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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치 얘기 꺼내자 “국민들 고생하는데…너무하더만” 욕설

오직 지(자기)들 생각밖에 안 한다.” “싹 다 바뀌었으면 좋겠다.”

4·13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각 정당의 ‘공천 전쟁’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차갑다. 본지 기자가 서울 금천구 소재 택시회사인 오케이택시에 임시근로자 형태로 취업해 2월 2일~3월 27일 사이 네 차례 26시간 동안 택시 드라이버로 일하며 민심을 들어본 결과다. 승객들의 육성을 운행일지 형태로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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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택시 승객 신모씨(왼쪽)는 “위정자들이 올해는 제발 일이 풀리게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운전대는 박민제 기자가 잡았다. [사진 강정현 기자]


◆국민들의 싸늘한 총선 민심=27일 오후 6시40분쯤 서울 남구로역에서 이모(43·여)씨가 택시에 탔다. 독산동 집으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여야의 공천 사태를 본 소감을 물었다.

이씨는 “투표를 잘 안 한다. 그냥 당만 바꿔서 나오는 인물들, 그 나물에 그 밥 아닌가. 그나마 안철수의 국민의당에 기대를 걸었는데 나오는 사람들도 다 비슷하고. 자기네끼리 분탕질 치는 사람들에게 뭘 더 기대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씨는 “새누리당 공천이 막장이었지만 더 안타까운 건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이 대안이 못 된다는 점”이라며 “공천에 감동이 없고 정책도 비슷비슷해 누굴 찍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 개XX들 국민들 고생하는 것도 모르고 너무하더만.” 거리에 손님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어 졸음마저 쏟아지던 지난달 22일 오후 시간대. 사당역에서 남영현(57)씨가 택시에 올랐다. 점심을 먹으며 반주를 마셨다고 하는 그에게 정치인들에 대한 생각을 묻자 욕설부터 튀어나왔다. 차가 빽빽이 들어찬 남부순환로를 빠져나가기 위해 차선을 이리저리 바꿔 가며 주행하기를 10여 분. 목적지인 봉천네거리에 도착한 뒤에도 남씨는 신랄한 비판을 이어 갔다.

“나는 전라남도 영광 출신인데 이번엔 더불어민주당 XX들 안 찍는다. 자기들끼리 싸우고 자기들끼리 분당해 버리고. 나도 몰라. 이제는 솔직히 국민 위해서 일하는 사람을 찍고 싶다고.”

서울 금천경찰서 맞은편 정형외과 앞에서 만난 김성희(65·여)씨는 힘겹게 택시에 올랐다. 무릎수술을 마친 뒤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다. 전진과 후진을 몇 차례 반복해 차를 보도블록 옆에 바짝 붙였다. 김씨는 지난번 대선 때 여당을 지지했지만 이번엔 지지 정당을 결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번에 싹 다 바뀌었으면 좋겠어. 한 사람도 찍어줄 사람이 없어. 일도 제대로 안 하고 결국 자기 식솔만 챙기고 있잖아. 맨날 싸우지만 그게 국민 위해서 싸우는 건 아닌 거 같아. 박근혜 정부도 기대했는데 마음에 와 닿게 하는 게 없어.”

◆사회는 곳곳이 교통 체증=승객들은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대입구에서 택시에 탄 50대 여성 B씨는 이달 2일 “거창한 공약 다 필요 없다. 경제를 어떻게든 잡아달라”고 말했다. 그는 “사교육비 때문에 엄마들이 죄다 맞벌이하러 밖으로 나가다 보니 가정이 깨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낙성대에서 남부터미널로 향하는 길에 탑승한 정모(49)씨는 올해 재수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다. 자녀의 진로 문제가 고민이다. “대학을 나온다고 학생들이 희망을 갖기 힘든 시대잖아요. 저희 때만 해도 대충 다녀도 갈 데도 많고 자리도 많았는데. 지금 학생들 보면 안타깝죠.”

◆경제는 교통사고 수습 중=교대역에서 택시를 탄 김영두(27)씨는 인터넷 쇼핑몰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4년 전 2만원에 팔던 ‘꽈배기 니트’를 요즘엔 4900원에 판다. 팔아봐야 남는 게 없지만 경쟁 업체들이 더 싸게 팔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올해의 소망을 묻는 질문에 “직장인에게 무슨 소망이 따로 있겠느냐”며 “살아남기 위해 죽도록 일하는 수밖에…”라고 말했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이달 2일 서초대로. 퇴근길 정체가 시작된 도로 한편에서 누군가 손을 들고 택시에 올라탔다. 법률사무소 사무장인 신모(39)씨는 “일이 없어 일찍 퇴근한다. 요즘 삶이 너무 힘겹다”고 말했다.

“한 달에 집에 200만원이라도 들고 갔으면 좋겠어요. 제가 법대 나왔거든요. 막노동이라도 하고 싶은데 체면 때문에 말이죠. 이 회사 퇴직한다고 다른 일은 쉽게 찾을 수 있겠어요? 답이 없죠.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고 삽니다. 제발 나라님, 위정자님들이라도 잘해주셔야 하는데….”

글=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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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