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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의 세종시 이전'에 제동 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이 4·13 총선 공약으로 ‘국회의 세종시 이전’을 발표해 놓고 하루 만에 물러섰다. 입법부의 이동은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문제로 시간을 충분히 갖고 논의해야 할 사안이다. 이런 국가 대사를 무슨 동네에 다리 하나 놓는 공약처럼 취급한 더민주의 경박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더민주의 총선정책공약단(단장 이용섭)은 그제 홈페이지에 올린 공약집에서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해 지역균형 발전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국회 이전을 단순히 ‘지역균형 발전론’ 같은 관념이나 ‘행정부 효율론’ 같은 기능으로만 접근한 단견인데 김종인 대표가 어제 제동을 걸었다. 한번 고삐가 풀리면 걷잡을 수 없이 논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뻔한 이슈를 김 대표가 적절하게 조절한 건 다행이다. 그렇지 않아도 “충청권 표를 의식한 전형적인 선거용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판이 나오던 터였다. 김종인 대표는 “현 상황에서 국회를 세종으로 이전하는 건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고려할 때 시기상조다. 우리의 공약은 세종시엔 국회의 분원(分院)만 두겠다는 것”이라고 수위를 낮췄다.

충청권 수도 이전 계획은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50만 표 차로 이길 수 있었던 ‘회심의 공약’이었다. 당시 충청권에서 두 후보 사이 표 차가 50만 표였던 걸 감안하면 노 후보의 수도 이전 공약은 신의 한 수라 할 만했다. 그랬던 수도 이전은 2004년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무산됐다. 당시 헌재는 “관습헌법상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고, 수도는 입법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어야 하며 대통령이 활동하는 장소”라고 위헌 이유를 명시했다. 따라서 국회나 청와대를 서울 아닌 곳으로 이전하고자 하면 개헌을 통해 관습헌법을 무효화시키는 수밖에 없다. 더민주 총선공약단이 이런 사실을 무시한 채 국회 이전을 불쑥 공약화한 건 2002년 같은 노무현식 선거의 반전에 눈이 멀었기 때문일 것이다.

더민주가 ‘국회 이전’에서 ‘분원 설치’로 공약을 조정하자 이번엔 공약 가로채기 논란이 일었다. 새누리당 측에서 “세종시의 국회 분원 설치는 충청권 선대위원장인 이인제 최고위원이 발표하려던 정책인데 김종인 대표가 가져갔다”고 주장한 것이다. 국회 이전이든 분원 설치든 이 정책은 행정부와 입법부 간 물리적 거리 때문에 발생하는 행정의 비효율성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세종시 공무원들이 서울의 국회를 오가기 위해 길에서 낭비하는 시간이 4시간이라고 하니 국가 혁신 차원에서 다뤄야 할 문제이긴 하다. 그렇다고 또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별도 국회 청사를 세종시에 지어 놓고 의원·직원들을 오가게 하는 게 맞는지는 의문이다. 세종시 비효율은 국회의 위치 문제라기보다 장·차관, 국·과장 등 행정 공무원을 길들여야겠다는 국회의원의 낡은 권위의식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국회가 공무원들을 시도 때도 없이 호출해 호통치는 구습에서 탈피하고, 국회의원들이 세종시에 출장 가는 관행을 만드는 등 문화 개선을 통해 세종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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