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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가 추천한 자녀 채용하라" 무리한 단협 손본다…실효성 논란도

'회사는 자연 및 인위적인 감원으로 결원이 생겼을 경우 조합이 추천하는 자에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우선적으로 채용할 수 있다.' '회사는 직원 채용 시 채용기준에 적합하고 동일조건의 경우 조합이 추천하는 자에 대하여 우선 채용한다.'

모 대기업 단체협약에 명시된 조항이다. 고용노동부가 100인 이상 노조가 있는 사업장 2769개소의 단체협약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찾아냈다. 고용부는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고용세습' 조항이나 인사경영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내용이 담긴 위법·불합리한 단체협약을 시정지도하기로 했다. 시정하지 않으면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사법처리에 따른 형량(벌금 500만원)이 너무 낮아 실효성이 떨어지는데다 회사의 배려조차 무리하게 고용세습으로 몰아간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고용부 조사 결과 노동 관련 법에 어긋나는 내용이 담긴 단협은 전체 42.1%인 1165개였다. 조합원 자녀 우선 채용이나 노조 운영비를 회사가 지급하고, 다른 노조와는 교섭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자녀 우선·특별채용 조항이 담긴 단협은 민주노총 산하 노조가 37.1%, 한국노총 산하 19.7%, 독립노조가 24.4% 채택하고 있다. 규모별로는 1000인 이상 대기업 35.1%, 300인 이상 31.6%, 300인 미만 20.4%였다.

인사경영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단체협약도 368개(13.3%)에 달했다. 직원의 채용이나 승진, 승급, 휴직, 전직, 전보, 배치전환, 징계와 같은 인사행위를 할 때는 노조와 사전 합의하도록 하는 경우다. 노조가 동의하지 않으면 인사권 자체를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다.

심지어 하도급을 줄 때 반드시 노조의 동의를 거치도록 하는 단협도 4개 중 한 개 꼴이었다. 이런 조항을 가진 단협도 민주노총 산하 노조(18.8%)와 1000인 이상 대기업 노조(17.5%)에 가장 많았다.

교섭단체로서 노조의 지위를 포기하고, 사용자에 종속된 단체임을 공표하는 듯한 조항을 넣어 놓은 곳도 254개(9.2%)나 됐다. 사측이 노조 사무실 유지 관리비와 차량, 노조 전임자 출장비 같은 것을 지원하도록 하는 형식이다. 노조의 자주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회사에 손을 벌리는 걸 공식화한 꼴이다.

그러면서 기존 노조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회사가 다른 노조와는 교섭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넣어놓기도 했다(28.9%). 기존 노조를 유일한 교섭단체로 인정하고, 복수노조가 생기더라도 무시하라는 얘기다. 노조 스스로 헌법이 보장한 노동권을 제약하는 조항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위법·불합리한 규정을 고치는 것은 작은 부분이지만 근로자나 청년에게 돌아오는 효과는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용부의 지도방침이 현장에서 먹힐지는 미지수다. 지난해에도 고용부는 법을 어기거나 인사경영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조항을 바로잡겠다며 전국의 모든 근로감독관을 동원해 지도에 나섰다. 올해도 이런 행정행위가 반복되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인사노무담당임원은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아도 노사에 부과되는 사법처리 형량은 벌금 500만원이 고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체협약을 다운계약하기 위해 노조와 첨예하게 대립하면 생산차질과 그에 따른 노동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어느 기업이 그걸 감내하겠느냐"고 덧붙였다.

여기에다 정부가 단협을 무리하게 해석하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 경영계의 설명이다. 예컨대 고용세습 조항으로 분류한 '업무상 사고, 질병 사망자의 자녀 우선 채용'은 노조의 요구라기보다 회사를 위해 일하다 숨진 근로자의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회사의 '배려'측면이 강하다.

고용세습 조항을 가진 단협의 72.8%가 이 조항 때문에 위법한 단협으로 분류됐다. 모 경제단체 관계자는 "인정을 법 규정으로 재단하는 것은 한국의 고용시장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조치"라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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