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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부부는 건강·질환도 닮아 함께 관리해야 ‘구구팔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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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민·조영숙씨 부부는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함께 앓고 있다. 같은 질환을 앓고 있다 보니 대처법도 같다. 함께 질환을 관리하며 서로를 챙긴 결과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프리랜서 임성필]


부부는 일심동체다. 몸도 마음도 하나라는 뜻이다. 오랜 시간 함께 지내면서 말투와 행동, 표정까지 닮는다. 건강도 마찬가지. 한 사람의 건강이 나빠지면 다른 사람도 나빠지기 쉽고, 반대로 한 명이 건강해지면 다른 한 명도 따라 건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100세 시대, 말 그대로 부부가 백년해로(百年偕老)하려면 부부가 함께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부부가 함께 건강을 관리하면 예방은 물론 치료 효과도 극대화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중구에 사는 이영민(84)·조영숙(77)씨 부부. 여든에 가까운 나이지만 척 보기에도 대여섯 살은 젊어 보인다. 함께 산을 오르던 친구는 대부분 세상을 떠나 어느덧 20명에서 7명으로 줄었다. 남은 7명도 한두 번씩 중병을 앓았거나 앓고 있다. 하지만, 이씨 부부는 다르다. 여태 중병은커녕 병치레로 자식 신세를 진 적이 없다.

그렇다면 부부의 정확한 건강 상태는 어떨까. 23년간 이씨 부부의 주치의인 이가정의원 이명춘 원장은 “이씨는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조씨는 고혈압·고지혈증과 부정맥이 있다”면서 “하지만 부부가 함께 관리를 잘 하고 있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 같은 연령대와 비교하면 건강상태가 양호한 편”이라고 말했다.

비결은 부부관계에 있다. 마지막으로 말다툼한 게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사이가 좋다. 밥을 먹을 때도, 산책할 때도, 병원에 갈 때도 늘 함께한다. 조씨는 “어딜 가든 남편이 함께 있어 의지가 되고 든든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오랜 기간 함께 지낸 부부는 분위기가 묘하게 닮았다. 앓는 질환도 비슷하다.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공통으로 갖고 있다. 자연스레 부부가 함께 고혈압·고지혈증에 좋다는 음식을 함께 챙겨 먹는다. 오랜 기간 함께 지내는 동안 생활습관도 비슷해졌다. 채식을 선호하는 남편 덕에 고기·생선을 좋아하던 조씨의 식습관이 바뀌었다.

건강도 일심동체 … 고지혈증 위험 2.5배

이씨 부부의 질환이 닮은 건 우연이 아니다. 이씨 부부처럼 오랫동안 함께 산 부부는 질환도 닮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김영식 교수가 부부 520쌍을 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한쪽 배우자에게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있으면 다른 배우자에게 따라 나타날 확률은 일반적으로 고혈압·고지혈증이 발생할 확률보다 각각 2배, 2.5배 높았다. 비만과 우울증 위험 역시 1.7배, 3.8배였다. 김 교수는 “표본이 적어 통계적으로 유의하진 않지만 조사 결과 부부가 당뇨병을 함께 앓을 확률은 1.69배였다”고 말했다.

부부가 같은 질환을 앓는 이유는 오랜 기간 함께 살아오면서 생활습관이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같은 연구에서도 부부는 대부분의 생활습관을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쪽 배우자가 아침 식사를 거르면 다른 배우자가 함께 거를 확률이 7배, 식생활이 불규칙할 때 다른 한 명도 불규칙할 확률이 3.8배나 됐다. 한쪽 배우자가 운동을 하지 않으면 다른 배우자도 운동을 하지 않을 확률은 2.4배였다. 김 교수는 “함께 한 세월이 오래될수록 공통으로 갖는 위험인자가 많아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부부’

반대로 부부 중 한 명이 건강한 습관을 들이면 다른 한 명도 이를 따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듀크대 팔바 트레이시 박사팀이 부부 6702쌍을 대상으로 부부 건강습관 변화를 조사한 결과 금연·금주·운동·건강검진·예방접종 모두 부부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한 명이 금연했을 때 다른 한 명이 금연을 따라 할 가능성은 7.53~8.52배나 됐다.

금주는 5.1~5.43배였고, 운동은 1.49~1.58배였다. 건강검진과 예방접종을 받을 확률 역시 1.83~1.86배, 5.78~6.05배에 달했다. 연구진은 “배우자의 긍정적인 건강습관 변화는 다른 배우자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결국 부부는 건강에 있어 좋은 면이든, 나쁜 면이든 서로 닮는다는 것이다.

같은 질환을 앓으면 자연스레 관리도 함께 하게 된다.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함께 노력한다. 고혈압을 예로 들면 함께 고혈압에 좋은 식단을 챙겨 먹고 운동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치료 효과는 배가된다. 마라톤에서 누군가 함께 뛸 때 더 좋은 기록이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서로를 챙길수록 내원지속률과 복약순응도가 개선된다. 병원을 얼마나 착실하게 찾는지, 약을 얼마나 규칙적으로 먹는지는 치료 결과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귀찮아서 혹은 잠시 잊어서 종종 약을 임의로 중단하거나 중간에 건너뛰곤 하는데, 이때 부부가 서로를 관찰하고 독려하며 약을 챙기기 때문이다.

이명춘 원장은 “같은 질환을 앓으면 말 그대로 동병상련을 느낀다. 어려운 순간에 서로 의지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병은 의사가 혼자 치료하는 게 아니다. 집에 돌아간 뒤로는 부부가 서로 주치의가 돼 서로를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위앤장이원표내과 이원표 원장은 “똑같이 한 달분의 약을 줘도 누군가는 남겨 오고, 누군가는 다 먹고 온다. 부부가 함께 같은 질환을 앓는 경우 빠뜨리지 않고 다 챙겨먹는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나이 들수록 부부가 함께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건강의 전환점은 50세”라며 “건강 이모작을 잘 치르기 위해선 부부의 존재가 매우 중요하다. 50세 전까지 개인건강에 초점을 맞췄다면 그 이후엔 부부건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과의 긴 싸움에서 부부의 존재는 그 자체로 위안이 되기도 한다. 미국 브리검영대 심리학과 줄리안 런스타드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부부는 함께 있는 것만으로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연구진은 부부 204쌍과 독신자 99명에게 휴대용 혈압계를 장착시키고 24시간 동안 혈압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독신자의 평균 최고혈압은 배우자가 있는 사람보다 4㎜Hg 높게 나타났다. 수면 중에는 독신자의 혈압이 적게 떨어졌다. 보통 잠을 잘 때도 혈압이 잘 떨어지지 않으면 심혈관질환 발병 가능성이 크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김선욱 교수는 “병원을 기피하는 노인 환자에게 이유를 물으면 무서운 결과가 나올까 봐 두렵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이때 도움이 되는 게 배우자다. 함께 병원에 가주는 것으로 용기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미 암 치료에선 부부가 함께 병원을 방문하도록 한다.

우울·불안을 낮추고 정서적 지지를 도모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치료연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함께 싸우는 동료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치료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건강도 부부금실 따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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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스타드 교수의 연구에선 부부관계가 좋을수록 건강에 좋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결혼생활 만족도가 높을수록 혈압이 낮게 나타난 것이다. 만족도가 가장 높은 그룹과 가장 낮은 그룹의 차이는 5㎜Hg였다.

만족도가 가장 낮은 그룹의 혈압은 독신자보다도 높았다. 반대로 언쟁이 많은 부부일수록 심장질환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유타대 버트 우치노 교수가 부부 136쌍에게 배우자와의 관계를 물은 후 이들의 관상동맥을 CT로 촬영했더니 언쟁이 많을수록 석회화가 많이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부부심리상담클리닉 김형근 소장은 “부부가 화목하면 정신건강뿐 아니라 신체건강도 좋다.

실제 클리닉을 찾는 많은 부부는 스트레스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위장병이나 갑상선질환을 안고 오는데, 상담을 진행하는 동안 관계가 개선되면서 자연스레 회복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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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