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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애의 Hola! Cuba!] ⑨ 낡아서 더 정겨운 아바나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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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아바나 시가지의 전경.



쿠바는 4000개 이상의 섬으로 이뤄진 나라다. 크게 3 지역으로 나뉘는데, 서부 옥시덴떼(Occidente) 지역에 수도 아바나(La Habana)가 있다. 아바나는 풍부한 역사만큼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아바나의 구시가지, 즉 올드 아바나는 이름 그대로 오래된 건물과 유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쎈뜨로 아바나(Centro Habana)와 베다도(Vedado)는 주거 지역으로 고층 빌딩과 신식 건물이 눈에 띄는 신시가지다. 여행자 대부분은 올드 아바나에 머물지만, 쎈뜨로와 베다도 또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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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사 블랑카(Casa Blanca)에서 바라 본 아바나 시가지.



우여곡절 많은 쿠바의 역사
아바나(La Habana)는 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다. 1519년에 건설되어 1607년에 쿠바의 수도가 되었다. 당시 아바나는 남미에서 황금을 가득 싣고 스페인으로 향하던 상선이 반드시 거쳐가던 항구였다. 무역이 활기를 띠면서 도시는 점점 풍요로워졌지만 동시에 많은 해적의 표적이 되었다. 해적이 들끓자 스페인 선박들은 안전을 위해 1년에 두 번 아바나 항에 모인 후 군함의 보호를 받으며 본국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스페인은 해적의 습격을 대비해 아바나에 모로 요새와 까바나 요새를 건설했다. 1898년, 쿠바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아바나는 또 다른 변화를 맞게 됐다. 독립은 자주 독립이 아니었다. 사실상 미국이 스페인으로부터 지배권을 넘겨받은 형태였다. 1920년대 미국 정부가 금주령을 내린 뒤, 많은 미국인이 럼(Rum) 주와 시가를 즐기기 위해 쿠바로 몰려들었다. 자연스레 아바나는 화려한 동시에 문란한(?) 일탈의 도시가 되어갔다. 1959년, 피델 카스트로와 그의 친구들이 혁명을 통해 아바나에 입성하기 전까지 말이다. 이렇게 우여곡절 많은 역사 때문인지 아바나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문화와 풍경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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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공사 전의 까삐톨리오, 지금은 보수 공사 중이다.



아바나의 랜드마크, 까삐똘리오
아바나를 찾는 여행자들이 반드시 사진을 찍는 장소가 있다. 바로 까삐똘리오(El Capitolio)다. 까삐똘리오는 스페인어로 시청사나 국회의사당 등 도시의 중심 건축물을 일컫는 말이다. 아바나의 까삐똘리오는 네오 클래식과 아르누보 양식이 혼합된 건축물로, 아바나 뿐 아니라 쿠바 전체에서도 랜드 마크로 꼽히는 곳이다. 미국의 워싱턴 국회의사당을 설계한 건축가가 1929년에 완성한 것이어서 미 국회의사당의 축소판이라 부르기도 한다. 돔형 지붕은 멀리서도 보일 만큼 웅장하다. 1959년 혁명 전까지 국회의사당으로 사용했던 곳이다. 1층 로비 바닥에는 24캐럿의 다이아몬드가 전시돼 있다. 우습게도 가짜 다이아몬드란다. 그럼에도 모조 다이아몬드는 아바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쿠바에서 거리를 재는 기준점이 바로 이 다이아몬드라고 한다. 7년 전, 처음 쿠바에 갔을 때 까삐똘리오 1층에는 인터넷 카페가 있었다. e메일을 확인하기 위해 30분이 걸렸던 추억이 문득 떠올랐다. 지금은 아바나의 공원에서도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고 제법 속도도 빨라졌다. 까삐똘리오는 현재 보수 공사로 휴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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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께 쎈뜨랄의 거리 사진관
까삐똘리오가 유명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핀홀 카메라(Pinhole Camera)로 사진을 찍는 거리의 사진사 때문이었다. 핀홀 카메라는 렌즈 없이 사진을 찍는 일명 ‘바늘구멍 사진기’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까삐똘리오 앞에는 핀홀 카메라를 든 사진사가 서너 명 있었다. 지금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영 볼 수가 없었다. 운좋게도 근처 빠르께 쎈뜨랄(Parque Central), 즉 중앙공원에서 한 핀홀 사진사를 만났다. 낡은 카메라 앞에는 유럽에서 온 여행객 부자(父子)가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핀홀 카메라가 신기한지, 부자는 사진 한장 찍으면서도 무척 즐거워했다. 알고 보니, 아들의 직업도 사진작가란다. 시간이 제법 걸렸지만 신기하게도 사진 한 장이 완성되었다. 사진을 찍은 사람도, 사진을 받아든 사람도 모두 행복해보였다. 낡은 핀홀 카메라에는 사진사의 할아버지 사진이 걸려 있었다. 카메라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이란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천천히 얻어내는 사진 한 장은 예나 지금이나 아바나 여행의 명물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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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궂은 말레콘, 짭짜름한 첫 인사
아바나의 명물 중 하나는 말레콘(Malecon)이다. 말레콘은 베다도부터 올드 아바나까지를 일컫는 해안 지역이다. 여름이면 높은 파도가 치는데 이따금 자동차도로까지 넘친단다. 파도가 달리는 자동차를 덮치는 광경이 TV 광고에도 나온 적이 있다. 말레콘이 여행자들과 인사하는 방법은 짓궂다. 생각지도 못한 사이 바닷가를 거니는 여행자를 덮친다. 당황한 여행자들은 기겁하며 폴짝폴짝거리지만 이내 깔깔 웃고 만다. 짭짜름한 바닷물에 흠뻑 젖어도 마냥 즐겁다. 해가 진 뒤, 말레콘은 더욱 매혹적인 휴식처로 변신한다. 기타와 색소폰을 연주하는 악사들, 친구들과 럼주를 나눠 마시는 청춘들, 함께 이야기꽃을 피우는 가족, 꼭 껴안고 입맞춤을 나누는 연인들 그리고 들뜬 표정의 여행자까지. 모두 아늑한 말레콘의 밤을 만끽한다. 유난히 붉고 아름다운 아바나의 저녁노을이 모두의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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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