로 구분한다. 암컷은 하얗고 수컷은 거무튀튀하다. 알 품은 암컷 주꾸미 몸값이 수컷보다 비싸지만 육질은 수컷이 더 부드럽다. 홍원항 주변 식당가에서 회·샤부샤부·무침으로 변신한 주꾸미를 맛볼 수 있다. 주꾸미를 넣고 끓인 칼국수도 별미다.




 도다리 남녘의 봄을 부르는 생선

 
기사 이미지

도다리는 전남 여수와 경남 거제·사천 등 남쪽 바다에서 흔히 잡히는 어종이다. 이 평범한 생선의 몸값이 갑자기 높아지는 때가 있다. 3~4월 도다리 살이 탄탄하게 여무는 시점이다. 도다리와 쌍둥이처럼 닮은 광어는 2월부터 3월 사이에 산란을 하기 때문에 봄철 맛이 뚝 떨어진다. 광어가 뱃사람의 눈 밖에 나는 사이 어부의 마음을 달뜨게 하는 것이 기름진 도다리다.

도다리와 광어는 ‘좌광우도’로 구분하면 된다. 꼬리를 밑에, 머리를 위쪽으로 뒀을 때, 눈이 왼쪽으로 쏠린 것은 광어, 오른쪽으로 쏠린 것은 도다리다.

살진 도다리를 바로 잡아 향긋한 쑥을 넣고 끓이는 도다리쑥국은 남해에서 봄의 의례와 같은 음식이다. 여린 쑥이 올라오는 3~4월 가장 맛있는 도다리쑥국을 먹을 수 있다. 바다와 들에 깃든 봄기운을 한 번에 즐기는 셈이다.

도다리쑥국은 과하게 양념을 치지 않아 신선한 식재료의 맛이 살아 있다. 소량의 된장과 소금으로 간을 한 맑은 국물과 탱탱한 도다리 살을 즐기면 된다. 청양고추의 알싸함이 혀끝을 자극하고 난 뒤 쑥의 깊은 향이 입안에 은은하게 번진다.

경남 통영 서호시장에 도다리쑥국을 파는 식당이 줄지어 있다. 도다리쑥국은 수놈으로 끓여 내는 것이 더 맛있다. 이리(정액)가 들어가야 맛이 깊어지기 때문이다.




| 아삭아삭, 새콤달콤…산과 들을 맛보다

봄이 되면 식객의 마음이 분주해진다. 이 계절이 지나면 또 일 년을 기다려야만 봄맛이 사방에 널리는 까닭이다. 산과 들의 땅기운을 흠뻑 머금은 봄 먹거리를 모았다.



■ 딸기 따는 맛, 먹는 맛

 
기사 이미지



딸기는 본디 노지에서 5~6월에 수확하는 과일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딸기는 초여름 ‘채소’다. 하지만 하우스 농법의 발달로 이제 딸기는 ‘철 없는’ 과일이 됐다. 이른 봄부터 먹는 딸기에 익숙해지면서 딸기는 봄을 대표하는 먹거리로 굳어졌다.

소비자의 인식에 맞춰 3~4월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봄 딸기는 겨우내 사그라진 입맛을 깨우는 데 일조한다. 반들반들 윤기가 흐르는 딸기를 한입 깨물고 달콤한 과즙을 꿀떡 삼키고 나면 봄에 한발 다가선 기분이다. 딸기는 보통 11월 말에서부터 5월 말까지 생산하는데, 비닐하우스에서 자라는 딸기는 11월 말에서 12월 초 처음으로 꽃을 틔운다. 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하면서 5월 말까지 딸기가 맺힌다.

일 년의 절반에 이르는 기간 동안 싱싱한 딸기를 먹을 수 있지만, 가장 맛있는 때를 꼽자면 3~4월을 들 수 있다. 딸기는 꽃이 피기 시작해 40일 정도가 지나면 열매를 맺는다. 추위를 견디며 속을 채운 딸기가 봄이 완연한 계절에 맺히는 열매보다 달짝지근하다.

충남 논산은 전국 최대 딸기 수확량을 자랑하는 딸기 주산지다. 연간 3만 t의 딸기를 판매하고 1300억원의 판매 수익을 올리고 있다. 1800여 호에 이르는 딸기 농가 중에 딸기 수확 체험을 경험해 볼 수 있는 농가도 많다. 일정 금액을 내고 딸기를 실컷 따 먹고, 딸기 잼도 만들 수 있어 가족 여행객의 나들이 장소로도 제격이다.



■ 미나리 봄을 알리는 맛

 
기사 이미지



미나리는 쑥·달래·냉이 등 나물보다 앞서, 이르면 2월 초부터 식탁에 오른다. 하우스 재배가 일반화된 덕분에 제법 두툼한 옷을 차려입어야 하는 이른 봄에도 싱싱한 미나리를 맛볼 수 있다.

하지만 맛과 향이 제대로 여문 미나리는 4월께부터 먹을 수 있다. 2~3월에 수확하는 미나리는 여린 맛으로 먹지만 4월에 베어 낸 미나리는 향으로 먹는다. 미나리를 재배하는 농사꾼들도 4월이 돼야 미나리 줄기가 꽉 차고, 싱그러운 향이 밴다고 입을 모은다.

봄이면 전국 어디서나 나는 게 미나리라지만 개중에는 일반 미나리보다 몸값이 갑절인 ‘명품’미나리도 있다. 경북 청도에서 나는 ‘한재미나리’다. 한재미나리는 일반 미나리보다 식감과 향이 뛰어나다. 탱글탱글한 미나리 줄기가 여린 잎채소를 먹는 것처럼 부드럽게 씹힌다.

한재미나리를 미나리의 고급 품종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다수지만 사실 ‘한재’는 청도 초현리, 음지리, 평양1·2리, 상리 일대를 부르는 지명이다. 한재 일대는 1980년대부터 미나리 재배 단지로 개간됐으며, 한 해 이 마을에서 나는 미나리만 1800t 이상에 이른다.

미나리 수확 철 한재 마을을 방문하면 밭에서 방금 딴 싱싱한 미나리를 맛 볼 수 있다. 미나리를 구입하면 농가에서 가스버너와 불판을 빌려준다. 상춘객은 미나리밭 옆 작업장에 삼삼오오 모여 삼겹살을 굽고 미나리로 쌈을 싸먹는다. 한재에서만 즐길 수 있는 이색적인 봄맛이다.




■ 산나물 파릇파릇한 봄의 전령사

 
기사 이미지


뭍에 봄나물이 돋아나는 3~4월이 되면 밥상에 푸른 색감이 짙어진다. 냉이·달래 등 향긋한 봄나물은 데치거나 무치거나 국거리로 손질돼 식탁의 향과맛을 돋운다.

각종 봄나물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곳으로 전통 시장만 한 곳이 없다. 강원도 대표 관광지 정선의 ‘정선5일장(2·7일)’에서는 시장의 푸근함을 느끼면서 백두대간 두메산골에서 캔 산나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4월부터 흙냄새 물씬 풍기는 쌉싸래한 봄나물이 난전에 깔린다.

4월에는 두릅·오가피순·곰취가, 5~6월에는 곤드레가 제철이다. 강원도에서도 특히 정선과 평창에서 많이 난다. 곤드레는 겨우내 땅속에서 뿌리를 키우고 5월에 새싹을 틔운다. 이 어린순을 따다가 데쳐서 나물로 먹거나, 장아찌를 담근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곤드레나물밥이다. 밥에 곤드레나물을 넣고 쪄 낸 다음 간장을 넣어 비벼 먹는다.

전남 구례에서는 3월 말부터 쑥부쟁이를 수확한다. 쑥부쟁이는 쑥갓하고 비슷한 모양새지만 향과 맛은 곤드레에 가깝다. 구례에선 ‘쑤꾸재미’라고 부르는 쑥부쟁이를 생으로도 먹고, 무쳐서도 먹고, 밥에 넣어 쪄서 먹는다. 지리산을 끼고 사는 사람들은 언 땅을 헤치고 가장 먼저 나오는 쑥부쟁이를 뜯어 보릿고개를 났던 기억을 갖고 있다. 이르면 3월 중순부터 ‘구례5일장(3·8일)’에서 쑥부쟁이를 살 수 있고 구례 쑥부쟁이 전문 음식점에서 쑥부쟁이 무침, 쑥부쟁이밥을 맛볼 수 있다.



■  봄비에 여무는 찻잎

 
기사 이미지


남녘의 봄은 강을 타고 온다. 섬진강 바람이 동토를 녹이면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매화·산수유·유채·벚꽃이 기다렸다는 듯 봉오리를 젖혀 봄을 맞는다. 섬진강 봄은 노랗고 빨갛고 하얀 꽃잎으로만 대변되는 것은 아니다. 앙증맞은 녹색 잎을 틔운 차밭에서도 남녘의 봄기운을 물씬 느낄 수 있다.

차는 아열대 다년생식물이다. 기온이 영하 15도 이하로 내려가면 얼어 죽는 남국의 나무는 우리나라 제주, 전남 보성·구례 그리고 경남 하동 등 남도일대에서만 뿌리를 내린다. 차나무는 완연한 봄을 맞으면 겨우내 꾹꾹 눌러왔던 생명의 기운을 여린 잎에 담아낸다.

4월 하순, 못자리를 마련한다는 곡우(穀雨)를 앞두고 차인들의 손놀림이 바빠진다. 찻잎은 보통 곡우 이전에 햇순을 딴다. 곡우 전에 딴 찻잎으로 만든 차를 우전차라고 부른다. 차마다 품질이나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우전 차는 보통 100g에 10만원이 넘는 명품 차다. 차는 곡우가 지나면 서서히 질이 떨어진다. 찻잎의 타우린 성분이 증가해 쓴맛이 짙어진다. 곡우부터 5월 상순에 따는 차를 ‘봄차’로 치는데, 봄차는 여름차, 가을차에 비해 맛이 부드럽고 향이 뛰어나다.

우리나라에서 차나무를 처음 심은 곳으로 알려진 경남 하동으로 향하면 수령이 1000년을 넘어선 국내 최고령 차나무를 구경할 수 있고, 야생차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마을이나 다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전남 보성에서도 해마다 5월 차 축제를 연다.




| 따고 잡고 보는 재미 솔솔

 
기사 이미지

부산 광안리 어방 축제 하이라이트 그물 끌기.



가족과 함께 갈 만한 주말 봄나들이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면 전국 방방곡곡 제철 먹거리를주제로 열리는 지역 축제에 주목하자. 먹거리 축제만 따라다녀도 훌륭한 봄 여행을 즐길 수있다. 제철 먹거리를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고, 아이들과 함께 다채로운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달력에 표시해 놓고, 미리미리 일정을 챙기자.
 
 
기사 이미지


양평 딸기 체험 축제는 비교적 수도권에서 가까운 경기도 양평에서 열리는 맛 축제다. 양평군 내 15개 농촌 체험 마을 딸기 농장이 축제 기간 동안 여행객을 위해 활짝 문을 연다. 농촌 체험 마을마다 딸기 비누 만들기, 딸기 잼 만들기 등 특색 있는 체험거리를 제공한다. 축제에 참여하려면 체험 마을에 예약 해야 한다.

딸기 주산지 충남 논산에서도 논산 딸기 축제가 열린다. 딸기 농장에 들러 실컷 딸기를 따 먹고, 딴 딸기를 집에 가져올 수도 있다. 논산천 일대 행사장에서 딸기 비빔밥을 맛보거나 딸기 떡 길게 뽑기 경기에 참여할 수 있다.

충남 서천에서 열리는 서천 동백꽃 주꾸미 축제는 지난해 42만 명이 방문한 인기 먹거리 축제다. 어린이 주꾸미 낚시 체험, 동백나무 숲 보물찾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 올해는 어린이 소라 잡기 체험이 추가로 운영될 예정이다.

충남 보령 무창포항도 알밴 주꾸미를 맛볼 수 있는 주꾸미 주산지다. 4월 10일까지 포구 주변에서 열리는 신비의 바닷길 주꾸미 도다리 축제를 방문하면 어선에서 갓 잡아 올린 주꾸미와 개불 등 초봄 별미를 만날 수 있다. 음력보름과 그믐에는 바닷길이 갈라지는 ‘모세의 기적’ 현상도 벌어진다. 무창포해수욕장에서 석대도까지 1.5㎞에 이르는 바닷길이 드러나 바다 한가운 데서 맨손으로 고기를 잡거나 바지락을 캘 수 있다.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일원에서 열리는 광안리 어방 축제도 체험거리가 많은 축제 중 하나다. 남천·민락 활어 축제, 광안리 해변 축제, 남천동 벚꽃 축제등을 통합한 축제로 맨손 활어 잡기, 그물 끌기 등의 프로그램이 있다.

광안리 어방 축제와 같은 기간에 개최되는 부산 기장 멸치 축제도 있다. 도시에서 맛보기 힘든 멸치 회, 멸치 무침 등을 맛볼 수 있고 깜짝 경매에도 참가 할 수 있다. 멸치 그물 털기 체험은 축제의 백미로 꼽힌다.

강원도 정선에서 열리는 정선 곤드레 산나물 축제는 강원도에서 채취한 산나물을 생산자로부터 직접 구입할 수 있는 장터를 운영한다. 산나물을 활용한 음식 레시피를 개발하는 요리 경연 대회도 준비됐다.


글=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g30@joongang.co.kr , 중앙포토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