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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1명이 연 1258시간 얘기 들어…편하게 마음 터놓는 ‘민심 풍향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얘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잖아요.”

지난해 한국택시협동조합을 설립한 박계동(64) 전 의원에게 왜 택시가 ‘민심의 풍향계’인지, 왜 택시기사가 민심을 전파하는 ‘빅마우스’로 불리는지에 대해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2010년 정계에서 은퇴한 그는 이 조합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박 전 의원은 2000년 11개월간 택시를 운전했다. 그는 “택시 속 한 평짜리 공간은 익명성을 보장한다. 목적지로 가는 내내 얘기가 새 나갈지 걱정하지 않고 편하게 떠들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민심이 솔직하게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택시기사로 국민을 만나면서 정치인으로서 많이 반성했다”고 덧붙였다.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지난달 ‘민심 공부’를 하겠다며 택시기사 체험을 했다. 그는 서울·경기·대구·경북의 4개 지역 택시기사 면허를 갖고 있다. 경기도 오산시에서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도 종종 택시 운전대를 잡는다.

여론 조성에 끼치는 택시의 영향력은 데이터로도 입증된다. 본지가 서울시 택시정보시스템(STIS)을 활용해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한 해 동안 서울의 택시 기사 1명당 5409명의 승객을 태운 것으로 나타났다. 운행거리로는 27억7996만㎞를 달린 것(손님이 탑승했을 때만 집계)으로 분석됐다. 지구 둘레(4만75㎞)를 6만9368바퀴 이상 돌 수 있는 거리다.

서울 시내 도로의 평균속도(시속 25.7㎞)를 대입해 계산하면 승객을 태운 시간은 1년간 총 1억816만9469시간으로 추산된다. 기사 1명당 1258시간(52일) 동안 승객과 접촉한 셈이다.

최정묵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은 “택시기사는 매일 불특정 다수의 국민과 접촉해 얘기를 듣고 자신의 생각을 나누게 된다. 의도한 역할은 아니지만 밑바닥 민심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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