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단독] “우리 소리 널리 퍼지면 더 살맛나는 세상”

기사 이미지

한복을 입은 박수관 명창이 26일 경주시 황용동 동부민요학교에서 학생들과 민요 ‘옹헤야’를 부르고 있다. 수업은 민요 이론과 실기 교육을 한 뒤 각자 연습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프리랜서 공정식]


“팔라랑 팔라랑 갑사나 대앵기(댕기). 손때도 안 묻어서 사주가 와았네.”

“그만. ‘팔라랑’ 할 때는 탁 치듯이 힘을 줘야지. 대앵기가 아니고 대애애앵기….”

26일 오전 경북 경주시 황용동 함월산 중턱 동부민요연수원. 20여 명이 ‘영동아리랑’을 배우느라 여념이 없다. 10대 소녀가 부모 곁을 떠나 시집을 가는 슬픔을 노래한 곡이다. 밖에는 꽃샘 추위가 기승을 부렸지만 공부방 안은 민요를 배우는 학생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은 동부민요 명창 박수관(61)씨다. 그는 소리꾼일 뿐 아니라 공학박사 출신의 ‘명장’(금형제작 부문)이자 정밀기계업체인 갑우정밀 대표이다. 그는 지난 5일 ‘동부민요학교’를 열고 후진 양성에 나섰다.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수업을 한다. 학생은 40명. 유치원생부터 국악대학원 석사출신까지 다양하다. 2년 과정으로 무료다. 5만㎡의 땅을 사 여섯 동의 학교 건물을 짓는 데 50여 억원이 들었다.

동부민요는 경상·강원·함경도의 동쪽 지방에서 전해오는 노래다. 그는 “국악 전공자도 동부민요를 제대로 부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전문 소리꾼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학교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7세 때 동부민요와 인연을 맺었다. 경남 김해 출신인 그는 주민 장례식 때 구성진 상엿소리를 들은 뒤 우리 소리의 세계로 빠져들었다고 했다. 학교에 가다 말고 상엿소리를 들으며 장례행렬을 따라간 적도 있었다. 이후 부산으로 이사한 그는 부산진역 광장에서 노래를 부르곤 했다. 노래하는 것을 본 한 노인이 스승을 자처했다. 그러곤 중학교 3년간 민요를 배웠다. 이후 한독직업학교(현 부산기계공고)를 졸업하고 대우기계(현 대우중공업), 대우중공업을 거쳐 1983년 갑우정밀을 설립했다. 일하면서도 틈날 때마다 쉬지 않고 민요를 연습했다. 공부도 계속해 96년 한양대에서 산업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30대 후반부터 각종 무대에 서기 시작했다. 97년엔 러시아에서 열린 국제민요 학술대회에 논문 ‘한국 부전(不傳)민요 연구’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99년엔 전국민요경창 등 3개 대회에서 대상을 휩쓸었다. 9·11테러 직후 미 링컨센터 초청공연 때는 상엿소리를 불러 객석을 눈물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동부민요는 지난 10일 대구시 무형문화재(제19호)로, 박씨는 동부민요 예능보유자로 각각 지정됐다. 그는 “노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만국 공통어”라며 “많은 제자를 배출해 사람들에게 동부민요를 들려주면 좀더 살맛나는 세상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경주=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