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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동학대 재판마다 찾아다니는 나홀로 법원 감시 ‘서연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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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영아 살해 사건’ 선고를 지켜 본 서혜정씨가 서울남부지법을 나서고 있다. [사진 정혁준 기자]

“피고인을 징역 7년형에 처한다.” 지난 24일 오후 2시 서울남부지법 406호 법정. 반정우 부장판사의 선고가 끝나자 두 여성이 눈물을 흘렸다. 한 사람은 지난해 9월 생후 53일의 딸을 찜솥에 넣어 익사시킨 피고인 김모(42)씨였고, 다른 한 사람은 방청석에 있던 서혜정(48)씨였다. “뜨거운 물에 버둥거리는 아이를 넣어 죽인 이에게 7년이라니….” 서씨는 이 말을 읊조리며 눈물을 훔쳤다.

서씨는 아동학대 관련 재판이 열리는 전국의 법정을 찾아다닌다. 2014년 1월에 시작한 일이다. 법원을 취재하는 기자들 사이에서는 ‘서연이 엄마’로 통한다. 검찰과 법원이 아동학대 사건을 소홀히 다루는 지를 감시하며 취재원과 제보자 역할을 하고 있다.

서씨는 2013년 7월 늦둥이 딸 서연(5)이를 잃을 뻔했다. “찬물로 샤워를 시키다 아이가 쓰러졌다”는 아이 돌보미 정모(54)씨의 전화를 받고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열아홉 달 된 딸은 의식이 없었다. 서연이는 뇌수술로 목숨을 건졌지만 오른쪽 눈 실명과 언어장애의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게 됐다.

그런데 수술 전 서연이의 머리에서 다섯 개의 멍 자국이 발견됐다. 수술을 맡은 의사는 “구타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서씨의 추궁 끝에 돌보미 정씨는 “주먹으로 때렸다”고 시인했다.

서씨는 정씨의 자백이 담긴 녹음파일을 챙겨 경찰서로 갔다. 그런데 담당 형사는 시큰둥해 했다. 서씨는 “형사가 ‘고소해봐야 벌금형 정도로 끝나니 합의해 주고 병원비라도 챙기라’고 해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 달여 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구타에 의한 중상해”라는 의사의 소견서를 보고도 구속 수사를 하지 않았다.

서씨는 그해 10월 말 인터넷 포털사이트 토론방에 서연이의 사진과 사연을 올리며 가해자 구속 촉구 운동을 벌였다. 하루 새 3000여 명이 참여했다. 언론에서 이에 대해 보도한 직후에 검찰은 정씨를 구속했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정씨의 혐의를 아동복지법 위반에서 중상해죄로 변경했다. 2014년 11월 정씨에게 징역 5년형이 확정됐다.

서연이가 치료를 받는 동안 ‘은평구 골프채 아동 살해’ 사건(2013년 8월)과 ‘울산 계모’ 사건(2013년 10월)이 잇따라 터졌다. 서씨는 “울산 계모 사건 피해자 이모 양의 49제 때 울부짖던 친엄마의 손이라도 잡아 주고픈 생각에 추모 카페에 가입했던 게 사법감시에 나서게 된 계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아동학대피해가족협의회’를 만들었다.

서씨는 “아동학대를 대하는 우리나라 수사기관과 법원의 인식은 수준 이하다. 사법부의 안일한 판단이 아동 인권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된다”고 덧붙였다.

임장혁·정혁준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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