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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프리마켓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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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울 연남동 홍익어린이공원에서 열린 프리마켓에서 시민들이 신인 예술가가 제작한 엽서를 고르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캐리커처 그림이 완성되길 기다리는 아이와 음악공연을 하고 있는 한 뮤지션.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이 ‘예술’과 ‘문화’를 만났다. 신인 예술가들이 모여 수공예품을 팔고, 한쪽에서는 인디밴드가 멋진 곡을 연주한다. 팔 창작물이 있거나 구매 의사가 있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봄을 맞아 소비자를 부르는 ‘프리마켓(Free Market)’을 둘러봤다.

예술 만나고, 얘기 나누고…흥겨운 장마당




"누구나 길거리에 자리 잡고 아이디어 소품 사고팔아 먹거리·즐길거리 더한 축제"



지난 19일 서울 연남동 홍익어린이공원에서 ‘홍대앞 예술시장 프리마켓’이 열렸다. 이곳에서 만난 미술작가 김범성(38)씨는 여러 종류의 강아지 그림이 그려진 도자기를 팔았다. 테이블 옆에는 도자기 그림의 주인공인 강아지가 웅크리고 있다. 거리를 걷던 사람들은 발길을 멈추고 이색적인 도자기를 구경했다.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김씨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김씨는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도자기를 많이 산 것 같다”며 “단순히 물건만 파는 것이 아니라 강아지에 대한 정보도 나누고 손님과 대화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제주도에서 열린 ‘반짝반짝 착한가게’ 프리마켓에는 가수 이효리가 참가해 직접 만든 그릇과 그린 그림을 팔아 화제가 됐다.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한시적으로 열렸던 ‘서울시 밤도깨비 야시장’엔 7일 동안 19만여 명이 찾았다. 야시장이 인기를 끌면서 올해부터는 10월까지 매주 금·토요일에 상설로 열린다.
  거리나 한적한 공원에서 작은 규모로 열리던 프리마켓이 도심 속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규모가 커지고 볼거리도 많아졌다. 시민 누구나 물건을 사고팔 수 있는 열린장터다. 중고 제품을 싼값에 팔기도 하지만 신인 작가나 손재주가 좋은 일반인이 만든 아이디어 상품이 많다.
  프리마켓은 3~4년 전부터 가방이나 액세서리, 작은 가구, 소품 등을 만드는 ‘D.I.Y(Do It Yourself)’족이 늘면서 규모가 커졌다. 판매자로 참가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참가하기 원하는 프리마켓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어떤 물건을 판매할지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당일 현장에서 가판을 마련해 물건을 팔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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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들이 한 프리마켓에서 판매되는 수공예품을 둘러보고 있다.

도심 문화공간으로 떠올라
프리마켓의 매력은 전시회에 온 것처럼 물건을 보며 판매자와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낸 물건이 아닌 개인이 손수 만든 제품을 팔아 물건마다 스토리가 담겨 있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디자인이 아니어서 보물찾기를 하듯 물건을 고르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난해부터 프리 마켓에서 그림을 파는 박현우(31)씨는 “제 그림을 멋지다고 말하는 걸 들으면 일상생활 속에서 잊고 지냈던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프리마켓의 콘셉트와 판매하는 물품도 다양하다. 3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토요일에 홍익어린이공원에서 열리는 ‘홍대앞 예술시장 프리마켓’은 ‘모든 시민이 창작자가될 수 있다’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미술을 전공한 대학생들이 판매자로 많이 참여한다. 미리 만든 수공예품을 팔거나 현장에서 5000~1만원을 받고 캐리커처도 그려준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개인 작가가 참여할 수 있는 프리마켓도 생겼다. 12월을 제외한 매월 첫째, 셋째 토요일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뒤뜰에서 열리는 ‘세종예술시장 소소’에서는 독립출판물 창작자들이 제작한 책이나 글 모음집 등을 판다. 프리마켓 상인 중에는 경제적 수익을 얻으려는 사람보다 자신의 창작물을 평가받기를 원하는 신인 작가가 많다.
  올해 처음으로 프리마켓에서 가죽지갑을 판매한 최청환(37)씨는 “온라인에서 물건을 팔 수 있지만 여러 사람을 직접 보면서 내가 만든 지갑에 대한 평을 가까이에서 듣고 싶어 참가했다”고 말했다.
  음식, 공연 등 즐길거리도 풍성하다.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다음 달 매주 금·토요일에 열릴 ‘서울시 밤도깨비 야시장’에서는 댄스, 밴드, 마술 공연까지 열려 축제 같은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이곳에는 음식 장터도 마련된다. 음식을 조리하고 판매하는 푸드트럭 30대가 있어 간단한 분식부터 한식·중식·일식 등을 먹을 수 있다.
  정릉시장 인근 정릉천에서 매월 둘째·넷째 주 토요일에 열리는 ‘개울장’에서는 이색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입지 않는 옷가지를 가져가 정릉천에서 직접 천연 염색을 할 수 있다. 영등포 하자센터 앞마당에서 열리는 ‘달시장’에 가면 인디 뮤지션들의 공연을 볼 수 있다. 7월을 제외한 5~10월까지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에 열린다.
  프리마켓을 기획하는 일상예술창작센터 시장기획팀 전새로미 매니저는 “‘연남동 마을시장 따뜻한 남쪽’ ‘홍대앞 예술시장 프리마켓’ ‘명랑시장’과 같은 프리마켓에서는 인디밴드를 섭외해 작은 음악회를 열고 있다”며 “인디밴드의 창작 음악을 들으며 여유 있는 축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말했다.

장삿속 탓에 개성 잃기도
우려의 시선도 있다. 문화예술 활동을 목적으로 생겨난 프리마켓이 사람 모으기에만 집중해개성을 잃고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마켓이 유명세를 타면서 사용하던 공간의 임대료가 올라 시장이 문을 닫거나 임대료가 싼 곳으로 옮기는 경우도 있다. 2013년에 처음 문을 열어 인기를 끌었던 ‘이태원 계단장’은 치솟는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지난 7일 폐장했다.
  서울시 경제진흥본부 소상공인지원과 소상공인정책팀 이창현 팀장은 “프리마켓은 시민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매장이 없는 신인 예술가에게 새로운 판로를 열어 준다”며 “높은 임대료 때문에 문을 닫는 프리마켓이 생기지 않도록 지역 주민과 예술 상인이 공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마켓 중고 제품을 주로 파는 벼룩시장인 ‘플리마켓(Flea Market)’보다 넓은 의미로, 중고품과 함께 작가와 예술가 등이 손수 제작한 물품을 판매한다. 손재주가 좋은 일반인도 자신이 만든 제품을 시장에 가지고 나와 팔 수 있다.

글=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사진=박건상(프로젝트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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